[특별기획-독서인권] 발달장애인 김예은씨 “중학교에 원서를 냈어요. 교육청에서 난리가 났지요”
[특별기획-독서인권] 발달장애인 김예은씨 “중학교에 원서를 냈어요. 교육청에서 난리가 났지요”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6.3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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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장애인, 독서인권을 말하다]
지적 격차가 삶의 격차로 이어지는 시대입니다. 교육을 매개로 한 계층 대물림이 공고화된 상황에서 독서 기회마저 갖지 못하는 것은 개인 삶의 질적 저하는 물론 종국에는 공동체 사회의 파괴로 이어집니다. 장애인의 독서 접근성은 비장애인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이에 <독서신문>은 국내 언론 최초로 장애인의 독서 인권을 들여다보는 시리즈를 마련합니다. 시각·청각·발달장애인별 독서 생활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법적·제도적 미비점을 체계적으로 점검합니다. 또 김예지(국민의힘), 장혜영(정의당) 의원 인터뷰를 비롯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합니다.

- “‘시끄러워도 되는 도서관’은 왜 없을까요”
- “해리포터 책을 큰 글씨체로 만들어주면 좋을 텐데”
- 60대 후반 어머니는 ‘커 가는 딸’의 돌봄에 늘 염려
- 시설에는 다양한 장애인이 뒤섞여있어 곤란한 점 많아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장애인 당사자의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발달장애인 동생을 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대부분의 가족들이 장애인 당사자의 그림자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장애인 돌봄에 헌신하다보니 자신들의 삶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과 관련한 복지 제도는 장애인 당사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장애인 당사자를 포함해 가족, 친구 등 그 주변인들의 삶의 질 및 행복추구권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발달장애인 김예은(23)씨의 어머니 최인혜(65)씨는 “내가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가졌다. 귀한 딸을 낳았는데, 기르다보니 하나님이 너무 귀한 딸을 주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은이는 기억력도 좋고, 노래도 잘하고, 끼가 참 많은 아이”라고 덧붙였다. 딸과 함께 북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그 책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그 행복이 깨지지 않고, 오래도록 유지되려면 ‘장애인 돌봄의 사회화’가 더욱 절실하다.

최씨에게 발달장애인 자녀를 교육하면서 겪은 어려움에 관해 질문했다. 대답은 ‘공간’과 ‘읽기 쉬운 자료’라는 키워드로 수렴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으으’하는 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떠들어도 되는 도서관’ 등 관련 독서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문해력이 낮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읽기 쉬운 자료’도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그는 “발달장애인의 독서 환경은 다른 장애인들에 비해 더욱 열악하다”며 발달장애인 독서권 문제해결을 거듭 촉구했다.

- 자녀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지 언제 처음 알았나요.

어머니 : “예은이를 마흔 셋에 가졌어요. 병원에서 노령 산모라 특별 관리를 받았죠. 그런데 임신 6개월 차에 의사 선생님이 ‘아무래도 아이가 좀 이상한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검사를 했어요. 뇌수종이라 하더라고요. 당시에 우리 가족이 부산에 살고 있었는데,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서울대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죠. 우여곡절 끝에 애를 낳았는데, 이후에도 병세가 나아지지 않아서 퇴원도 못했어요. 태어난 지 43일 만에 머리에 관을 삽입해서 물을 빼는 수술을 했어요. 그렇게 일곱 살이 될 때까지 아홉 번이나 수술을 했어요.

저는 질병만 고쳐지면 우리 아이가 일상생활을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주치의 선생님이 ‘예은이가 이상한 것 같다’고 하시면서 소아정신과에 상담을 신청하더라고요. 소아정신과 선생님이 병실에 와서 진찰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는 예은이를 보더니 ‘어머니, 아이가 자폐입니다’라고 하는 거예요. 내가 너무 당황해서 ‘선생님 자폐가 뭐예요?’라고 물으니 자폐는 사회생활도 할 수 없고 등등 말씀하시는 거예요.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그래서 검사를 했는데 자폐 1급이 나왔어요.”

-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어머니 :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힘들었어요. 치료를 시작하려고 여러 곳을 알아봤는데, 당시에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복지 시설도 많지 않아서 주로 개인 병원에서 치료를 하는 분위기였어요. 1회 치료 받는데 7만~8만원이 기본이고 아무리 싸더라도 5만원이더라고요. 그때부터 부산에 내려가지도 않고, 인천에 있는 동생 집에 머물면서 인천에서 서울까지 일주일에 두 번씩 치료실을 다녔어요. 치료비로 한 달에 200만원 넘게 썼던 것 같아요.”

발달장애를 가진 김예은씨(오른쪽)와 그의 어머니 최인혜씨(왼쪽)가 지난 22일 서울 독서신문 양재동 사옥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안경선 PD]

- 발달장애인에 관한 교육은 특별히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어머니 : “이 세계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요. 있는 사람들은 편을 나눠 정보 교환을 합니다. 좋은 치료실을 찾아다니면서 우르르 몰려다니고, 어디에 미술치료, 연극치료를 잘한다고 소문이 나면 거기에 또 우르르 몰려가고… 그럴 때 느끼는 소외감은 말도 못하죠.”

- 예은씨의 학교생활이 궁금해요.

어머니 : “특수학교는 대체로 사정이 열악해요. 그래서 일반학교를 보내기 위해서 노력했죠. 초등학교는 일반학교를 보냈는데 중학교가 문제였어요. 우리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중학교가 있는데요. 그 중학교에 특수학급이 없어서 학교를 멀리 보내야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 앞에 있는 중학교에 원서를 넣었어요. 근데 교육청에서 난리가 난거예요. 특수학급도 없는 학교에 왜 지원을 했느냐는 거죠. 이후 교장선생님이랑 면담도 하고 그렇게 씨름을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입학하게 됐어요. 그랬더니 교육청에서 보조교사를 보내주시더라고요. 2년을 그렇게 생활했어요. 그 학교에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계속 입학하게 되면서 제가 교육청에 직접 특수학급을 만들어달라고 건의를 했어요. 그게 성사돼 특수학급을 두 학급이나 만들었죠.”

- 주로 어떻게 아이를 교육하셨나요.

어머니 : “제가 간혹 착각을 해요. 예은이가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는 걸 잊어버리는 거죠. 가령 아이를 가르칠 때, ‘왜 너는 이게 안 되느냐’고 말하면서요. 나중에 가서는 포기를 하고, 예은이가 좋아하는 거에 집중하자고 생각했어요. 예은이가 노래를 좋아하고 외우는 걸 잘하거든요. 또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는 뛰어난 집중력을 보여요. 팝송 가사를 엄청 잘 외우거든요. 컴퓨터가 굉장히 도움 됐어요. 아이들을 위한 교육 사이트 같은 데 들어가서 여러 가지를 많이 배웠죠.”

김예은씨가 책 속 캐릭터 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안경선 PD]

- 예은씨는 어머니랑 했던 활동 중에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아있나요.

예은씨 : “저는 주로 노래 연습을 하고, 책 녹음을 해요.”

-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어요.

예은씨 : “책 녹음이요?”

- 기억나는 거 아무거나 말해주세요.

예은씨 : “『민요 자매와 문어 래퍼』 『어린왕자』 『겨울왕국』이요.”

- 이유가 있나요.

예은씨 : “제가 요즘 가족이나 동료들을 위해서 연기를 하거든요. 원래 연기를 잘하니까요. 근데 저는 가수를 꿈꾸고 있기 때문에 내 목소리로만 노래를 했어요.”

어머니 : “예은이가 요새 『어린왕자』 책에 꽂혀서요. 거기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많잖아요? 뱀도 있고… 또 누구지?”

예은씨 : “여우.”

어머니 : “많이 있어요. 각각 캐릭터의 대사를 자기 휴대폰에 녹음을 해요. 예은이가 연극을 좋아하는데 잘 따라하더라고요.”

- 『어린왕자』에 나오는 캐릭터 중에 어떤 캐릭터를 가장 좋아하나요.

예은씨 : “저는… 제 역할은 작가예요.”

어머니 : “아니, 『어린왕자』 중에서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인물.”

예은씨 : “좋아하는 인물이요? 어린왕자요.”

- 이유가 있나요.

예은씨 : “주인공이잖아요. 책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좋아하고요.”

어머니 : “어린왕자 목소리는 어때?”

예은씨 : “왕자 목소리? 저는 목소리를 따라 해봤어요.”

어머니 : “응. 해봐.”

예은씨 : “이게 뭐지? 이 물건은 뭐야? 안녕? 내가 도착한 곳이 무슨 곳이니?”

어머니 : “뱀도 하고, 아주 잘해요. (웃음) 뱀, 뱀 해봐.”

예은씨 : (뱀 연기) “내가 건드린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나온 곳으로 되돌아가게 되지. 하지만 너는 착하고 게다가 별에서 왔으니까. 지금 또 『어린왕자』 속에 있는 역할이 있어요. 여우라고. 제가 연기를 잘해요. 여우 연기도 했었어요. 실례지만 들어주실 수 있나요? 시작할게요. (여우 연기) “난 너와 놀 수 없어.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너는 아무 말도 하지마. 말이란 오해의 원인이 되기가 쉽거든.”

발달장애인 열악한 독서권에 대해 토로하는 최인혜씨 [사진=안경선 PD]

- 발달장애인이 책을 읽는 데 특별히 불편하거나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머니 :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줬어요. 병실에 입원했을 때도 카세트를 갖다 놓고 계속 들려줬어요. 지금도 예은이가 책 읽는 걸 좋아해요. 근데 『어린왕자』의 경우도 글자가 너무 많고 작아요. 그러면 애들은 금방 지루해하거든요. 예은이도 그림 많고, 글자도 큰 책을 좋아하는데, 그런 책이 잘 없어요. 예은이 같은 경우는 녹음을 하면서 읽으니까 그나마 한 장이라도 넘어가는 거지 사실 읽기가 힘들어요. 글자가 크고, 그림도 있고 이렇게 좀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해리포터>도 영화로 봤는데, 글자가 너무 작아서 책을 사주지 못했어요.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쉬운 읽기 자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예은씨의 독서 생활이 궁금합니다. 함께 도서관에도 가시나요.

어머니 : “가요. 가서 예은이에게 ‘책 좋아하는 거 가져와’라고 하면 가져와요. 근데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글자가 많고 이러면 금방 지루해하고, 다른 책 빼와서 다시 보고하죠.”

- 얼마나 자주 가시나요.

어머니 : “그렇게 자주는 못가요. 더군다나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못 갔고, 그전에는 북카페를 주로 갔어요. 북서울미술관에도 북카페가 있거든요. 거기 가서 차 마시면서 책 읽고 그러면서 시간을 보내죠.”

- 예은씨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뭐예요.

예은씨 : “『민요 자매와 문어 래퍼』요. 이 책도 『어린왕자』와 『겨울왕국』을 읽을 때처럼 역할을 나눠 녹음하면서 읽어요.”

- 예은씨가 일은 하고 있나요.

어머니 : “예은이가 7월부터 장애인부모연대에서 동료상담가로 일하게 됐어요. 예은이와 같은 처지의 발달장애인들의 취업을 예은이가 직접 도와주는 거예요. 예은이가 교육을 받긴 받았는데… 잘 할 거예요. (웃음)”

- 발달장애인의 경우 개인별 특성에 맞는 교육·돌봄서비스가 중요할 것 같아요.

어머니 : “제가 부모운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이 ‘장애인활동보조인’이라는 제도가 도입됐을 때예요. 장애인 부모들이 지속적으로 집회를 하면서 얻어낸 결과물이거든요. 근데 그게 시간이 부족해요. 그나마 아이가 학교에 있을 땐, 잠시라도 숨을 돌릴 수 있는데, 학교를 졸업하면 계속 엄마가 24시간 돌봐주어야 하거든요. 활동보조시간을 받아도 예은이의 경우엔 시간이 많이 안 나와요. 기준이 이상한데, 걸어 다닐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달라져요. 예은이는 걸어 다니지만 혼자 생활하는 게 불가능하거든요. 하지만 겉보기에 말도 잘하고 걸어 다니니까 그냥 약식으로 대충 면접보고 등급을 매기더라고요. 엄마들은 나이가 점점 많아지고, 성인 발달장애인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 장애인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나는 거죠.”

- 장애인탈시설법이 제대로 정착되어야 할 것 같아요.

“시설은 자유가 없어요. 제가 시설 전수조사를 몇 번 간 적이 있었어요. 오후 5시 전에 저녁을 다 먹이고, 이후에는 아무 것도 주질 않아요. 거기 식당에 계시는 분들도 퇴근을 해야 하니까요. 근데 한참 먹을 나이에 얼마나 배고프겠어요. 그래서 저는 시설에 보내는 게 꺼려져요. 사정을 잘 모르는 분들이 ‘아이 키우기 힘들면 시설에 보내지 왜 데리고 있냐’고 하시는데요. 막상 자기 자식이 발달장애인이라면 그렇게 하겠어요? 어떤 엄마들은 아이가 치킨이랑 콜라를 좋아한다고 살이 쪄도 계속 먹이는 거예요. 왜 먹이냐고 물어보면, 내가 죽고 나면 아이가 먹고 싶어도 누가 사주겠느냐는 거예요. 나 살아 있는 동안이라도 아이 좋아하는 거 실컷 먹이고 싶다고 말해요. 참 가슴 아프죠.”

- 발달장애인들만의 공동체나 터전의 필요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피플퍼스트’라고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만들었어요. 앞으로 이런 센터가 많이 생겨야죠. 또 정부에서 사회복지사가 상근하는 발달장애인 자립주택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자문=김예은씨, 최인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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