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계절
그늘의 계절
  • 독서신문
  • 승인 2007.11.2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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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가 나는 미스터리
▲ 요코야마 히데오의 『그늘의 계절』     © 독서신문
일본의 장르문학 시장은 우리나라의 장르문학 실정에 비교하면 부러운 점이 많다.
 
특히나 미야베 미유키나 온다 리쿠 등 베스트셀러 작가들을 중심으로 그 작품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순문학에 비해 그 시선을 달리하는 우리나라의 장르문학 현실이 서글퍼진다.

일본에서는 그러한 시장을 바탕으로 정말 다양한 스타일의 작가가 발굴 되고 있고, 작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각 작가들은 자신들의 독특한 색깔을 작품에 담아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요코야마 히데오 또한 그러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미스터리 작가이다. 그는 인간을 중시하는 '따뜻한 미스터리'를 그려내는 걸로 유명하다. 더불어 따뜻한 미스터리 속에 사회 병폐를 고발하면서 그 작품성을 더하고 있다.

『그늘의 계절』은 그의 미스터리 세계를 잘 느낄 수 있는 단편집이며, 그의 출세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으로 경찰 내부에 일어난 사건을 일선에서 활약하는 형사가 아닌 경찰 내 관리직 간부가 조사한다는 재미있는 설정으로 심사 당시 ‘새로운 경찰소설의 탄생’이라는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사건이 일어나고 형사들이 범인과 트릭을 쫓는 것이 경찰소설의 정석이라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범인을 쫓는 형사들이 아닌 경찰 내부의 관리 부문 형사들이다. 숨 막히는 경찰 내부에서 벌어지는 욕망의 충돌은 조직생활에서 고충을 겪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인간 내면의 깊은 곳까지 까발리는 솔직한 심리 묘사는 단숨에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남자의 인생은 무엇인가?’라는 씁쓸한 질문을 통해 그늘진 남자의 인생에 대해 곱씹을 수 있는 <그늘의 계절> 외에도 철저한 남성 위주인 경찰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여경의 이야기 <검은 선>, 조직 내부에서의 승진을 위해 동료를 짓밟아야 하는 현실을 다룬 <땅의 소리>와 <가방> 등 주옥같은 4편의 중편이 실려 있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100만 부가 넘게 팔렸고, 드라마화 되어 현재 일본tbs 방송에서 <그늘의 계절> 시리즈 no.7까지 방영되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과 함께 누구나 가정에서부터 학교, 사회까지 나오며 집단과 조직을 경험한다. 직장 내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다름 아닌 인간관계다. 우리가 조직에 속한 정치성을 지닌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적 인간, 즉 호모 폴리티쿠스의 비애를 다룬 이 작품에는 조직에 속한 인간이라면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직장 내 권력 관계나 회사 생활의 비애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승진을 위해서라면 양심도 팔고, 동료도 짓밟기도 한다. 부하 직원의 희생을 강요하고 여자라고 무시당한다. 이는 결코 생소한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일상의 모습이다. 작가는 조직에 속해 있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 작품이 구별되는 이유는 달리 있다.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그늘의 계절>에서 ‘경찰관 아내의 일생은 행복할까’라는 문장을 생각해냈을 때,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 것 같았다고 했다. 작품의 주제와는 그다지 관계없는 문장이지만, 심오한 테마 속에는 가족에 대한 이해와 동료에 대한 배려가 들어 있다.
 
조직 내 자리가 위태로운 아버지는 따돌림 당하는 아들에게 ‘단 한 사람이라도 된다. 친구를 만들어라.’라는 진심어린 충고를 하고, 작아진 상사의 위상을 보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장면을 통해 희망의 끈은 가정이나 동료같이 늘 함께 하는 가까운 곳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말하는 미스터리가 따뜻한 이유는 이렇듯 작가가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늘의 계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 275쪽 / 9,500원
 
<권구현 기자> nove@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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