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과 영혼의 경계
사명과 영혼의 경계
  • 독서신문
  • 승인 2007.11.1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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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경계로 만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명과 영혼의 경계』
▲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명과 영혼의 경계』   © 독서신문
『비밀』,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번엔 의학스릴러로 그의 미스테리 영역을 넓혔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녀 간의 ‘빙의’를 소재로 한 『비밀』(1999년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이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동명 영화로 소개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히가시노 게이고는 사실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엔지니어로 일했다는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짜임새 있는 구성과 놀라운 반전을 담고 있어 드라마와 영화로도 다수 제작되기도한 그의 작품세계는은 이번 『사명과 영혼의 경계』를 통해 또 한번의 놀라움을 안기고 있다.

어린 나이에 심장질환으로 아버지를 잃은 히무로 유키. 수술을 맡았던 의사는 이 방면 최고의 권위자였지만 실패했다. 어느 날 유키는 그 의사와 자신의 어머니가 서로 연모의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연 자신의 아버지는 의료 사고로 죽은 것인지, 아니면 살해 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이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유키는 아버지를 수술했던 의사 밑에서 수련을 쌓으며 차근차근 심장외과 전문의가 되기 위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일본 최고의 심장외과 전문의 니시조노 요헤이. 그는 어떤 어려운 수술도 성공해내는 집념의 의사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수련의이자 재혼을 앞둔 여인의 딸, 그리고 자신의 수술로 사망한 환자의 딸이기도 한 히무로 유키와 불가능에 가까운 수술에 도전한다. 그는 자신에 대한 유키의 복잡한 심정을 알고 있다. 그만이 간직하고 있는 진실은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사건의 키워드다.

제3의 인물인 전자회사의 평범한 엔지니어 나오이 조지의 협박문이 병원에 당도하면서 사건은 점점 미스테리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소설은 전형적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타일이다. 그는 종래의 추리소설이 가지고 있는 퍼즐풀이 방식 보다는, 오히려 범인을 처음부터 지목하고 독자에게 범죄의 과정을 보여준다. 대신 범죄의 동기와 인물들이 가진 저마다의 사연이 반전으로 작용하여, 독자들에게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즉 범죄가 벌어질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사회적 동기와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그 재미를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나오이 조지의 엔지니어란 직업은 그의 전직의 경험을 살려 보다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자본주의의 병폐, 청소년 문제, 인간소외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성찰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추리’ 자체보다는 그 대상인 ‘사람’에 주목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유난히도 ‘사명감’ 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환자에 대한 의사의 사명을 토대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명감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 책을 읽다보면 문득 ‘나는 과연 나의 위치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우는 작품이다.
 
추리 소설이 그저 재미만이 아닌 인생에 대해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것, 그 것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싶다.

사명과 영혼의 경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오근영 옮김 / 대교베텔스만 펴냄 / 520쪽 / 9,500원
 
<권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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