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마돈나
  • 독서신문
  • 승인 2007.11.12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혹시 우리 과장님도 나를?
오쿠다 히데오의 직장인 이야기
▲ 오쿠다 히데오의 '마돈나'  © 독서신문
닥터 이라부 시리즈로 사회에 대한 염증을 긁어주고 『걸(girl)』을 통해 여성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주었다면, 이번엔 남성들이다. 그것도 하루하루 눈치보며 살아가는 월급쟁이들의 애환을 어루만져준다.

표제작인 <마돈나>는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환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흔두 살의 결혼한 지 15년차인 하루히코 과장은 영업3과로 온 신참 부하직원 도모미에게 온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그녀를 어찌 해보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호의를 베풀고 그녀에게 시선을 머무는 것만으로도 하루히코의 하루하루는 마치 사춘기 소년의 시절로 돌아간 듯 하다. 가슴을 콩닥거리며 상상 속의 연애를 즐기고, 교묘하게 집의 방향이 같은 남자직원과의 퇴근을 막고, 도모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젊은 사람 취향의 새 양복도 사는 등 노력을 한다.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죄책감에도 빠져보지만, 어짜피 사람의 상상은 자유라며 자신을 정당화 한다. 하지만 그것은 역시나 일장춘몽일 것이라는 자신도 알고 있는 결말과 함께 하루히코의 연애는 우리에게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한다.

<마돈나>에서 남자 회사원의 로망을 이야기 했다면, 다른 작품들에선 나름 치열한 회사원들의 생활을 담고 있다.
 
 댄서가 되고 싶어 하는 아들과의 갈등 속에서 회사 안에서는 자신의 역할을 다 해내면서 출세의 가도를 달려가고 있지만 부장과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키는 마이 웨이인 자신의 동기를 챙기려는 요시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댄서>, 고위직이 보장되어 있지만 일시적으로 편안한 총무부에 몸 담으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게 너무나도 부패해 있는 부서를 개선해보려는 히로시의 애환이 담긴 <총무는 마누라>, 여자 상사를 맞이하면서 지금까지의 직장 패턴을 바꿔야 하는 것이 불만인 다지마의 좌충우돌 상사 모시기 이야기 <보스> 등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직장인들의 희노애락이 그대로 담겨 있다.

정말 한바탕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유쾌함이 오쿠다 히데오의 힘이 아닐까 하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생각 없이 웃기만 하는 이야기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시대 직장인들의 애환과 함께 이어지는 심리 묘사는 직장인들이라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들 정도로 사실적이다.
 
 어쩌면 젊은 여자들이 <마돈나>를 읽고 혐오감을 느끼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순수하면서도 단순한 연모에 불과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어이없는 이야기’가 될 수 도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부분은 오쿠다 히데오가 역시나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정말 남자들의 숨어있는 심리를 잘 긁어내어 재미있게 풀어 썼다는데 찬사를 보내고 싶다
 
마돈나
오쿠다 히데오 지음 /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펴냄 / 360쪽 / 11,000원
 
<권구현 기자> nove@enewstoday.co.kr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