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연인, 극작가 그리고 배우로… 연출가 박정인이 말하는 연극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
[인터뷰] 공연인, 극작가 그리고 배우로… 연출가 박정인이 말하는 연극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
  • 반채달 객원문화기자
  • 승인 2014.02.2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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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반채달 객원문화기자] 3월을 향해 가는 시점에서, 거리의 풍경은 연인들의 맞잡은 손에서 아득하게 물들어 가는 중이다. 매서운 한파라는 이름으로 거리를 냉랭하게 메웠던 지난 겨울과 연인들은 스멀스멀 깨어나 그들의 사랑을 따뜻하게 데우려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의 욕구를 채워줄 사랑이야기가 함께한다면, 서로 간 더욱 풍요로운 감정을 채울 수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영화, 드라마 보다 생동감 있는 사랑이야기를 느껴볼 수 있는 대학로에서, 연극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가 연인들의 마음에 한발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은 제목에서부터 가볍지만은 않은 사랑이야기를 예감하게 하며, 관객과의 공감을 시작해 간다. 탄탄한 스토리와 의미 있는 반전이 배우들의 다양한 연기를 통해 전해지면서 공감대를 느낀다는 평을 얻고 있는 연극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

연인들의 사랑으로 가득 채웠던 대학로 달빛극장에서, 현재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극작가와 배우로도 함께 활동을 하고 있는 박정인 연출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연극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 박정인 연출가. [사진 제공=씨즈온]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의 처음 기획의도, 탄생배경이 궁금하다.
지금 31살인데, 11년 전 대학교 때 처음으로 단편드라마 대본을 쓴 적이 있었다. 그때 썼던 5장 정도의 단편드라마 대본이 현재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의 초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제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도 극중 '시은'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을 잘 못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제 모습에서 빗대어 나왔다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누군가도 저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해 고민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

-‘기억상실’을 소재로 한 콘텐츠는 이미 많이 선보였는데,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이 ‘기억상실’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 차별화된 요소는 어떤 것이 있을까.
기존의 기억상실을 소재로 한 콘텐츠는 교통사고로 인해 머리가 다쳐 기억을 잃는 모습을 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의 경우에는 위와 같이 타인에 의해 기억상실을 겪게 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껴 뇌에서 스스로 기억을 차단하는 심인성 기억상실증 이라는 병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다른 점이라 생각한다. 즉 충격에 의해 기억이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살고자 기억을 지운다고 볼 수 있다.

-사랑표현을 하는 것에 대한 갈등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사랑해’라고 말해주는 것이 사랑표현 하는 것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는지?
극중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사람에게 하는 것이다”라는 대사가 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그 사람의 아픔, 상처, 행복한 모습 등 모든 것을 표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중에서 멀티남, 멀티녀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이로써 얻어지는 효과는?
첫 번째 효과로는 적은 배우로 많은 캐릭터가 등장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두 번째는 똑같은 사람이 다른 역할을 하다 보니 그로 인해 관객들이 좋아하는 웃음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세 번째는 변신 과정들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변화되면서 극 전체의 복선들을 지속적으로 깔아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비슷한 말들을 서로 다른 캐릭터들이 관객들에게 던짐으로써 얻어질 수 있다.

-연출가 입장에서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어디라고 생각하는지.
개인적으로는 텅 비어있는 병실에 남자 주인공이 울부짖는 장면이 있는데, 빈 병실에서 이미 없는 여자를 향해 사랑을 고백하는 그의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다.
실제로 이 장면은 연출가 입장에서, 나아가 관객들에게도 여운을 깊이 남기는 장면이다. 사랑표현이 늦어버린 후회와 진실된 사랑표현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기 충분하며 남자주인공의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전율을 느낄 수 있는 명장면이다.

-공연연출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저도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데, 배우의 연기 시점은 굉장히 좁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시점을 넓히고 싶은 마음에서, 전체를 관망하는 연출을 시작하게 됐다. 사실 배우 입장에서는 극상에서 주어진 감정에만 집중해 치우치는 경향이 있었는데 연출자로서는 그런 감정의 깊이를 깊게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연출자로서, 관객과의 소통과 내가 쓴 작품의 메시지를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고민하면서, 더욱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계속 쓰려고 노력해 오는 과정에서 현재까지 올 수 있었다.

-연출가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다면.
문화공연이 가격대도 저렴하고 볼 수 있는 조건이 좋은데, 아직은 미디어 콘텐츠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좋은 작품과 좋은 연출로 관객들에게 흥행을 일으키고, 나아가 저렴한 가격으로 관객들이 커피 한 잔 한다는 마음으로 불수 있는 가격으로 관객들을 대접하고 싶다. 내가 좋은 작품을 쓴다면 더욱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 줄 것이고, 다시 나는 부담 없는 가격으로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친숙한 극장을 관객에게 선물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
 

사실 연극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가깝게 있다. 서로에게 항상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연인 사이에서 사랑표현을 해주는 것은 크나큰 관심사이며 때로는 서로의 사랑표현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 아픔을 주기도 하는 야속한 존재이다. 그러나 서로를 사랑하기에 현명하게 대처하기를 많은 사람들이 원할 것이고,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은 그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 “당신은 오늘도 사랑을 말하고 있습니까? 라고 되새기며.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을 통해 박정인 연출가가 건네주는 가치와 함께 사랑표현을 바라보는 우리의 생각의 범위를 넓혀 보면 어떨까? 나아가, 그의 바람대로 좋은 작품과 공연문화를 친숙하게 느끼는 관객들이 서로 시너지효과를 내는 문화현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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