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관련 이론에 대한 재해석
문학 관련 이론에 대한 재해석
  • 안재동
  • 승인 2008.07.1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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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석의 평론집 『인연의 진정성 문학의 투명성』 ◀

▲ 최용석 문학평론가     © 독서신문
문학박사이자 중견급 문학평론가 최용석 씨가 새 평론집 『인연의 진정성 문학의 투명성』(푸른사상)을 선보였다.

삶이란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체, 혹은 퇴적물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듯싶다. 가까이는 부모나 형제 등 혈육과의 인연에서부터 멀리는 가볍게 스치는 인연에 이르기까지 실로 그 모습은 다양하고 정도 또한 상이하다. 설령 외딴 섬에 홀로 지내는 사람일지라도 만남과 헤어짐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한 사람의 내면 풍경은 켜켜이 쌓인 인연의 자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나의 경우 문학과의 인연은 삶의 일부분 이상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특히 아버지와의 인연은 애달픔과 무상함의 울림으로 삶 깊숙이 진동하고 있다.

앞글은 평론집 머리말에 밝힌 그의 심정이다. 문학 인생의 의미와 주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2003년 『월간문학』을 통해 평단에 데뷔한 이래 한국 문학 본류에 편승, 날카로운 비평의식을 보여주며 주위의 관심을 끌어온 그가 지금껏 『한국 전후문학에 구현된 현실인식』, 『소통과 성찰의 문학담론』 등 2권의 저서를 낸 데 이어 이번에 다시 22편의 평문을 책으로 담아냈다.

277쪽 분량의 이 책은 『언어적 주체, 그 초월 기제로서의 예술 혹은 예술적 행위』, 『소통의 동인(動因)으로서의 이데아와 자력』, 『물신적 삶과 의사소통적 이성』 등 평소 관심 대상이었던 그의 문학 관련 이론 3편이 제1부로, 『이야기 혹은 메타 소설의 운명―김영하의 ‘아랑은 왜’論』, 『나비의 종말로 환기되는 현대인의 존재 방식―김인숙의 ‘바다와 나비’ 評』 등 일정한 형식을 갖춘 평론작 5편이 제2부로, 『죽음이 일깨우는 삶의 진정성―‘이나미의 봉인’ 評』, 『도덕성 회복을 통한 일상에의 복귀―이승우의 ‘검은 나무’ 評』 등 상대적으로 짧은 내용의 평론작 13편이 제3부로 각각 편성됐는데, 한편 한편이 관심거리다.

 
비록 죽음일지라도 삶을 향한 그의 열정과 진정성을 결코 훼손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은 주 선생의 삶에 담겨 있는 인간적 가치를 더욱 부각시킨다. 그의 진정한 삶의 자세는 죽음을 계기로 의미와 가치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소크라테스, 예수 등 의인(義人)의 죽음이 그들의 주장이나 이념을 널리 전하는 결정적 계기로 기능한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킨다. 생을 향한 부단한 열정과 성실성과 진정성이 죽음으로 봉인(封印)되지 않고 도리어 타인의 삶을 움직이는 원리로 확장되고 있다.

―『죽음이 일깨우는 삶의 진정성―이나미의 ‘봉인’ 評』 부분

 
이 책을 통해 나타나는 각 작품에 대한 최 평론가의 시선(視線)은 대체로 ‘진정성’이란 큰 틀로 모아짐을 엿볼 수 있다. 그의 평론활동의 첫발이랄 수 있는, 『월간문학』 평론부문 당선작품의 주제가 ‘진정성을 향한 전복의 상상력’이었던 데다가, 본 저(著)의 타이틀 역시 ‘진정성’을 주제로 하고 있는 점도 그렇다. 뿐만 아니라, 책 중 여러 평문과 내용에서도 ‘진정성’이란 단어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유사하게, 여러 평문의 제목과 내용에서 ‘이데아’, ‘이성’, ‘욕망’, ‘질서’, ‘인간’, ‘도덕’, ‘진실’, ‘삶’ 등의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어쩌면 그는 평소 문학작품을 바라볼 때면 ‘진정성’의 여부를 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의도적으로 아니면 습관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택한 문학작품에 대해서는 굳이 ‘진정성’을 부여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떻거나 ‘진정성’ 그것은 아마도 그만의 고유한 정서 또는 문학적 속성일 수도 있으리라. 아닌 게 아니라, 진정성이 결여된 문학과 일상생활에서 우린 무엇을 구할 수 있단 말인가.

최 평론가는 문학을 ‘삶을 투사하는 것’으로도 바라본다. 삶의 일면에 집중하는 문학은 그 전모를 담아내는데 한계를 지니며 연속적이고 입체적인 세상과는 달리 그 일부에 천착하는 연유로 문학의 세계는 비연속적이고 단면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문학은 이런 단편적인 삶의 실상을 통해 그 총체성을 지향한다고 밝힌다.

 
▲ 『인연의 진정성 문학의 투명성』 표지     © 독서신문
실제로 사랑과 진정성이 부재함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나 이해관계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 행복은 저 멀리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피해는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개인은 진정성이 결여된 가족 구성원의 경우, 그들의 기본적 욕구는 고스란히 불만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것을 채우려 한다면 부당한 대가와 방법을 치를 수도 있다.


―『진실과 허위 틈새에서 인간적 삶의 모색―김인숙의 ‘그 여자의 자서전’ 評』 부분

 
최 평론가의 작품분석상의 특질은 비판적 사유와 적극적 인식 개진 등으로 통하고 ‘원활한 소통’ 그리고 ‘총체적 성찰’로 이어진다. 그렇게 그는 그만의 투시적 시각으로 작품을 대하고 분석한다. 독자의 입장에선 작품 속에서 중요하지만 혹 무심코 흘려버릴 수 있는 대목도 있고 난해한 복선 부분을 쉬 인지하지 못하는 대목도 더러 있게 마련일 터, 그와 같은 경우 최 평론가의 평문이야말로 독자에게 좋은 영양소로 작용할 성 싶다.

 
남자나 여자가 탐닉하는 ‘꽃게’는 텅 빈 삶을 채우는 진정한 인간애를 향한 열망을 드러내는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속살이 부재한 게 껍질’은 허무하고 무자비한 삶의 풍경과 표피적인 사랑의 아픔을 상징하는 징표이면서 동시에 삶과 사랑의 진정성을 역설적으로 일깨우는 표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삶의 비장함은 바로 전까지만 해도 죽음을 생각하던 여자가 맹렬하게 꽃게의 살을 파먹는 행위에서 잘 드러난다. 이처럼 꽃게의 텅 빈 껍질과 그 속살, 꽃게를 향한 과도한 식탐이 상호 관련성을 지니면서 에로스적 욕망과 삶의 진정성 희구, 또는 일상의 공허감과 삶의 비장함 등 다양한 의미망을 떠올리게 한다.

―『자기 동일화 욕망에의 탐닉―권지예의 ‘꽃게무덤’ 評』 부분

 
최용석 평론가는 무인의 길을 택하기 위해 육군사관학교 41기로 입교했다가 2년 뒤 뜻을 달리한 바가 있고,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마치고 중앙대학교 강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서울 대일고교에서 10년간 국어교사로 근무하면서 교육방송 교재집필과 방송강의를 맡다가 현재는 경기도 양동고교에 재직(국어교사) 중이다. 지금까지 『소통과 성찰의 문학담론』 등 2권의 평론집과 「이문구 소설 문체의 형성 요인 및 그 특성 고찰」 등 다수의 문학관련 논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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