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윤효규 기자] 학업농사의 결실을 맺는 수능. 매년 수능날이면 갖가지 사건사고가 눈길을 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닌데, 이번엔 수험생을 태운 경찰차가 교문을 들이박은 사건이 눈길을 끈다.
14일 오전 8시 12분쯤, 수능시험장인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교문이 닫히려는 순간 경찰차 한대가 교문을 들이박으며 교내로 진입했다. 이미 입실 완료 시간 2분이 지난 당시, 시험장은 차량 진입이 금지된 채 승용차 한대 너비 정도만 열려 있는 상황이었다. 경찰차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시험장 앞에 수험생을 내려줬다.
내막은 이랬다. 해당 수험생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건 오전 7시 45분쯤 마포구 월드컵 경기장에서였다. 그 사이 아버지 차를 타고 합정역으로 이동한 수험생은 8시 3분쯤 서울지하철 6호선 합정역에서 경찰차에 올랐다. 서울 중구 이화외고까지는 5.8㎞. 평소 20여분 걸리는 거리였지만, 입실까지 남은 시간은 7분에 불과했다.
박우석 경장과 장진명 순경은 싸이렌을 켜고 버스전용차로 이동했고, 막히는 구간에서는 "수험생이 타고 있다"고 방송하며 길을 헤쳐나갔다. 충청로를 지날쯤 시간이 오전 8시 8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박 경장은 "당시 학생이 거의 포기한 것처럼 울었다"며 "그래도 '가보자'고 다독였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화외고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8시 12분. 승용차 한대 지나갈 너비로 열린 교문을 뚫고 들어간 박 경장은 "'나중에 물어주면 되지'하는 생각이었다"며 "경찰시험을 준비할 때 정말 간절했다. 그때 생각이 참 나더라. 나도 그때 절박한 마음으로 시험 준비하고 치르러 갔는데, 수험생이 ‘엉엉’ 우니까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아서 앞뒤 잴 것 없이 달렸다"고 말했다.
경찰차 왼쪽 문과 교문 일부가 파손됐지만, 학교 측은 "파손 정도가 크지 않고, 공무를 위해 한 일인 만큼 학교가 알아서 수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