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돈끼호떼
‘인류의 책’이라 불리는 고전『돈끼호떼』의 스페인어판 완역본이다.
두 권으로 구성된『돈끼호떼』의 1권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세 기사소설에 심취한 라 만차의 시골 양반 알론소 끼하노가 세상의 약자를 구원하고 정의를 드높이고자 하인 산초 빤사와 함께 출정하여 겪는 모험담이다. 첫째 권은 이들이 갖은 고난을 겪은 끝에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끝나고, 다시금 출정을 결정하면서 시작한 둘째 권은 결국 돈끼호떼가 천신만고 끝에 귀향해 자신의 침대에서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대단원을 내린다.
17세기를 주름잡던 기사소설의 권위를 무너뜨리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는 이 대작은 인간이 지닌 온갖 역설을 한 몸에 구현한 주인공을 창조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한 시대를 넘어선 불후의 고전으로 남았다.
『돈끼호떼』는 시대에 따라 달리 읽혀왔다. 출간 당시 이 소설은 당대를 풍자하는 코믹소설이었지만 1789년 프랑스혁명 무렵에는 상당한 사회적 메시지(사회구조는 부당해도 개인은 정당할 수 있다)를 지닌 소설로 인기를 누렸다. 20세기에는 단지 독창적이고 위대한 메시지를 지닌 작품 정도가 아니라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걸작’으로 읽힌다.
오늘 우리 독자들은 무엇을 읽을 것인가. 결국 현실을 깨닫는 이상주의자 돈끼호떼의 최후만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이상의 그림자를 발견하기 시작하는 산초 빤사의 모습에서 현실과 이상이 공존할 수 있는 영역을 발견하는 기나긴 여정에 많은 독자들이 참여하길 바란다.
미겔 데 세르반떼스 지음/ 민용태 옮김/ 창비/ 각권 22,000원
독서신문 1395호 [2006.1.1]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