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수염의 기사가 그리는 꿈의 세계
슬픈 수염의 기사가 그리는 꿈의 세계
  • 권구현 기자
  • 승인 2007.08.22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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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는 1605년 세르반테스의 명작 '재기발랄한 향사 돈키호테 라만차'를 원작으로, 데일 와써맨이 뮤지컬에 맞게끔 각색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류정한이 돈키호테 역을 맡아 열연함으로써 뜨거운 호응을 받았었다. 이 때의 연기로 류정한은 그 가치를 더욱 발하게 되었다.

2007년, 우리 곁을 찾아온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는 조승우와 정성화라는 두 명의 배우를 화자에 올렸다. 더블 캐스팅이라는 자체가 두 배우의 비교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더욱이 그 한 쪽이 현재 뮤지컬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조승우라면 그 상대 배우는 상대적으로 작아보일 수 밖에 없다. 그 능력이 아무리 출중하다고 해도 조승우의 마력(魔力)에 가까운 인기는 상대방의 재능의 빛을 한풀 꺽어버린다. 이러한 그의 마력은 티켓 오픈 15분만에 1만6000석의 좌석을 매진 시켜버리는 것으로써 증명 되었다.

상대적으로 적은 티켓 파워를 보여줬던 정성화의 공연, 하지만 공연 후에 흘러나오는 그에 대한 평가는 더 이상 그를 과거 시트콤 배우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환하는 과정의 배우가 아니었다. <아이 러브 유>를 거쳐 <올슉업>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주더니 그는 차근차근 다져온 내실을 <맨 오브 라만차>에서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라는 두 캐릭터는 그의 연기 안에서 완벽하게 살아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두 캐릭터가 서로 오고갈 때 ‘서로 다른 사람이 연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노래 또한 공연장을 가득 매우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관객들의 시선을 무대에 고정시켰다. 예전에 비해 훨씬 말쑥해진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와 노래는 그에게 청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더해주고 있었다.

<맨 오브 라만차>는 정성화와 조승우의 빼어난 연기와 더불어 모든 부분에서 호평을 받으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알돈자 역할을 맡은 김선영, 윤공주와 산초 역할을 맡은 이훈진과 권형준의 연기와 노래 또한 호평을 받고 있으며, 여관 주인 역할의 최민철과 신부 역할의 진용국, 조카딸 역할의 정명은은 특유의 목소리와 노래 솜씨로 극의 분위기를 살렸다.

배우들의 연기 뿐만 아니라, 시작과 함께 시선을 끄는 무대 장치 또한 일품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조명에 신경 쓴 것이 돋보였다. 특히나 알돈자가 노새끌이들에게 짓밟힌 후 그들의 퇴장 장면에서 비춰진 초록색 조명은 그들의 그림자를 마치 악마의 형상으로 비춰지게끔 했다.

꿈을 향해 달려갔던 돈키호테와 알돈자. 꿈은 꾸는 자들에게 존재할 뿐이고, 그렇게 꾸는 꿈은 꾸는 자들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현실에 가려, 꿈을 외면하는 사람들은 돈키호테를 만나기 전의 알돈자처럼 현실을 탓하며 힘든 삶을 살아 갈 것이다. 혼자서 꿀 땐 그저 꿈에 불과 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던 요코 오노의 말처럼 알돈자는 돈키호테와 함께 꿈을 꾸었기에 둘씨네야가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거울의 기사가 돈키호테에게 보여주었던 거울 속에서 자신의 현실의 아픔을 비추기보다는
마치 봄나들이 가는 봄처녀가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때의 마음으로, 자기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좀 더 밝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픈 수염의 기사의 꿈, 그 꿈을 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독서신문 권구현 기자] nove@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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