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학부모가 상담 중에 한 말이다. 시험을 치면 수학이랑 영어는 늘 거의 100점인데 국어는 유독 바닥을 친다며 몹시도 답답해했다. 우리나라 말인데도 점수가 안 나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어투였다. 사실 뭐라 딱 부러지게 해 줄 말도 없는, 결과는 있는데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의외로 많은 학부모가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다. 특히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데도 국어 성적이 안 나오면 그 답답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상담 온 어머니의 자녀도 바로 그런 경우였다.
문제는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학부모들이 정확하게 이해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볼 때 그냥 스치며 지나가듯 보는(see)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보는 (look)경우가 있다. 읽기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심심풀이로 읽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목적과 의도를 갖고 읽는 경우가 있다. 7차 교육 과정의 국어는 읽기 능력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국어 시험은 대개 그런 교과의 목적을 묻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것과 국어 교과에서 제시하는 학습목표에 나온 대로 차근차근 읽기 능력을 향상시켜 나가는지는 분명 다른 것이다.
물론 책을 많이 읽히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다. 그러나 단지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국어 성적이 좋아지는 것이 아님을 부모들은 알아야 한다. 글의 내용을 바르게 간추리고 간추린 바에 대해 자신의 의견과 그에 알맞은 까닭을 댈 수 있을 때 기본적인 읽기 능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과 그에 알맞은 까닭은 커녕 간추리는 능력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부모들이여!! 독서는 국어가 아니다. 국어 역시 독서가 아니다. 물론 둘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둘을 명확히 구분할 때 둘 사이에 관계가 정립되며 그곳에 길이 있다. 그 길을 찾아 여행을 떠나 보자.
/ 손경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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