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바퀴벌레’, 이런 면도 있어요
공공의 적 ‘바퀴벌레’, 이런 면도 있어요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4.09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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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완연한 봄이다. 날이 풀리면 우리의 몸과 마음도 봄기운에 한층 상쾌해지기 마련이지만, 따뜻함이 동반하는 무시무시한 존재에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바로 ‘공공의 적’ 바퀴벌레다. 똑같이 집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이라도 개미나 모기, 파리 등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감을 지녔다. 가장 혐오하는 것으로 바퀴벌레를 꼽는 사람도 많다. 오죽하면 무서워하는 자취생을 위해 바퀴벌레를 대신 잡아 주는 아르바이트까지 등장했을까.

그런데 세상에는 “바퀴벌레는 모두에게 미움받기 때문에 흥미롭다”고 말하는 ‘바퀴벌레 애호가’도 있다. 최근 국내에 번역된 『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리드리드출판)의 저자 야나기사와 시즈마. 그는 생물을 사랑하는 과학자로, 일본 시즈오카현 이와타시에 있는 류요 자연관찰공원의 곤충관에서 일하며 ‘바퀴벌레 전시’와 ‘바퀴벌레 인기 투표’ 등 이색적인 행사를 기획해 주목받았으며 다수의 신종 바퀴벌레를 발견해 발표하기도 했다.

스스로를 ‘바퀴벌레스트(바퀴벌레+ist, 바퀴벌레 전문가를 친근하게 표현하기 위해 고안한 말)’라고 칭하는 저자는 바퀴벌레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곤충 중에서도 크기가 큰 편이라 유독 미운털이 박힌 것” 같다고 추측한다. 그 외에도 사람들이 바퀴벌레를 싫어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까맣고 반들반들한 생김새,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 각종 끔찍한 괴담까지. 하지만 그가 생각하기에 바퀴벌레에 대한 혐오감은 과도하게 부풀려진 데가 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곤충관에서 개최한 마다가스카르바퀴를 만져 보는 체험 이벤트였다.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는 바퀴벌레는 집바퀴와는 전혀 다른 생김새를 지녔다. 날개가 없고 움직임이 둔하며 딱정벌레를 닮았다. 당시 체험에 참여한 한 아이가 손에 바퀴벌레를 얹으면서 곤충의 이름을 물었다. 평온하던 아이는 저자가 정체를 알려주자마자 소스라치면서 손에서 바퀴벌레를 털어냈다. 바퀴벌레라는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 없던 혐오감이 생긴 것이다.

물론, 실내에 출몰하는 바퀴벌레는 배수구, 싱크대 등 잡균이 많은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살모넬라균, 이질균, 티푸스균 등을 묻혀 와 퍼뜨리는 해충이다. 저자도 무조건 바퀴벌레를 죽이지 말자는 식의 주장을 펼치지는 않는다. 다만 막연한 두려움 이면의 오해와 무지를 지적한다.

‘죽는 순간에 알을 낳는다’, 바퀴벌레에 관한 대표적인 괴담이다. 이 괴담은 산란 전 지갑 모양의 알집을 한동안 꽁무니에 달고 다니는 바퀴벌레의 생태에서 기인했다. 알집을 달고 있는 바퀴벌레를 내리치거나 하면 알집이 어미의 배에서 떨어져 나가는데, 그 순간이 알을 낳는 장면처럼 보이는 것이다. 바퀴벌레가 실제로 알을 낳을 때는 훨씬 느린 속도라고 한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이면 주변에 100마리는 더 있다’는 괴담도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데, 항상 사실은 아니다. 강한 번식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아늑한 장소와 먹이를 찾아 사방을 돌아다니는 생물인 만큼 한 마리가 나왔다고 해서 과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필요는 없다.

또한 이 책에 따르면 바퀴벌레는 전 세계에 4,600종 이상 서식하고 있는데, 이중 집 안으로 들어오는 종은 극소수이며 위에 언급된 마다가스카르바퀴처럼 야생에 서식하는 종이 압도적으로 많다. 종류가 다양한 만큼 그 생김새도 각양각색이다. 아름다운 연둣빛을 띠는 바퀴벌레, 무당벌레를 닮은 동그스름한 바퀴벌레, 공벌레처럼 몸을 말 수 있는 바퀴벌레까지.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바퀴벌레가 우리에게는 해충이지만,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점이다. 잡식성으로 낙엽, 과일, 동물의 배설물, 균류 등 다양한 먹이를 섭취하고 배설하는 바퀴벌레는 자연의 ‘분해자’ 역할을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식물의 종자를 널리 퍼뜨리거나 다른 생물의 중요한 먹이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바퀴벌레를 막연히 불쾌하게 여기던 선입견을 깨고 정보를 알게 될수록 불필요한 두려움을 걷어 내고, 생물과 생태계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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