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에게 듣다] 차인표 “제2의 인생을 소설가로 살고자 합니다”
[명사에게 듣다] 차인표 “제2의 인생을 소설가로 살고자 합니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1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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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사냥』을 펴낸 차인표 [사진=최현식 PD]
『인어 사냥』을 펴낸 차인표 [사진=최현식 PD]

데뷔 29년 차 중견 배우 차인표의 또 다른 직업은 소설가다. 『오늘예보』, 『언젠가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본다면』(『잘 가요 언덕』의 개정판)에 이어 11년 만에 출간한 『인어 사냥』으로 지금까지 총 3개의 소설을 썼다. 소설가로서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역사적 상상력. “사실을 배제한 상상력은 모래로 성을 쌓는 것과 같다”는 모친의 조언에 따라 소설을 쓰기 전 여러 책을 살펴보고 연구하며, 역사를 들여다본다.

『인어 사냥』은 이런 그의 성향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구한말의 외딴섬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은 역사의 변곡점에 선 인간들의 욕망과 고민을 담아냈다.

소설의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다. 강원도의 한 외딴섬에 어부 박덕무와 그의 아내, 딸 영실, 아들 영득 이렇게 총 4명의 가족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의 아내가 급작스럽게 폐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비극적이게도 그 병이 딸에게도 찾아온다. 어쩔 줄 모르는 덕무 앞에 공 영감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알 수 없는 기름 한 방울을 먹이자, 영실은 잠깐 병이 낫는다. 깜짝 놀란 덕무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묻고, 공 영감은 인어를 죽여 만든 ‘인어 기름’이라고 말해주는데…. 산전수전 끝에 겨우 잡은 인어. 그러나 인어는 너무나도 영실을 닮았고, 그런 인어를 보며 덕무는 망설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망설인 사람이 과연 덕무 뿐이었을까. 소설은 끊임없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윤리적인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인어를 죽일지 말지 고민하는 덕무에게서 자연을 착취해 삶을 유지하고 문명을 발전시켰던 인간의 자화상이 보인다.

소설을 읽어본 독자들은 “재밌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특히 몰입감, 흡입력, 가독성에 후한 점수를 줬다. 배우로서 큰 성공을 이뤘던 차인표. 과연 그는 소설가로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독서신문>은 『인어 사냥』 펴낸 차인표를 만나 작품의 출간 배경과 세계관, 작가로서의 인생에 대해 물었다.

Q. 『인어사냥』, 소설가 차인표의 세 번째 작품이에요.

“이번 소설은 두 번째 소설 『오늘예보』를 쓴 뒤 11년 만에 내는 작품이었어요. 2020년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거의 2년 동안 집에서 강제로 독서를 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하도 많이 읽다 보니 다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거려서 쓰게 됐죠.”

Q. 이번 소설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요.

“사람이 어떤 일을 할 때는 항상 동기가 있잖아요. 저는 그 동기가 결국 질문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번 작품의 경우에는 이런 질문이 떠올랐어요. 세계 각국에는 저마다 설화들이 있는데, 어떤 이야기는 몇천 년을 거슬러 내려오고, 또 어떤 이야기는 없어질까. 그런데 살아남은 이야기 중에 용이라든지 몇 상상의 동물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왜 계속 회자될까. 특히 바다에 인접한 국가라면 어디든지 인어에 대한 이야기가 있죠. 우리나라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나 싶었는데 조선시대 문인이었던 유몽인이 쓴 『어우야담』에 딱 한 줄 나오더라고요. ‘조선의 한 어부에게 인어가 잡혔는데 흰 눈물을 비처럼 쏟으며 울었다’고. 그 문장을 보고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Q. 설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오천 년 넘는 역사를 지내온 우리 민족의 설화는 이민족의 외침이나 자연재해 등 고비가 있었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주인공들이 만들어졌어요. 이 설화의 인물들은 가상의 인물일지언정 역사를 증언하기 때문에 완벽한 허구는 아니에요. 반면, 역사가 짧은 미국 같은 경우에는 스탠 리라는 만화가가 이미 세계관을 만들어놓고 많은 캐릭터들을 탄생시켰거든요. 그런데 그것은 사실 완벽한 허구죠. 그리고 캐릭터를 상정해놓고 그때그때 역사적 상황에 끼워 맞췄어요. 그에 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우리 민족의 설화는 정말 매력적이죠. 이런 우리 민족의 설화를 하나씩 잘 끄집어 내서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나도 한몫했으면 좋겠다 싶었죠.”

[사진=최현식 PD]
[사진=최현식 PD]

Q. 대체로 독자들은 연예인이 쓴 소설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흡입력과 가독성이 뛰어나다는 반응이에요. 비결이 있나요.

“어떻게 보면 약간의 강박일 수도 있겠어요. 제가 책을 쓸 때 메시지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가독성’이에요. 왜냐하면 영화가 그렇거든요. 영화는 대부분 2시간 안에 끝나잖아요. 그런데 5분 안에 사람들이 영화에 몰입되지 않으면 그 영화는 실패했다고 보거든요. 책도 독자들이 3~4쪽 안에 결정할 것이다, 나는 그 안에 독자들이 생각해 볼 수 있을 만한 가치와 질문을 던져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템포가 빨라지는 면이 있죠. 물론 그게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하고요.”

Q. 이번 작품은 지금까지 출간한 소설 중에서 ‘인간다움’이나 ‘생명’에 대한 주제 의식이 가장 많이 들어간 작품이 아닐까 싶었어요. 이 주제와 인어라는 소재는 어떻게 연결됐나요?

“『어우야담』에서 잡힌 인어가 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는 문장을 보고 저는 우리 자연이 저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파괴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취하는 식으로 살잖아요. 그런데 자연이 인어라면, 자연에게 감정이 있다면, 우리를 어떤 감정으로 바라볼까, 저는 그물에 잡힌 인어가 눈물을 흘리듯이 인간을 바라보면서 저렇게 울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가 지금 대하고 있는 자연을 조금 대입해봤어요. 그런 와중에 사람들은 어떻게 삶을 바라보고 있을까 생각하며 각 인물도 생각했죠.”

Q. 그렇다면 공 영감과 덕무는 어떻게 대입할 수 있을까요.

“공 영감은 결국, 제 안에 있는 욕망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가장 깊숙이 있는 저 자신의 욕망이요. 악하게만 느껴지지만 그 삶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해볼 수도 있죠. 홀로 1200년을 살았는데 그 삶이 정녕 축복이었을까, 하고요. 반면, 덕무는 정말 구한말 우리 민족의 상황을 보여주는 인물이에요. 당시 조선은 국운이 쇠하는 가운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었잖아요. 그런 딜레마가 인어를 잡을지 말지 고민하는 덕무에게도 있죠.”

[사진=최현식 PD]
[사진=최현식 PD]

Q. 다소 잔혹한 장면을 담담하면서도 그대로 서술한 점이 작품의 특징인 것 같아요. 의도가 있었나요.

“좋은 질문입니다. 사실 그거 때문에 표현을 줄일까 말까 고민했는데, 저는 그대로 쓰기로 했어요. 독도 강치들이 인간에 의해 잔인하게 죽는 장면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그런 아픈 역사를 되려 불편하다는 이유로 짧게 되짚어보는 건 우리가 반성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일부러 없애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장면일수록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이 독자를 위한다면 마치 자신이 현장에 있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표현해줘야 하고요. 그래야 우리가 같은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할 수 있어요. 단순히 ‘많이 죽었다’고 말하면, 각자가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잖아요.”

Q. 평소에도 독서를 많이 하시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취미였는데, 코로나 시기에 더 많이 했어요”

Q. 주로 어떤 분야의 책을 읽었나요.

“저는 역사가 재밌어서 역사책을 많이 읽고요. 또 철학을 비롯해 많은 인문학 책을 봤고요.”

Q.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하면서 영감을 받았던 책이나 작가가 있다면요.

“30년 전 즈음, 대학생 때 존에프케네디 공항에서 소설 책을 하나 산 적 있어요. 그게 『타임 투 킬』이라는 책이에요. 존 그리샴이라는 작가가 쓴 소설인데, 이 사람의 원래 직업은 변호사예요. 사실 저는 소설은 타고난 재능을 가진 소설가가 쓰는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변호사가 소설을 썼다는 게 너무 신기한 거예요. 그 책을 읽었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존 그리샴은 지금 거의 일 년에 한 권 정도 책을 내서 30권을 낸 세계적인 소설가가 됐죠. 어떤 사람들은 존 그리샴의 소설이 거의 똑같다고 말하는데, 제가 봤을 때 한 사람이 30년 넘게 일관성 있게 책을 냈다는 건 대단한 거거든요. 저한테는 도전 의식이 생기더라고요. 저도 이제 나이가 들고 예전보다 일이 줄었으니까 저의 관심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나도 1년에 한 번이라도 꾸준하게 출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책을 내면 사람들은 ‘배우가 낸 것 치곤 재밌다 혹은 재미없다’고 반응하거든요. 그럴 수밖에 없죠. 제 주 직업이 배우니까요. 고정관념이 항상 붙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것을 조금이라도 작게 만들려면 존 그리샴처럼 작품을 꾸준하게 출간해서 이야기해 줘야죠.”

[사진=최현식 PD]
[사진=최현식 PD]

Q. 이 책의 작가 소개 첫 줄을 보면 ‘소설가, 배우’라고 되어 있어요. 굳이 소설가를 앞에 둔 이유도 있나요.

“제가 쓴 건 아닌데 만족해요. 제가 지금 56세인데, 소설가로서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준비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작품 활동을 할 겁니다.”

Q. 소설가 겸 배우로서 드리는 질문이에요. 만약 이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각 인물은 누가 연기했으면 좋을지 생각해 둔 배우가 있나요.

“재밌네요(웃음). 그런데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역할을 했으면 좋겠는지 생각을 해 본적은 없어서…. 아, 그 생각은 해봤다. 제가 이번에 영화를 하나 찍었거든요. 내년 개봉하는 <달짝지근해>라는 영화인데, 유해진 씨, 김희선 씨와 함께 출연해요. 10월 초 『인어 사냥』이 출간될 때쯤이 영화의 마지막 촬영을 할 때였는데, 촬영장에 해진 씨가 와서 얼굴을 딱 보는데, ‘어, 약간 박덕무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박덕무가 배에서 내려 걸어오는 듯한 느낌이…(웃음).”

Q. 소설가 차인표와 배우 차인표, 소설과 영화를 대할 때 마음가짐은 어떻게 다른가요.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연기를 잘해야 하겠지만, 가장 먼저 갖춰야 할 덕목의 1번은 협업이에요. 남들과 더불어 일할 때 저 사람들이 나를 환영할 만한 사람으로 보느냐가 중요하죠. 예절 바르고, 남들도 배려하고, 내가 맡은 역할을 충분히 인지해서 갈 수 있느냐 등. 결국은 팀플레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거기서 생기는 성취감이 있는 반면, 어느 정도 구속돼 있는 부분도 있죠.

반면, 소설을 쓸 때는 창작에서 느끼는 무한한 자유가 있지 않습니까. 내 마음대로니까요. 천 년 전을 혼자 여행하든, 이집트 피라미드 앞에서 낙타를 타고 다니든 내 생각 속이니까요. 그런데 외롭죠. 혼자만 있으니까.”

Q. 차기작에 대한 구상도 있나요.

“1년째 하고 있습니다.”

Q. 어떤 작품인가요.

“일단, 용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인어가 동서양에 어디에나 있는 것처럼 용도 그렇거든요. 지역으로는 유라시아 쪽이고, 시기에 있어서는 고려가 몽골의 침략을 받아 항쟁하던 1200년도 쯤. 그래서 그때에 관련한 책들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Q. 전작도 이번 작도, 그리고 앞으로의 작품도 민족의 수난사에 관한 이야기네요.

“역사는 항상 반복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역사를 잘 돌아보면 지금 이 시대에 사는 우리가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죠. 그리고 제가 첫 번째 소설을 쓸 때 저희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어머니는 ‘상상력은 중요하지만, 역사적 바탕이 없는 상상력은 사상누각’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저도 그 말에 동감해요. 어떤 설화 속 인물을 끄집어내더라도 당시의 역사적 사건이나 시대 배경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면 그냥 뿌옇게 있다가 사라지는 연기처럼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역사에 천착하는 거죠.”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인어 사냥』을 읽은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 해주세요.

“작가의 말에 썼듯이, 저는 이 책을 쓰고 났더니 제 욕망을 돌아보게 됐어요. 나라면 어떻게 할까. 인어를 먹으면 병이 낫고 천년을 산다는데 말이에요. 독자분들이 제 책을 읽어보고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면, 저는 만족하겠습니다.”

​[사진=최현식 PD]
​[사진=최현식 PD]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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