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 시대 산악은 하늘과 인간이 교통하는 신성한 곳으로 여겨졌다면, 근대 이전의 선인들은 산과 거리를 좁혀 산에서 정신력을 되찾고자 했다. 그리고 조선시대 문인들은 산놀이에서 일어나는 감흥을 시와 산문으로 적어 유산록(遊山錄)으로 펴냈다. 이 책은 조선 선비가 쓴 산행기 560여 편 중 65편을 엄선해 엮은 책이다. 한문학의 권위자 심경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선인들의 산수에 대한 탁월한 묘사와 교유 방식을 유려한 문장으로 번역했다. 도성 선비가 마흔 중반이 되어서야 오른 동네 뒷산에서부터 지금은 가 볼 수 없는 북녘의 명산까지, 그들의 눈에 비친 우리 산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자.
■ 산문기행
심경호 엮음 | 민음사 펴냄 | 808쪽 |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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