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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20세기 한국 역사에서 문제적인 여성으로 ‘심판’받았던 이력이 있다. 실제로 그녀들이 직접 쓴 삶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복잡한 심경을 느낄 때가 많았다.<5쪽>
모윤숙은 자기 자신을 설명해야 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스스로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은 일관되게 각종 스캔들과 연관되어 있었다. 스캔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모윤숙은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했다.<103쪽>
남성들의 세계에서 남성들과 함께 남성들의 일을 해내겠다고 결심했던 임영신은 자신의 삶을 글로 써내려가며 성공한 남성들로부터의 인정과 평가 자체를 ‘권력’으로 받아들인 스스로의 모습을 조금도 감추지 않았다. 임영신은 자신이 ‘여성인 자기 자신’을 혐오하고 있다는 사실을 끝내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것을 자서전에서 시인하고야 말았다.<170쪽>
“평생, 제 일은 생명”이라고 선언했던 이화림은 삶에서 ‘공부’로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한 여성 혁명가였다. 이제 그녀의 이야기가 ‘옳은 평가’를 받아야 할 때가 되었다.<239쪽>
자기서사를 만들 수 없었던, 혹은 자기서사를 의도적으로 포기했던 여성 사회주의자의 고뇌를 허정숙의 삶에서 읽어낼 수 있다. 비록 그 고뇌의 성격이 해방 이후 상당 부분 변질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살아남아 이야기했다.<270쪽>
[정리=송석주 기자]
『한국 근대 여성 지식인의 자기서사』
장영은 지음 | 오월의봄 펴냄 | 318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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