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러도 괜찮아 『미러볼 아래서』
서툴러도 괜찮아 『미러볼 아래서』
  • 채지은 대학생 기자
  • 승인 2021.12.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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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나에게만 불친절한 것 같은 시간이 있다. 소설 『미러볼 아래서』의 주인공 곽아엽에게도 그런 시간이 찾아왔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에 에어컨이 고장 났고, 다니던 회사에서는 부당하게 해고되었으며, 오랜 친구와의 관계는 어긋났다. 거기에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고양이 치니까지 사라져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얄미운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흘러갔다. 책 『미러볼 아래서』는 세상이 선사한 불친절 속에서 느리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아엽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엽은 관계에 서툴다. 어렸을 때 집을 나가버린 엄마는 자신 때문에 집을 나갔다고 믿었으며, 항상 싱글벙글인 아빠는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도 자신에게 어떤 생각을 들려주지도 않는 벽 같은 사람으로 느꼈다. 그렇게 아빠에 대한 마음이 닫혔고, 자신의 말은 들어주지도 않는 아빠가 춤이 좋다며 사 온 미러볼조차 싫었다. 학창 시절 자기소개를 할 때는 그때마다 새로운 배역을 정해야 하는 줄 알고 거짓말로 친구와의 관계를 시작했다. 그래서 아엽에게 관계란 늘 유효 기간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렇게 아엽은 항상 혼자였다.

하지만 아엽을 K.O패 시킨 세상이 뜻밖에 준 선물은 아엽이 그토록 어려워하던 사람이다. 출장비와 함께 약속된 3일이 지난 후에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고양이를 계속 찾는 고양이 탐정과 매일 길고양이의 밥을 챙겨주는 캣맘, 그리고 직업 훈련 프로그램에서 만난 병선을 통해 아엽은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관계에 대해 배운다.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한 아엽은 이제 혼자인 게 싫다. 새로 만난 사람과의 관계는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고, 어긋나버린 친구와의 관계도 소중하며 아빠 때문에 싫었던 미러볼이 조금 예쁜 것도 같다. 그렇게 세상에 치여 혼자 넘어졌던 아엽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느리지만 조금씩 일어서는 법을 배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관계란, 우리가 평생 풀어나가야 할 숙제일지도 모른다. 적당한 관심과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모두 다른 사람이기에 각자 느끼는 적당함의 정도도 다르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문제 속에서 우리는 소설 속 아엽처럼 헤매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다친 마음을 달래주고 우리를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것도 그 관계뿐임을 이 소설은 말하고 있다. 서툴러 찌그러진 나여도 다가와 줄 누군가가 있으니 혼자 있지 말라고. 넘어져 있는 나에게 일어나는 법을 가르쳐주고 손을 잡아 줄 누군가가 반드시 있다고 말이다.

[독서신문 채지은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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