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할 때 뇌 속을 들여다 봤더니…
게임할 때 뇌 속을 들여다 봤더니…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9.0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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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게이머(Grey gamer)’라는 용어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머리가 희끗한 중‧노년 층들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1980년대 당시 20대 청춘들이었던 이들은 전자오락실에서 게임을 즐겼다. 이후 게임은 젊은 세대 놀이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돌아온 너구리’와 ‘팩맨’ 등 고전 게임에서부터 요즘 유행하는 ‘배틀 그라운드’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거듭할수록 게임 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과거 게임은 청소년들의 일탈로 여겨졌다. 학생들이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엄마에게 등짝을 맞고 강제 귀가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게임은 차세대 소통 수단으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는 분위기다. 청소년들의 게임 문화를 규제하기보다 올바른 소비를 위해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높여가고 있다. 어른들이 모여 고스톱을 치던 명절 풍경도 이제는 같이 VR 게임을 하는 모습으로 바뀔지 모른다.

『게임하는 뇌』(몽스북)는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의 뇌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인지과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는 책이다. 국내 뇌인지과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이경민 서울대 교수와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 연구원팀이 썼다. 책은 게임의 치료 기능에 주목한다. 줄곧 사회 병폐의 원인으로 주목받던 게임은 ‘비디오 게임 세러피’라는 명칭으로까지 불리며 치료의 한 분과로도 논의되고 있다. 게임이 인간의 인지 저하를 예방하는 한편, 치매 환자들의 치료 가능성을 검토하자는 게 이 책의 기획 취지다.

이 교수는 “게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객관적이며 심도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며 “게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의 균형 잡힌 관점이 확대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책은 게임이 뇌 기능을 보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뇌 속을 들여다보면 게임이 어떻게 인지 기능을 살리는지 보인다. 뇌 안에는 시냅스(synapse)라는 연결 고리가 있다. 뇌세포들은 이 시냅스를 통해 소통한다. 평상시 뇌는 극히 일부만 사용되기 때문에 신경 세포 간 연결은 잠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을 하면 반복적인 자극에 노출되기 때문에 시냅스들은 계속 살게 된다. 게임은 숨어 있거나 억제됐던 시냅스들을 다시 발현시키거나, 연결망의 효율이 개선시키거나, 다른 새로운 시냅스를 만들기도 한다.

저자는 게임에 대한 그릇된 편견도 걷어낸다. 폭력적인 게임을 한다고 해서 폭력적인 행동의 답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게임과 폭력성에 관한 다수의 연구들은 폭력적인 게임의 내용이 게임 유저들의 공격성을 자극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2017년 독일 하노이 대학 실험 결과에 의하면 폭력적인 게임을 한 실험 집단과 그렇지 않은 게임을 한 실험 집단의 비교 결과 뇌 활성화 부위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2019년 서울대 자체설문에 따르면 서울대생중 절반이 넘는 수(61.5%)가 고교 때 게임을 했다고 답했다. 결국 문제는 자기 통제력이었다.

최근 정부는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제한하던 ‘셧다운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청소년들의 자기결정권과 가정 내 교육권을 보장하면서 ‘게임 시간 선택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게임을 대하는 여론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관건은 ‘어떻게 규제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조절하느냐’이다.

저자는 “일이나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절하게 게임을 소비하는 것이 관건인데, 문제는 이러한 시간 자원을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자기 통제 능력 혹은 기회 비용 조절 능력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청소년기까지는 대체로 이 능력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보호자가 같이 게임을 하면서 이러한 능력을 길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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