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어가는 요즘, 점점 또렷해지는 일교차와 미세먼지로 인해 호된 봄맞이를 하고 있다. 가족들이 깨나기 전 잠시 보일러를 떼고, 창문의 열린 틈을 확인하고, 주전자에 수시로 차를 끓여 내며 집안의 온기를 사수하려 애를 쓴다. 비염이 있는 식구들에게 아침의 찬 공기와 미세먼지는 피해야 할 대상 1호이기 때문이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역시 자만이 문제였다. ‘나는 비염이 없으니 괜찮아’라며 호기롭게 아침 산책을 다녔다. 그 결과 우습게도 ‘비염 없는’ 나만 고뿔이 들어 연신 코를 풀며 고생을 했다.
하지만 스마트 폰이 방전되었다고 고장이 난 건 아니다. 열심히 살다 보니 충전이 필요하다고 몸과 마음이 힌트를 주는 것이다. 그간 심각한 번아웃을 몇 번 겪었기에 ‘기분 좋은 삶을 살자’ 단단히 마음먹는다.
그런 결심이 서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지만, 가족과의 일상은 물론 스스로 ‘이런 모습이고 싶다’ 생각한 모습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흐뭇한 요즘이다.

그 중심에는 ‘아침 루틴’이 있다. 요즘 나는 5시 30분에 일어나 기도 메이트와 기상 인증을 하고 새벽 기도를 한다. 아이는 7시쯤 일어나 이불을 개고는 해 뜨는 동쪽을 향해 서서 만세~하듯 두 팔을 높이 들고 슈퍼맨 자세를 한다. 그 자세로 ‘오늘도 좋은 하루!’ 외치며 힘차게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슈퍼맨 자세+좋은 말>. 이게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스트레칭이 되는 데다 좋은 호르몬의 방출을 촉진해 힘과 자신감이 솟게 한다고.
아이가 방에서 나오면 온순한 아침 햇살 아래서 각자 책을 읽으며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한다.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평온한 아침이다. 아침 특유의 말간 정적과 잠이 덜 깬 아이의 책 뒤채는 소리, 그리고 보글보글 주전자에 물 끓는 소리... 이 아침 루틴을 아이도 나도 좋아해서 반년 넘게 지속 중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건 아니다. 사춘기 아이와 고즈넉한 아침을 갖기 위해 가장 오래전부터 실천한 건 다름 아닌 ‘이불 정리’였다. 아이 서너 살 무렵부터 자고 일어난 자리는 스스로 정리하게 가르쳤다. 작은 아기 이불을 딱 반으로 접어두는 것부터 시작했더니, 차차 습관으로 굳어졌다. 물론 그 습관 하나를 들이기 위해 한여름에 팔이 빠지도록 이불을 펄럭이며 놀아주기도 했고, 이불 개기에 관한 책도 여럿 읽어주었다. 이불 한 번 개는데 1시간 동안 장난을 치던 아이. 그 아이는 이제 아무리 바빠도 자기가 덮고 잔 이불은 스스로 정리하는 소년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쯤은 선심 쓰듯 엄마아빠의 이불도 정리해 주는.
좋은 습관은 또 다른 좋은 습관을 부른다는 말이 있다. 그렇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불 정리는 많은 힘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는 가성비 좋은 활동이었던 것 같다.
습관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배우고, 또 익힐 수 있었다. 나쁜 습관은 몸에 빨리 배지만 좋은 습관은 그렇지 못하지 않던가. 몇 번 해보고 쉽게 포기하지 말기를 응원한다. 시간이 지나며 아이는 점차 곱고 반듯하게 이불을 갤 수 있게 될 테니. 어쩌면 예술가라도 된 듯 ‘내가 이렇게 근사한 걸 만들 수 있네’라는 만족감까지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

세상이 온통 바쁘고 혼란한 지금. 이때는 내가 통제하고 집중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기상-이불 정리-아침 독서가 루틴화 된 아이는 주말에도 방학에도 늦잠을 자지 않는다. 늘 해오던 루틴을 묵묵히 따를 뿐이다. ‘이부자리가 말끔히 정돈되어 있으면 내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스르르 알아챈 것이다. 엄마의 호들갑 넘치는 물개박수 또한 한몫을 단단히 했을 테고.
무엇보다도 아침 햇살의 공이 크다. 하루 중에서도 아침 햇살은 특별하지 않던가. 수많은 생명의 하루를 품은 채 두 번 다시는 오지 않을 그 햇살 아래서 아이와 이불을 개며 시작하는 아침. 사랑할 수밖에.

■작가 소개 | 스미레(이연진)
『내향 육아』, 『취향 육아』 저자. 자연 육아, 책 육아하는 엄마이자 에세이스트. 아이의 육아법과 간결한 살림살이, 마음을 담아 밥을 짓고 글을 짓는 엄마 에세이로 SNS에서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