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와 소설의 경계를 허무는, 시인 조시현의 첫 소설집. 메타소설인 수록작 「‘월간 코스모스’ 6월호, 특집: 외계 문학」에서 ‘작가는 역시 사랑을 발굴하는 직업’이라고 표현한 대로,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사랑을 기어코 발굴해 낸다. 사랑 따위는 없고 깊은 어둠이 장악한 것처럼 보이는 바로 그 세계에서. 예컨대 단편 「어스」 속 안나는 “언제나 더 나은 것을 선택할 수 있어서 인간”이라고 말한다. 인류의 ‘선택’이 어느 방향을 향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보아야 할 것을 똑바로 보고 말해야 할 것을 분명히 말할 것’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초점을 맞춰야 할 곳에 정확히 맞추는 방법을 안내하는 이야기들.
■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
조시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 432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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