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저자] 서민 교수 "기생충 비주얼 좋아 박물관 만들어도 흥행 보장"
[이 저자] 서민 교수 "기생충 비주얼 좋아 박물관 만들어도 흥행 보장"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6.06.15 1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생충 콘서트』저자 서민 교수 이메일 인터뷰…"기생충 없앤 뒤 알레르기 증가, 다시보자 기생충"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기생충을 연구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책을 두 권씩이나 내고, 그것도 모자라 기생충박물관을 세우겠다고 하니 참 별나다 싶었다. 그러나 그에게 그렇게 가깝고 친근한 기생충이 사실 우리에게도 그렇게 혐오스러운 것은 아님을 알게 됐다.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가 큰 도움이 됐다. 우리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서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기생충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매우 심하다. 과거엔 배가 아프면 무조건 기생충 탓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생충이 없어진 뒤 알레르기가 증가했다고 한다. 기생충이 미래엔 알레르기 예방제로 쓰일 수도 있다고 서 교수는 말한다.

서 교수는 솔직하다. 기생충 책 낸 게 사실은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보려고 했다는 것. 절반은 성공했다. 나머지 절반의 성공은 기생충박물관을 지으면 이뤄 질 것 같다. 다음은 서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

- 출생지, 자라난 곳, 출신학교, 그리고 현재 하시는 일 소개를

"출생지는 전남 광주입니다. 검사셨던 아버지가 거기 근무하시다 저를 낳으셨고요, 그 후 속초로 옮기셔서 거기서 몇 년 살다가 네 살 근처에 서울로 왔습니다. 그 후 초등학교부터 다 서울서 나왔습니다. 현재 하는 일은 기생충을 가르치고, 또 연구하는 일을 합니다. 2013년 방송에 나간 뒤 인지도가 높아져서 외부 활동이 좀 늘어나긴 했습니다만, 기생충학자라는 본분은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 연구실에서 서민 교수
- 기생충을 연구하다니,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기생충 연구에 뜻을 두셨나요

"기생충 연구를 한다고 하면 다들 특이하다고 합니다. 그건 기생충연구가 정확히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행히 학생 때 기생충학교수 밑에서 3주간 기생충학이 정확히 뭘 하는지 알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때 본 기생충학은 정말 매력있는 학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저 말고도 의대 나오신 분들 중 기생충학 하시는 분들이 꽤 있는데, 한번 접해보면 다들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기생충 콘서트』 책을 보면 흥미롭고 독특한 세계를 보게 됩니다. 앞서 『기생충 열전』에 이어 두 번째 책인데요, 책을 내신 동기나 의미는요?

"사람들이 기생충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게 많아서 그 편견을 고쳐보고자 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이유는 제가 떠보려는 마음이 컸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게 오랜 꿈이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쓸만한 콘텐츠가 기생충 관련 내용밖에 없잖습니까. 그래서 썼지요.
기생충콘서트는 좀 다릅니다. 기생충열전에서 다룬 기생충이 25종 정도 되는데, 거기서 못다룬 기생충들이 있었어요. 그 나머지 기생충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지요. 다행히 기생충열전이 잘 팔려서 이번엔 정말 판매에 욕심없이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 ‘기생충에 관대한 사회가 돼야 한다’는 외침은 무슨 뜻인가요

"우리나라가 기생충에 대한 편견이 심한 나라입니다. 밥먹어도 계속 배가 고프면 기생충이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어쩌다 기생충에 걸리기라도 하면 큰 충격을 받거든요. 봄가을로 구충제를 먹는 사람이 아직도 꽤 많고요. 근데 기생충은 생각보다 해가 별로 없어요. 메르스 이런 거랑 그 해악에서 비교도 안되고, 독감이나 기타 바이러스. 세균 질환에 비해 증상이 없다시피합니다. 게다가 기생충이 거의 멸종하다시피 했는데 아직도 기생충을 그렇게 미워하는 게 좀 안타깝더라고요.
책에도 소개됐지만 기생충망상증이라는 병도 있지 않습니까. 기생충을 미워하는 건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아요. 이제는 기생충을 인류에 유익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당장 기생충이 없어진 뒤 알레르기가 증가했잖아요. 기생충이 미래엔 알레르기 예방제로 쓰일 수도 있습니다."

- 기생충은 박멸의 대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기생충에 한 번도 감염된 적이 없어 부끄럽다는 건 또 무슨 말씀인가요

"기생충 한두마리 있다고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자, 라고 떠들고 다녔더니 어느 분이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그럼 너는 몸에 키우고 있는 기생충이 있느냐고. 그 얘길 들으니까 부끄럽더라고요. 좀 억울한 건, 제가 기생충에 걸리려고 노력을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환경에선 걸리기 어렵다는 겁니다."

 
- 우리나라 기생충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책을 보니 일본 학자나 중국 학자는 노벨상을 받기도 했습니다만…

"기생충연구는 그 나라의 기생충감염률이 5% 이하로 떨어진 순간 시작됩니다. 우리나라도 연구다운 연구를 하게 된 건 1990년대부터고요, 그 이후 장족의 발전을 했지요. 세계 유수의 기생충학술지에 우리나라 학자들이 논문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라는 건 경제수준과 밀접한 연관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등 소위 선진국이 기생충 연구도 더 잘합니다. 노벨과학상은 그 나라의 연구수준을 반영하니, 노벨상도 그 나라들이 가져갈 수밖에 없죠. 기생충학에서 노벨상이 나온 건 총 4번인데, 전부 말라리아를 가지고 연구한 거예요. 근데 말라리아 연구가 결코 쉽지 않아요. 선진국들은 저만큼 앞서 가 있고, 투입될 수 있는 돈과 인력이 많으니 유리할 수밖에 없어요. 말라리아 연구가 한두명이 하긴 어렵거든요.
말라리아 백신을 만들면 노벨상도 가능해 보이는데, 여기에 관해 논문이 나오는 걸 보면 저자가 대개 20명이 넘습니다. 그것도 다 박사급으로요. 우리나라 교수 수가 총 50명이 안되는데, 모두가 말라리아 연구를 하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선 좀 어려울 것 같아요."

- 기생충이 꼭 나쁘고 매우 불량한 것으로만 알고 있던 독자들에겐 분명 새로운 시각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기생충학의 문제가 바로 노쇠화입니다. 기생충이 없어지니까 기생충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거든요. 최근 20년간 의대 출신으로 기생충학을 전공한 학자가 딱 한명 있어요. 그러다보니 교수들도 대개 50, 60대로, 10년만 지나면 거의 멸종할 위기입니다. 제가 기생충학이 재미있고 해볼만한 학문이다, 라고 외치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이, 제 책을 읽고 기생충학을 하겠다고 메일을 보내온 학생들이 몇 있어요.
이들이 진짜로 기생충학을 할지는 모르지만, 학생 100명이 관심을 가지면 그 중 한두명은 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제가 아주 뛰어난 논문을 쓰진 못해도 이 정도면 기생충학자로서 제 역할은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동물 기생충 연구가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독자들을 위해 한 말씀

"원래 기생충은 동물에 있다가 사람으로 건너왔어요. 지금도 그런 일이 가끔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동물 기생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동물기생충은 그 숫자도 어마어마하고, 지금도 야생동물엔 기생충이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동물기생충 연구하는 사람들도 필요한데, 의대가 주축이 된 우리나라 기생충학계는 동물기생충을 별로 연구하지 않아요. 소위 말하는 자연대, 생물학과 등에서 동물기생충을 연구하고 저희랑 긴밀하게 협력하면 좋지 않겠어요? 그래서 그렇게 말한 겁니다."

- 기생충박물관을 세우는 게 꿈이라고 하셨는데, 기생충박물관은 어떻게 꾸밀 생각인가요

"기생충이 워낙 비주얼이 좋기 때문에 기생충들만 갖다놔도 흥행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아이들이 주말이면 갈 곳이 없어요. 우리나라가 자연사박물관이 거의 없다시피하잖아요. 전쟁박물관 가서 탱크를 보면서 군인의 꿈을 키우는 것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과학자의 꿈을 키울 곳이 없거든요.
기생충박물관은 좋은 대안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샘플을 어떻게 모으느냐는 거죠. 사람에서 기생충이 별로 안나오는지라 각 대학에서 얻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으니 외국서 구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게 굉장히 일이 많습니다만."

은어가 기생충 염려 없다고요?

섬진강 탐진강은 은어 천국이다. 그런데 은어엔 요코가와흡층이라는 기생충이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20~70% 정도 이 디스토마에 걸려 있다. 그 중 한명에게는 요코가와흡충이 63,587마리가 나오기도 했다. 6만 마리나 몸 속에 넣고 산 이 사람은 정상적인 삶을 영위했을까. 놀랍게도 이 환자 증세는 약간 배가 아플까 말까 하는 게 고작이었다.

1982년 보고에 따르면 남해안산 은어는 100% 유충에 감염돼 있다. 한 마리당 유충 개수는 14,308개였다 .동해안 은어 감염률은 42%애 마리당 개수는 721마리. 감염량이 줄고 있는 추세다. 이는 하천이 오염되면서 은어가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은어는 아주 깨끗한 물에서만 살기 때문에 기생충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었고 바위틈의 이끼만 먹기 때문에 살점에서 은은한 수박향이 났다' 요코가와흡충의 제1중간숙주인 다슬기도 개끗한 물에서만 살아 오염에 취약하다. '깨끗한 물, 은어, 요코가와흡충' 조합과 '더러운 물, 죽은 은어, 기생충 걱정 없는 사람들'조합 중 어느게 좋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43~45쪽 발췌 정리> 

 고래회충이 위벽을 뚫는다고요?

2015년 3월 KBS 9시뉴스에 '위벽 뚫는 고래회충, 생선 섭취 주의'라는 제목의 뉴스는 시청자에게 회를 먹지 말라고 대놓고 얘기하고 있었다.

낚시꾼이 갓 잡은 망상어 안에 5센티 붉은 벌레가 꿈틀거리는 광경은 회맛을 달아나가할 수밖에 없다. 기자는 이 고래회충이 사람에게 들어오면 위벽을 뚫는 등 말썽을 부리며 약도 듣지 않는다고 말한다.

내과 의사는 회를 가급적 익혀 먹으라고 조언한다. 익혀 먹으면 그게 어디 회인가? 어쨌든 횟집 손님은 격감했다. 일주일 뒤 방송은 '신선한 회는 괜찮다'고 진화했지만 파장은 오래 갔다. 사람이 고래회충을 삼키면 유충은 위로 가는데 위산이 분비되며 이 회충은 위벽에 머리를 박는다. 이 걸 위벽을 뚫는다고 과장한 것이다.

이는 쉽게 내시경을 통해 끄집어 낼 수 있다. 즉, 약도 없다라는 표현대신 내시경으로 쉽게 치료된다라는게 훨씬 정확한 표현이다. 정 아프면 수액만 먹으면서 며칠 굶으면 된다. 자연히 유충은 죽어 나온다. <127~134쪽 발췌 정리>

▲ 서민 교수는 '기생충에게 관대한 사회를 위해' TV에 출연하기도 했다.
- 기생충 망상증 부문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재미있는 사례 한 가지만 소개를

"재미있다기보단 좀 안타까운 사연인데요, 건설 쪽 일을 하는 사장님이 인도네시아에서 온 목재를 손으로 만져요. 그 전에도 숱하게 만졌겠지만 이번엔 느낌이 좀 이상했다고 합니다. 그 뒤 그 사장님은 온몸에 벌레가 기어간다는 망상에 시달리게 됐고, 그 뒤 일년째 집에 못들어가고 여관에서 생활합니다. 가족에게 전염시킬까봐요. 게다가 머릿니에 쓰는 린단이라는 약을 이틀에 한번씩 몸에 바른답니다. 그게 독성이 굉장히 심하거든요. 그걸 쓰는 것만으로도 신경계 부작용으로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이 더 심해질 수 있는데, 그분은 “린단을 하는 날은 조금 증상이 좋아진다”라고 하세요. 제가 아무리 잘 설명해도 그분의 증상을 없앨 수는 없었어요. 암에 걸려도 치료되면 일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는데, 이분은 가족과 사회로부터 거의 격리됐으니 안타깝지요."

- 기생충학자라고 하면 좀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법 합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지금은 기생충학자라고 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제 공로도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그전엔 장난 아니었어요. 기생충학 한다고 하면 기생충이요? 이러면서 막 웃고 난리였습니다. 절 아주 이상하게 보더라고요. 특히 소개팅할 때 그런 일이 많았습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이 길을 택한 게 후회되기도 했죠."

- 독서신문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책이 널리 읽히려면 그 중간에서 매개 역할을 해주는 독서신문이 잘돼야 합니다. 이번 호를 읽지 않았다면 <기생충콘서트>라는 훌륭한 책이 있는지 우리가 몰랐을 거 아닙니까? ^^ 독서신문에 관심을 가져줍시다."

- 기생충에게 한 마디 하신다면
"기생충들아, 넌 내 은인이다. 논문의 재료가 돼줬고, 내가 뜨는 데도 일등공신이잖니. 고맙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