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언젠가 우리가 일흔이 됐을 때, 단 여섯 단어로 본인의 인생을 정리해보라는 과제를 받는다면 무엇으로 그 여섯 단어를 채울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학사, 석사, 박사, 교수, 정년, 노후’일 것이다. 다른 사람은 ‘사원, 대리, 과장, 부장, 임원, 노후’, 또 다른 사람은 ‘월급, 주식, 부동산, 이자, 정년, 노후’, 또 다른 사람은 ‘애인, 결혼, 자식, 손자, 노후’, 또 다른 사람은 ‘벤처, 소기업,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노후’….
그렇다면 역사상 가장 현명한 사람 중 하나로 꼽히는 공자는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까. 아마 ‘지우학, 이립, 불혹, 지천명, 이순, 종심’이 아닐까. 언젠가 이렇게 말했으니까.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에 확고하게 섰으며, 마흔에는 의혹이 없었고, 쉰에는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에는 모든 소리에 통하고, 일흔에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의 인생이 ‘사원, 대리, 과장, 부장, 임원, 노후’라는 말로 정리된다면, 그 사람은 진정 자신의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남이 만들어놓은 단어들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 넣고 자신의 인생을 살았다고 해봐야 그런 인생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에 비해 공자의 여섯 단어에는 빈칸이 많다. 공자는 과연 무엇에 확고하게 섰으며, 무엇에 의혹이 없었고, 천명은 또 뭐였을까. 그 빈칸 곳곳에 공자는 누구와도 다른 자신만의 인생을 담았으리라.
소위 ‘멀티 페르소나’ 시대라고 한다. 개인이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다는 말인데, 이는 뒤집어 생각하면 정체성이 없다는 말과 같다. 혹자는 MBTI 검사 등 각종 ‘검사’들이 유행인 이유가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나’를 찾으려는 노력이 화두인 시대. 진정한 지혜는 변색하지 않는다. 그러한 지혜는 오히려 위기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정체성 위기의 시대, 수천 년을 건너온 공자의 말은 따라서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공자의 말』
최종엽 지음│읽고싶은책 펴냄│280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