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경주시의 日 자매결연 도시 지원은 ‘친일’?... “혹 빗나간 열정은 아닌지”
‘코로나19’ 경주시의 日 자매결연 도시 지원은 ‘친일’?... “혹 빗나간 열정은 아닌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5.26 13:03
  • 댓글 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낙영 경주시장. [사진=주낙영 시장 페이스북]
주낙영 경주시장. [사진=주낙영 시장 페이스북]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일본인에 대한 증오감과 복수욕이 한국인들의 가슴속에서 불탈수록 애국심은 그들의 가슴속에 커져 가고 있습니다. 일본 군대와 경찰이 지나간 곳은 어디에나 황폐뿐입니다. 그들은 마을들을 불태우고, 죄인을 찾을 수 없을 때에 일반인들이 혐의를 받게 됩니다. 이러한 수단 때문에 국토는 한국인들의 해골로 덮여 있습니다” - 독립운동 단체 ‘성명회’가 1910년 발표한 「선언서」 중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흔히 ‘애증’(愛憎)이란 단어로 표현된다. 문화·경제적으로 교류가 빈번한 최인접국이긴 하지만, 35년간(일제 강점기) 감내해야 했던 설욕과 치욕 탓인지 애정보다는 증오의 감정이 더 선명한 것이 사실이다. 오죽하면 1954년 3월 7일,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벌어진 일본과의 축구 경기에 임하면서 당시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유형 감독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일본을 이기지 못하면 선수단 모두가 현해탄에 몸을 던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1승 1무를 기록해 일본을 꺾고 스위스 월드컵에 진출했다.

죄 없이 매 맞고, 전쟁에 끌려나가 피 흘리고, 수많은 아녀자가 위안부로 끌려가 농락당한 아픔을 지닌 한국에 대해 일본이 늦게나마 반성의 태도를 보이면 좋으련만, 아베 정부는 식민 지배에서 벌어진 잔혹한 역사를 부정함과 동시에 일본 내 반일 감정을 조장하면서 한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우리 대법원의 일본 전범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빌미로 대한(對韓) 수출규제 조치를 내려 반일 감정에 다시금 기름을 끼얹은 바 있다.

일본 나카가와 겐 나라시장이 경북 경주시가 보낸 방역물품을 받은 후 '감사합니다'란 팻말을 들고 서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본 나카가와 겐 나라시장이 경북 경주시가 보낸 방역물품을 받은 후 '감사합니다'란 팻말을 들고 서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주낙영 경주시장이 친일 논란에 휩싸였다.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 나라시와 교토시에 각각 방호복 1,200세트와 방호용 안경 1,000개씩을 지원했기 때문인데, 온라인상에는 주 시장을 ‘친일파’에 빗대어 비판하는 댓글이 즐비하게 올랐고, ‘경주시장 주낙영의 해임건의를 간곡히 청원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6일 오전 기준으로 8만3,0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2일 주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원과 관련해 엄청난 비난과 공격에 시달렸다. 반일 감정이 팽배한 이 시점에 굳이 그런 일을 했느냐는 비판은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2016년 경주 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을 때 우리는 일본을 비롯한 해외 자매·우호도시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번 방역물품 지원은 상호주의 원칙하에 지원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일본이 비닐 방역복과 플라스틱 고글이 없어 검사를 제때 못 하고 있다. 이럴 때 대승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문화대국인 우리의 아량이고 진정으로 일본을 이기는 길이 아닐까요?”라고 이해를 요청했다. 경주시에 따르면 나라시는 1998년 태풍 ‘애니’로 큰 피해를 본 경주시에 시민 성금 1,290만엔(약 1억5,000만원)을 전달했고, 경주시에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2016년에는 나라시건축사회에서 성금 20만6,000엔(약 240만원)을 보내왔다.

이런 인도주의적 지원은 사실 국가 간에 늘 있어왔던 일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다수의 지방자치단체가 자매결연을 맺은 중국 도시에 방역물품을 보낸 바 있고, 최근에는 정부 차원에서 과거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국가 대상으로 방역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실 한국전쟁에 초점을 맞출 경우 1·4후퇴(한국전쟁 당시 중공군 개입으로 연합(한국)군이 서울 이남 지역까지 후퇴한 사건) 등을 야기한 중국을 배제해야 맞지만, 정부 차원에서 진행된 ‘중국 돕기’에 대한 반발 여론은 지금의 일본보다 크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전쟁 당시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위한 목적이 컸지만) 군수 물자를 생산·보급해 연합군을 지원했는데, 그런 상황은 이번 지원에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일본을 향한 반(反)정서가 그만큼 크다는 말.

사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일본을 지원한다는 주 시장의 주장은 도덕적 관점에서 틀렸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 (중앙) 정부의 행태가 일본 국민(일부 지방자치단체 포함)의 통일된 뜻이라 보기 어렵고, 일본 정부가 미워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선량한 일본인을 못 본 체하는 태도를 도덕적으로 올바르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은 북한 정권 몰락을 위해 인도주의적 지원조차 철저히 끊어야 한다는 주장과도 맥을 같이하는데, 북한을 오가는 한 인사는 “일반 북한 주민의 참혹한 실상은 눈 뜨고 못 볼 지경이다. 잘못은 지도부가 했는데, 그 대가는 수십 년째 힘없는 주민들이 치르고 있고, 정작 정권은 무너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토로한다.

물론 일각의 비판도 일리가 없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모처럼 주도권을 쥔 정부가 일본과 벌이는 ‘밀당’에서 단일한 목소리를 내야 힘이 실리는데, 경주시의 독자 행동으로 압박력이 떨어진다는 것.

어려운 문제다. 조선 시대 선비처럼 원리원칙을 내세우며 일본과 기 싸움을 벌이는 중앙정부의 힘을 빠지게 하는 것도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전쟁 난리통에도 이뤄졌던 인도적 지원을 마냥 문제 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역사 강사 최태성은 책 『역사의 쓸모』에서 “상복을 입는 기간에 대한 논쟁이었던 예송은 현종 재위 기간 내내 지속됐는데 그로부터 약 350년이 흐른 지금, 예송을 바라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백성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잘난 양반끼리 대단한 기 싸움을 벌였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라며 “갈등은 당연한 것이고 뜨거움도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뜨거움이 혹시 빗나간 열정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25일 경주시는 결국 일본에 대한 추가 지원을 취소했다. 다만 주 시장은 “해외자매도시 방역물품 지원이 뭐 그리 대단한 잘못인지 모르겠다”며 “저를 여러가지 이유에서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은 좋지만 경주시와 경주시민 전체를 모욕하지는 말아달라”고 말했다. ‘일본에 대한 원조=친일파’로 비판받는 상황. 관점에 따라 옳고 그름을 논할 순 있지만, 인도적 지원 자체를 ‘친일’로 매도하는 행동... 어쩌면 그건 ‘과도한 열정’ 혹은 ‘잘못된 열정’일 수 있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5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아무도반박못함ㅋㅋ 2020-05-27 01:53:15
아니 그럼 논리적으로 반박을 해봐 ㅋㅋㅋㅋ 부들대면서 그게 친일이야 거리지 말고 ㅋㅋ 좌파들이 겁나 벙신같은 게 우파는 일본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미국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본하고 어느정도는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건데 그걸 이해를 못 함ㅋㅋㅋㅋ 그렇게 따지면 니넨 종북 공산주의 세력들이냐? 북한 중국 좋아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로남불 클라쓰~ ㅋ

그게친일이야 2020-05-26 21:48:44
아직도 모르겠냐?
그게 친일이야

김영준 2020-05-26 15:33:09
진심 친일파 기사들이 많죠 !
정신나간 사람들

해임청원 2020-05-26 13:57:53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9150
경주시장 해임건의

거짓싫어요 2020-05-26 13:18:46
일본의 문화식민지화된 기자들이 너무 많다.
빨리 식민지화된 기자들 대한독립 시키기 위해
언론개혁 정말 시급하다. 친일파 기자들이 싫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