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학생이 교사를 이길 수 있는 학문
[책 속 명문장] 학생이 교사를 이길 수 있는 학문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4.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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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물론 세상의 모든 수학으로 떠나는 여행이 편안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가끔은 놀이동산에서 기구를 탄 것 같은 아찔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열심히 머리를 써야 할 테니 각오하자! 수학적 세계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려면 이 시간만큼은 끈질기게 매달려야 한다. 하지만 트레일 경주나 축구 시합을 준비하느라 훈련할 때도 역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가? 단언하건대, 이 여행은 충분히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수학 예찬』에서 수학을 산행에 비유한다. “오르는 길은 길고 힘겹다. (중략) 땀이 나고 고통스럽지만, 일단 정상에 오르면 그 보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정말이다.” 나도 같은 말을 하고 싶다. <10~11쪽> 

이슬람 교리에 따르면 신도들은 메카를 바라보고 기도해야 한다. 이 규율은 엄밀한 의미로, 그러니까 ‘메카를 바라보는 최단 직선 방향’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여기에서 비행기 항로와 연관된 문제가 다시 제기된다. 무슬림이 아라비아 반도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어느 방향으로 무릎을 꿇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 지도를 신뢰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캐나다에서는 남동쪽이 아니라 북동쪽을 향해 기도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러니 어째서 무슬림들이 자신이 있는 곳에 따라 기도할 방향을 알기 위해 나침반이 내장된 휴대전화의 메카 방향 찾기 기능이나 컴퓨터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지 이해할 수 있다. <68쪽> 

수학의 증명 수립 원칙에는 권위라는 논거가 끼어들 자리가 없다. 수학은 학생이 가끔 교사를 이길 수 있는 분야고 교사는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없다. 증명은 모두에게 요구되는 일이며, 이 원칙을 보장하기 위해 판관이 권위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수학은 이미 그 안에 도덕성을 내재하고 있다. 수학을 함으로써 일종의 지적인 청렴함에 익숙해지지만, 그렇다고 오류를 전혀 범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반대로 오류를 범한 예는 무수히 많다. <299쪽> 

그날이 오면, 당신의 가장 내밀한 사생활이 노출되고, 당신 건강에 중요한 기기들이 위험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인터넷으로 연결된 환약 용기(프랑스어로 pilulier, 영어로 pill organizer)나 혈압 측정기가 당신의 의사에게 잘못된 정보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크래커들의 상상력은 무한한 만큼 그들은 병원이나 의사, 환자에게 필요한 건강 기기를 고장 낸다고 협박하여 돈을 갈취해낼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낼 것이다. 지나치게 암울한 미래를 제시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물 인터넷으로 우리가 새로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417쪽> 

『세상의 모든 수학』
에르베 레닝 지음 | 이정은 옮김 | 다산사이언스 펴냄│464쪽│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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