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조지 오웰 생의 냄새를 좇다 『오웰의 코』
[포토인북] 조지 오웰 생의 냄새를 좇다 『오웰의 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3.1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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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2012년 후각 기능을 상실한 영국의 문학 평론가 존 서덜랜드. 그는 후각을 잃어가는 과정 속에서 오웰의 작품에 천착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오웰의 글에서 지독하리만치 생생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서덜랜드는 편집증적인 성실성이 어우러진 문학 비평을 통해 오웰이란 인물 생의 냄새는 맡았고, 그 결과물을 이 책에 담았다. 조지 오웰의 삶과 작품에 서린 독특한 냄새의 흔적을 좇는 긴 여정이 펼쳐진다. 

오웰의 우상이었던 헨리 밀러. 
오웰의 우상이었던 헨리 밀러. 

냄새에 대한 오웰의 강박 덕분에 기묘한 문화적 동지애가 형성됐다. 주요 인물은 스위프트, 살바도르 달리(오웰이 글쓰기 대상으로 삼았던 유일한 화가) 그리고 헨리 밀러였다. (중략) 오웰이 주로 끌렸던 것은 포르노그래피(당시 규정에 따르자면 그랬다. 밀러는 이제 미국의 고전 문학으로 분류된다)가 아니라, 『회귀선』 첫 작품의 매혹적인 두 번째 문장부터 이어지는 프랑스의 흥미로운 악취에 대한 감각적 향연이었다. (중략) 오웰은 감별력이 각별한 뛰어난 후각을 타고났다. 그는 어떤 향이든 그 원료를 명확히 서술하고 구별해 내는 비글의 희귀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24~26쪽> 

'호라이즌' 사무실에서 근무 중인 유스턴 거리의 비너스 소니아 오웰. 
'호라이즌' 사무실에서 근무 중인 유스턴 거리의 비너스 소니아 오웰. 

소니아는 오웰이 건강할 때는 연인으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저 사람과 일생에 한 번이면 족하다"라는 입장이었다. 여러 가지 증거를 보건대 그녀는 일부 전기 작가들이 묘사했던 것처럼 돈을 목적으로 남자에게 접근하는 유가 아니었다. 그랬다면 그녀는 문학사에서 가장 형편없는 접근자였을 것이다. 땡전 한 푼 없이 죽었기 때문에 친구인 프랜시스 베이컨과 힐러리 스펄링이 장례식 비용을 대야 했다. 그녀가 오웰과 결혼한 이유는 아마도 그의 본연의 모습, 즉 위대한 작가로서의 그를 존경했기 때문일 것이다. <71쪽> 

1923년 랑군. 단장의 길이와 오웰의 키를 보라.
1923년 랑군. 단장의 길이와 오웰의 키를 보라.

성난 초짜 총각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오웰은 1922년 10월, 랑군을 향해 떠났고 육 개월간 만달레이에서 훈련을 받았다. 그는 영국에서는 할 수 없던 온갖 성행위를 버마에서 할 수 있었다고 이튼 친구인 해롤드 액턴에게 털어놓았다. 랑군의 "악어 얼굴을 한 유태인 창녀"에서부터 산간벽지 근무지의 절묘한 향기를 풍기는 인형 같은 입주 첩까지 아울렀을 것이다. 동료들의 권태기에 빠진 아내들조차도 이튼 출신과의 동침에 호기심을 보였을 것이라고 바우커는 주장한다. 크릭은 유라시아 혼혈 아이의 존재에 대해 암시한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면, 그 때문에 오웰이 느닷없이 사직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이 일로 급여 상당액을 잃었다.) <179~180쪽>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담배.&nbsp;[사진=도서출판 민음사]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담배. [사진=도서출판 민음사]

1946년에 나온 에세이 「책 대 담배」에서 오웰은 자신이 일주일에 6온스의 플레이어스 담배를 피우며, 그러기 위해 일 년에 40파운드를 지출한다고 계산한다. 이는 읽을거리에 사용하는 돈보다 15파운드 많은 금액이다. 손으로 만 대부분의 담배 각각에 1그램의 담뱃잎이 들어 있었다면, 오웰은 일주일에 170그램에 가까운 담배를 피운 셈이고, 그것은 하루에 한 갑 이상이었다. BBC에서 오웰과 함께 일한 엠프슨은 오웰이 뿌믄 살담배 기운이 역겨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오웰의 몸 냄새보다는 나았다고도 지적한다. 『오웰의 기침』의 저자인 J.J. 로스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지나친 흡연 습관은 그의 수척한 외모에 일조했을 것이다." <442~443쪽> 

『오웰의 코』
존 서덜랜드 지음 | 차은정 옮김 | 민음사 펴냄│460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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