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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를 낸 이들은 국정홍보처장을 포함해 문화부와 여성가족부에서 차관을 지내는 등 참여정부의 고위 관료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녔습니다. 앞으로 이 같은 물갈이는 본격적인 서막이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물론 새 정부가 구성되면 거기에 걸맞은 철학과 이념을 가진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단순히 전임정권에 의해 임명된 사람이라 하여 외압에 의해 물러난다면 이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할 문제입니다.
물론 사직서 제출의 첫 테이프를 끊은 오지철 관광공사 사장은 “정권이 바뀌었으니 재신임을 묻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사직서를 제출했다.”면서 “사장 직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신임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생각해 달라.”며 외압설을 완곡하게 부인했습니다.
또 정순균 방송광고공사 사장은 “참여정부의 고위직을 지낸 사람으로서 정체성 문제도 있는 만큼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지난 대선 이후부터 사퇴할 생각을 가져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현택 예술의전당 사장의 사직서 제출에 대해 예술의전당측은 “우리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일로, 신 사장의 사퇴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모양새는 외압과는 거리가 멀지만 외압에 의해 물러나는 모습처럼 보이는 것은 왜 일까요? 실제로 '코드인사' 논란을 일으켰던 일부 문화예술계 기관. 단체장들은 "물러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전문분야의 임명직을 바꾸는 것은 또 다른 '코드인사'이며, 결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일에 대해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은 성명을 통해 “낮술에 취하면 아비도 몰라본다는 옛말이 있다. 최근 유 장관의 모습은 권력이란 낮술에 취해 폭력의 칼을 휘둘러대는 망나니를 보는 듯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는 등 벌써부터 문화 권력간 갈등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의 자리와 총선에서 낙선한 사람들의 자리 마련용이 아니냐는 시중의 우려입니다. 진보에서 보수로의 자연스런 세력교체는 충분한 명분이 되지만 단순히 그 자리가 대선승리의 전리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문제는 순리대로 풀어야 합니다. 외압을 통한 감정싸움은 우리사회에 만연된 보혁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또 전임 정권에서 임명했다고 모두 교체대상으로 한다면 앞으로 유능한 전문직을 영입하는 데 애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새 정부 초에 부임한 지 얼마 안 되는 공관장을 다시 바꿈으로써 대외 이미지가 떨어질 수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 같은 점을 봤을 때 업무능력과 기타 제반요소를 고려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또한 이번 문제를 반면교사삼아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합니다. 5년의 대통령 임기를 고려하여 공관장 임기를 거기에 맞추는 방안이나 권력으로부터 분리되어야 할 자리는 독립적인 임기제를 두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갈등요소를 줄이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는 대립보다는 화합의 시대를 열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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