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래의 창을 열고 함께 나아갑시다
[칼럼] 미래의 창을 열고 함께 나아갑시다
  • 독서신문
  • 승인 2019.11.0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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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방재홍 발행인

[독서신문] 창간호 지면을 가만히 들춰 봅니다. 누렇게 바래고 바스러질 것 같은 소리 속에서 49년 전 ‘함성’을 듣습니다. 정보에 목마르던 그 시절, 책을 읽고 싶은 갈망이 향할 곳을 찾지 못하던 그 때, 독서신문은 찬연히 태어났습니다. 책 속에 삶의 지혜가 있고 책 속에 부국의 지렛대가 있다는 당대의 명제가 독서신문 창간을 촉발한 말없는 함성이었다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문명의 통로를 만들자는 국민적 열망은 뜨거운 함성이었습니다.

그래서 첫 걸음은 ‘독서보국’이었습니다. 독서로 나라를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 당대 지성인들은 힘을 모았습니다. 서로 주옥같은 글을 올리고 깊이 있는 토론 자리는 저절로 만들어졌으며 이는 도시에서 도시로 이어지는 ‘문화 강연’으로 발전해 전국민을 독서로 끈을 맺어주며 문화로 한마음 되게 하는 ‘문화 공감대’로 승화했습니다. 독서신문이 이끈 이런 자리는  출판계 문화계가 호응하며 국민적 관심사로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펼쳐진 문화의 장은 국민들에게 특히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변화를 촉구했고 독서 열풍은 요원의 불길이 됐습니다. 독서신문의 품격 있는 문화의 대열엔 최고의 문인들이 합류했습니다. 이어령, 고은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문화는 당연히 시대를 반영하기에 ‘시사’에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당시 바람을 넘어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온 청바지 통기타 문화를 집중 해부해 반향을 일으키며 젊은이들에게 꿈을 주면서도 성찰의 지혜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해외문학 소개는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기에 활자를 통해 국내 문인들은 비로소 프랑스 실존문학 등을 접하게 됐고 문학청년들은 폭넓은 시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창간호를 뒤적이다 새로운 ‘길’을 보았습니다. 당시 독서신문의 선택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열악한 문화 환경, 척박한 독서 풍토 등이 독서신문의 자리매김에 방해가 아닌 발전의 촉매가 된 것은 ‘국민 열망’의 뜨거움 덕분이라는 설명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독서는 비단 책을 읽는 것에 머물지 않고 혜안을 주어 지혜 있는 일상으로 인도하고 일상은 풍성한 삶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길’이 있음을 저희 독서신문은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선순환의 길을 공론화하고 그 길에 이정표를 하나 둘 만드는 것 또한 독서신문이 기꺼이 감내했습니다. ‘독서는 오늘의 양식이요 내일의 힘’이라는 명제를 국민 앞에 제시한 것은 출판계와 문화계의 땀에 독서신문이 약간의 수고를 보탠 결과입니다. 이 명제는 꺼질 수 없는 횃불이 되어 새로운 정보의 길, 문화의 길, 나아가 삶의 길을 밝힐 것이라 확신합니다.

‘독서’도 외면하고 ‘신문’도 안 읽는 세상에 ‘독서신문’의 앞날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되레 독서의 가치를 인정하고 신문의 사명을 깨우치게 하는 ‘분발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불멸합니다. 정보의 축적은 인류 문명의 퇴적층이기에 책은 거대한 문명의 산맥으로,  문명의 마르지 않는 샘으로서 그 역할을 당당히 할 겁니다.

한국의 지난 49년이 눈부신 경제성장과 함께 민주화를 향한 염원의 투쟁이었다면 독서신문 49년은 독서를 통한 문화의 창을 열어젖히고 이어 그 문화의 창으로 세상을 보고 미래를 예견토록 하는 데 힘을 쏟아온 여정이었습니다. 미래를 향한 창을 여는 것은 독서신문의 힘만으로는 모자랍니다. 독자 여러분이 응원하고 채찍질하는 게 진정 동반자의 격려입니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이제 저희 독서신문은 창간 반세기 문턱에 다다랐습니다. 49년을 지켜온 동력이 온전히 독자의 힘이었다면 다가오는 독서신문의 시간 또한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이제 독서신문은 독자와 함께 미래의 한 페이지를 넘기려 합니다. 책갈피마다 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을 고이 간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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