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나윤 작가의 ‘이수네 집 와글와글 이야기’...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
[인터뷰] 김나윤 작가의 ‘이수네 집 와글와글 이야기’...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6.22 0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
최우측부터 시계순으로 첫째 이수, 둘째 우태, 셋째 유정, 넷째 유담, 김나윤 작가.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각오는 됐니?” “응, 나 각오 됐어”

마주 앉은 김나윤 작가(엄마 )와 이수 작가(맏아들 ) 사이에 긴장감이 감돈다. 돈가스 전문점 입구에 진열된 부엉이 인형과 부엉이 모양 장식품들이 이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황. 이미 한차례 주인아주머니의 경고를 받은 직후인지라 자칫 상습범()으로 몰릴 수 있는 상황에 엄마는 아들의 굳은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 “혼날 걸 알지만 그래도 촉감이 너무 궁금하다”며 재차 손을 뻗은 이수. 그리고 애써 모르는 척 고개를 돌리는 엄마. “만지지 말랬지!” 주인아주머니의 2차 호통에 엄마는 거북이가 등껍질에 얼굴 감추듯 테이블 쪽으로 기어들어가며 말한다. “죄송합니다.”

김 작가의 양육원칙은 아이들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주변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란 전제가 붙는다. 이들 가정에서는 ‘밥 다 먹기’ ‘양치질 잘하기’ ‘잘 시간에 자기’ 외에 별다른 규칙이 없다. 심지어 어른에게 존댓말도 강요하지 않는다. 솔직한 감정표현에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자유분방한 아이들의 모습에 주변의 편견과 질타가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김 작가는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라며 아이들을 믿고 기다린다. 어릴 적 본인이 어른들에게 ‘스스로 일어설 때까지 믿고 기다려주고 그 마음을 알아주기 원했던 것’처럼.

‘이쯤 되면 아이들에게만큼은 좋은 엄마 아닌가?’ 하는 생각에 본 기자가 ‘좋은 엄마’라고 운을 띄웠더니, “나도 가끔 아이들에게 짜증을 낸다”며 “아직 좋은 엄마는 아닌 것 같다”고 손사래 친다. 그렇다면 아이들 생각은 어떨까? 첫째 이수는 “다른 일을 하다가도 엄마를 꺼내어 생각할 때면 마음이 따뜻해져. 엄마가 되는 것은 쉽다지만, 아이가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항상 웃음 짓게 하는 엄마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해. 나는 엄마를 하루에 천 번을 생각해도 지겹지 않아. 언제나 나를 웃게 해줘. 난 엄마가 정말 좋아”라고 엄마를 기록(글 「엄마에게」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자녀들에게만큼은 좋은 엄마 맞다.

SBS ‘영재발굴단’에 그림 영재로 소개된 첫째 이수, 11살의 어린 나이지만 벌써 세권의 책을 낸 어엿한 동화작가다. ‘택배 배달원’이 꿈이었다가 지금은 ‘시’를 쓰고 있는 둘째 우태. 보육원에서 인연을 맺어 식구가 된 셋째 유정이. 그리고 어린이집 씨름 최강자로 천하장사 미스코리아가 꿈인 막내 유담이까지. 최근 출간한 책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에서 “나는 이렇게 살아간다”면서도 “당신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라는 김 작가에게서 가족 이야기를 들어봤다.

- 최근 가족여행을 다녀왔다고 들었는데, 어떤 여행이었는지 궁금하다.

홈스쿨링(첫째 이수와 둘째 우태)을 하는 중에 우리도 수학여행을 가면 좋겠다는 의견이 가족회의 중에 나와 여행을 가게 됐다. 그냥 여행이 아닌 하루하루의 기록을 그림과 글로 담아내는, 각자의 역사를 남기는 여행을 하자고 얘기가 됐다.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빈센트 반 고흐가 생의 마지막 70일을 보냈던 프랑스의 오베르쉬르 우아즈(Auvers-Sur-Oise )와 미술의 변화과정을 알 수 있었던 퐁피두 센터(조르주 퐁피두 국립 예술문화 센터/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3대 미술관 중 하나 ), 프랑스의 아름답고 오랜 도시 르망(LeMans )을 방문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김나윤 작가.
김나윤 작가.

- 슬하에 무려 사 남매를 둔, 요즘 기준으로 애국자다. 또 아이를 그 눈높이에 맞게 대하는 좋은 엄마이기도 한데, 혹시 그렇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

사실 아직 좋은 엄마는 아닌 것 같다. 다른 엄마와 별반 다르지 않게 때때로 짜증을 내기도 한다. 조금 다르다고 한다면, 그래도 계속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 노력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가 될 말을 쉽게 던지지 않으려고 늘 자신을 점검한다. 매일 그날 하루를 다시 살펴보고 반성도 많이 한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 같다.

이렇게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려고 ) 노력하게 된 계기는 나 자신이 어릴 적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당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유난히 마음 아프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을 바라볼 때 자꾸만 어린 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에,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알아주려 애쓰는 것 같다. 또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 받아들이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면서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버리면서 마음공부를 쉼 없이 하고 있다.

- 출산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결혼 후 아이를 갖지 않는 이른바 ‘딩크족’도 점점 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추세를 어떻게 보는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출산율이 가장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는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주변에서도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부부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출산율이 줄어서인지 아이들이 마음 편히 뛰어놀며 꿈 꿀 수 있는 공간은 적어지고, 아이를 낳아 키워보지 않은 분들과 적잖은 갈등이 생기는 것 같다. 아이를 가지지 않고 즐겁게 자기 인생을 사는 것도, 아이를 낳아 어렵게 키워나가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것도 각자의 선택이고 어느 걸 선택해도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아이가 없어 조금 더 여유 있는 분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아이들이 아직 다 자라지 않아, 궁금한 것도 많고 참을성도 더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 아이들을 홈스쿨링으로 교육하고 있는데, 해보니 어떤가?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 현재 홈스쿨링을 고려하는 학부모에게 조언을 전한다면.

꼭 홈스쿨링을 해야 한다고 고집하지 않는다. 현재 첫째 이수와 둘째 우태는 홈스쿨링은 하고 있지만 셋째 유정이와 넷째 유담이는 학교를 다니고 있다. 아이들마다 각자에게 잘 맞는 교육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들과의 관계나 선생님과의 호흡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는 걸 좋아할 것이고, 이수나 우태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면 홈스쿨링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홈스쿨링을 해보니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아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커리큘럼을 세우고 약속을 지켜나가고 실수를 고쳐나가는 그 자체가 교육이 되는 것 같다.

홈스쿨링을 고려하는 부모님들께는 홈스쿨링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고 아이의 생각과 부모님의 생각이 일치하는지를 먼저 살피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단순히 기존 교육과정의 어떤 부분들이 싫어서 탈출구로 홈스쿨링을 고려한다면 그건 해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홈스쿨링도 그 이상 어렵고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양쪽의 좋은 점만 골라 가질 수는 없다.

그림 그리고 있는 이수 작가.

- 장남 이수의 경우 뛰어난 글·그림 실력은 물론 현재의 행복을 즐길 줄 아는 자세가 뭇사람의 부러움을 자아낸다. 그 행복에 엄마가 미친 영향이 적지 않은 듯한데, 그 비결이 궁금하다.

영향이라는 것은 서로가 주고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수와 내가 생각을 공유하다보면 그 생각이 맞고 안 맞고는 스스로 생각하겠지만, 내 생각을 이수가 받아들이고 그 생각이 이수의 생각 폭을 더 넓혀 나가는 경우가 생긴다. 나 역시 이수 생각을 듣고 맞다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받아들인다. 이처럼 함께 살아가면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자신이 살아오며 겪은 경험과 생각을 일방적으로 아이에게 ‘그것이 옳은 것’ ‘맞는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전하기 보다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배우려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더 많이 배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 가슴으로 낳은 유정이를 맞으면서 겪은 우여곡절이 책에 소개됐다. 요즘 유정이는 어떻게 지내는지? 혹시 미래 유정이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있는지.

유정이는 말이 많아지고, 밤에 쉬하는 것도 서서히 줄기 시작했다. 미래의 유정이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유정이가 점점 더 좋아져서 지금보다 더 복잡한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돼, 서로의 마음을 섬세하게 이야기 나누는 거다. 그래서 지금의 사람들이 정해놓은 장애라는 틀을 벗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입양.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속앓이도 많이 했을 것 같다.

사실 입양했을 당시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아이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내가 낳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그런 계산은 내 삶에 ‘+’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이니까. 당시에는 오로지 유정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다. 누군가는 그러더라, “내가 (유정이를) 데려오지 않으면, 더 좋은 사람이 데려갈 수도 있었는데 그것도 이기적인 것 아니냐고.”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어떨지 알 수 없는 일인지라, 나는 그냥 (유정이의 행복을 위해 )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

- 아이들이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 호기심을 참지 못해 부엉이 인형을 만져 식당아주머니에게 야단을 맞는 내용도 책에 나온다. 주변의 오해나 편견으로 힘든 일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도 처음에는 당연히 존댓말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높낮이를 가르치는 것은 아이의 마음에 벽을 만들어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눌 수 없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말 그대로 높임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존댓말을 천천히 배울 뿐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사용하게 되는 것 같다.

또 아이들의 호기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어른들도 새로운 물건이 있는 곳에 가면 자세히 보기 위해 들어보고 만져보지 않나. 하물며 아이들의 눈에는 얼마나 신기하고 궁금한 게 많겠나. 하지만 아이들은 조금 더 부주의하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시도조차 할 수 없도록 거부당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바라기는 부모 동의하에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물론 그전에 부모 자식 간에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뢰가 있어야겠다.

이수 작가의 작품. 

- 젊은 시절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숱한 고난을 겪었다. 또 한센병 환자가 있는 소록도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누군가의 고통과 마주하는 시간도 가졌다. 개인적으로 가난, 질병 등 삶에 수반되는 고난의 의미를 누구보다 많이 곱씹었을 것 같은데.

맞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나보다 더 힘든 경험을 하는 분들이 많을 거다. 아파 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듯, 제가 겪은 고통의 시간들로 인해 다른 사람들을 훨씬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바라보는 눈이 더 깊어졌다고 할까. 누군가가 뱉는 ‘아프다’는 말을 내가 아프지 않다고 해서 흘려듣지 않는다. 주위에 힘든 사람이 있으면 자꾸 눈이 가고 손이 간다.

- 마음이 아파 정신과를 찾은 내용이 책에 나온다. 솔직한 고백이 반갑기도 했고 걱정되기도 했는데, 혹시 좀 더 나눠줄 수 있나?

계속해서 아이들을 낳아 기르면서 체력이 많이 약해졌는데, 거기에 유정이까지 데려오면서 삶의 리듬이 많이 깨졌다. 매일 밤, 잠을 잘 자지 못하고, 낮잠도 못 잔다. 매일 돌봐야 하는 아이들이 넷이나 되니 비축해 놓은 에너지가 고갈된 것 같다. 그리고 마음 아픈 일들을 반복적으로 겪다보니 나도 모르게 몸의 아픔으로 번진 것 같다. 최근 가슴 통증을 많이 느끼고 갇힌 공간에서는 숨 쉬는 게 힘들어 빨리 그 곳을 벗어나야 살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어릴 때 풀지 못한 상처들이 쌓인 것도 그 아픔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 어릴 때 풀지 못한 상처들이라면?

어릴 적 말이 없고 하라면 하는 순종적인 아이었다. 그래서 마음 아픈 소릴 들어도 참는 경우가 많았고, 속이 상해도 끙끙 앓는 중에 나도 모르게 속병이 계속 쌓인 듯하다. 엄마는 자상하고 섬세한 분이 아니셨다. 순종적인 딸의 마음을 알아주신 적이 없기 때문에 그때부터 생각했던 것 같다. ‘난 다음에 내 아이들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아주고 보듬어주는 엄마가 돼야겠구나’하고 말이다.

- 집안에 작가가 두 명이나 있다. 이수 작가와 나윤 작가. 혹 앞으로 가족 모두가 함께 이루고픈 꿈 혹은 계획 같은 게 있을까?

둘째 우태가 최근 시를 쓰기 시작했다. 7월 말에 나오게 될 이수의 산문집에 우태의 시가 열다섯편 정도 수록될 예정이다. 이수와 우태는 나중에 형제작가가 되고 싶다고 종종 얘기하곤 했는데, 앞으로 동화책을 함께 내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근데 우태는 우태만의 책을 내고 싶어 하기도 한다. 우태도 그림을 곧잘 그리는데, 우태가 스케치를 하면 이수가 채색을 하고 함께 시를 짓기도 한다. 올해 5주기 세월호를 기리는 그림을 이수와 우태가 함께 스케치했던 것처럼 말이다. 올해는 책 『걸어가는 늑대들 2』 출간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이수, 우태와 함께 책을 만들어 많은 사람과 나누는 것이 우리 가족의 계획이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