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한의학은 우리 고유의 자산” 김영섭 백운당한의원 원장
[특별인터뷰] “한의학은 우리 고유의 자산” 김영섭 백운당한의원 원장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2.04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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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여기 13대째 한의사 가문의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가 있다. 서울시 동대문구에서 백운당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섭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조부 밑에서 한의학을 접하고 늦은 나이에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 개업한 지 40년이 넘었다.  

“위중한 후에 치료하는 것은 의술 중에 하수, 병이 생기기 전에 미리 이를 알고 예방 치료를 하는 것이 상수”라는 중국 명의 편작의 말을 인용하며, “한의학은 인체를 소우주로 보고 자연과 우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하며, 상생과 상극의 원리를 통해 부작용 없는 치유를 목적으로 한다”는 그에게 한의학은 자존심이다.      

김 원장의 이름 뒤에 늘 따라다니는 단어는 ‘신장’. 그는 국내 한의사로는 최초로 신장병의 한의학적 치료·완화법을 계발한 이로 알려졌다. 13대째 가전비방으로 내려온 처방에 그만의 연구를 더한 ‘12 씨앗 요법’과 ‘침향 요법’이 그것이다. 그의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발병 초기와 중기 신장병 환자의 다수가 효과를 봤다. 환자들에게 받았다는 감사 편지들이 그 증거라고 한다.    

그는 의학 외에도 여러 가지 경로로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쳐왔다. 출간한 책만 해도 총 12권. 한의학 관련 서적 아홉 권, 수필집 한 권, 시사칼럼집 한 권. 주로 건강과 관련된 내용이다. 지난 22일에는 사회공헌활동과 일자리창출을 위해 노력한 공로, 성실하게 납세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세청에서 모범납세자로 포상받기도 했다.  

가면 갈수록 아프면 양의부터 찾는 게 추세, 한의학의 효용을 믿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수 대째 쌓이고 있는 선의(善意)와 지혜는 결코 과소평가돼서는 안 될 듯싶다. 쌀쌀한 날씨에, 미세먼지에 건강에 대한 걱정이 어느새 우리 삶의 일부가 돼버린 요즘. 그에게 지혜를 빌리고 싶어 백운당한의원을 찾았다. 

-1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들었다. 가문의 역사를 듣고 싶다. 

한의가 가업으로 전해져 왔다는 집안 이야기는 할아버님으로부터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 할아버님께서 이미 서울에 오셔서 한의사로 활동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한의사가 되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어려서 고향에서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우리나라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을 때였지요. 당시 또래 아이들이 그랬듯, 저도 집안일을 도왔고, 공부를 하면서도 용돈을 모아 새끼돼지를 사서 키우는 등 동네의 다양한 일들을 하면서 장차 지역의 지도자가 될 꿈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조부님께서 연락이 왔어요. 서울에 와서 대학을 가라는 겁니다. 조건이 있었습니다. 당신 밑에서 심부름도 하고 한의학을 공부하라는 겁니다. 대를 이으실 생각을 하신 거지요. 

제 경우 고생은 했지만,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한의학을 공부하는 한편 할아버지 밑에서 보조역할을 하면서 직접 약재도 접해보고 또 일찍이 환자치료에 대한 경험도 할 수 있었거든요.  

-선대의 한의학과 원장님의 한의학의 차이점이 있다면...

조부님과의 차이라면 의사는 누구나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 때문에 같은 병증을 두고 부자지간이라도 처방이 다를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의학 역시 시대와 환경에 따라 민감한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과거에는 있었으나 오늘날 정복된 질환이 있는가 하면, 과거에는 없었던 질병이 새롭게 나타나는 일도 있거든요, 때문에 의사도 항상 연구하고 시대와 상황에 맞는 치료를 개발해야 하는 거지요. 
할아버님에게 물려받았지만 저는 또 나름대로 시대에 맞는 연구를 바탕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겁니다. 

-양의학과 다른 한의학의 매력이 무엇인가?

한의학과 양의학은 병변에 대한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양의는 되는데 한의는 안 된다는 식의 차이개념을 가지고 비교하는 것 자체에 모순이 있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이 두 학문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 보완의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몸을 작은 우주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몸 역시 우주 만물의 생성과 소멸의 원리와 맥을 함께한다고 생각하고, 우주의 구성요소가 우리 몸 안에 깃들어 있다고 봅니다. 
보통 한의학은 우주의 기본요소인 음양오행을 바탕에 둡니다. 오행에 따라서 상생과 상극의 작용을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예컨대 인체의 오장 중에 찬 기운을 가진 신장과 방광은 더운 기운의 심장과 소장에 대해 상극의 관계입니다. 따라서 신장에 병이 생겼다고 해서 집중적으로 거기에 해당하는 약만을 쓸 때 오히려 심장과 소장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이게 돌고 돌아 다시 신장에 무리를 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를 들어, 한방으로 신장병을 치료할 때는 다른 장기와의 상생·상극의 역학관계를 살펴서 치료합니다. 흔히 한방은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것도 한방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물론 이렇게 신체 전체의 조화를 살펴서 치료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어떤 경우는 다른 치료법보다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때도 있습니다. 
외과적 수술이라든가 국소적인 치료 부분에 있어서는 양의학이 앞서있고 또 그쪽의 진료를 택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양방에도 한계는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요즘에는 한방 쪽에서도 다양한 의료기를 접목하면서 한방의 과학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신장병을 치료 혹은 완화한다는 ‘12 씨앗 요법’이나 ‘침향 요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궁금해하는 이가 많다.

신장은 생식기를 관장하는 기관입니다. 몸 안에 들어온 수분의 대사를 통해 호르몬을 생성하고 혈액을 만들어냅니다. 남성의 정액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여성의 난자가 생성되기도 합니다. 사실 인간의 씨앗이 바로 신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인간의 씨앗을 식물의 씨앗으로 치료한다는 게 바로 ‘12 씨앗 요법’입니다. 
수많은 약재 중에 독이 없는 식물 씨앗 형태의 약재를 각각의 법제와 수치, 제독과정을 거쳐 상극반응을 없애면서 치료약으로 처방을 하는 것이지요. 신장병에 12가지 씨앗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한약재 시장에 가서 사다가 집에서 달여 드시는 분도 계시는데, 이는 참으로 위험한 생각입니다. 
중증 신장병 환자에게는 아무리 좋다는 약재일지라도 달여 드시면 오히려 치명적인 해가 됩니다. 간혹 신장병 환자가 한약을 먹고 죽을 뻔했다는 말이 바로 여기서 나온 것입니다. 
12가지 약재의 처방은 반드시 법제와 수치 그리고 비율이 중요합니다. ‘12 씨앗 요법’이나 ‘침향 요법’은 중증환자분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줬습니다. 

-신장은 70% 망가질 때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평소 신장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 인체 장기 중에 ‘매우 과묵한 장기’들이 더러 있습니다. 어떤 부위는 탈이 나면 바로 증상이 나타나지만, 간장이나 신장 등은 어느 정도 나빠져도 즉각 반응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평소에 관리가 중요합니다. 몸을 차게 하지 말고 항상 따뜻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생채소, 생과일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그것 역시 신장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예컨대 수박, 참외가 신장에 좋다고 너무 많이 섭취하면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주기적으로 소변검사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요즈음은 간단하게 스틱으로 검사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병원에 가셔서 혈액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리고 병증과 치료에 있어 절대 자기적 판단은 위험하다는 걸 명심하셔야 합니다. 예컨대 신장병의 전조증상이 어떤 게 있다더라 하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부합되는 증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에 가셔서 검사를 받으시라는 겁니다. 섣불리 ‘뭐가 좋다더라’는 말만 믿고 함부로 무엇을 섭취하다가는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세먼지, 겨울철 면역력 약화 등으로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이 많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조언을 좀 준다면…

미세먼지가 인체에 들어오는 가장 첫 번째 관문은 바로 코와 입입니다. 즉 호흡기와 기관지라는 말이지요. 미세먼지가 체내에 들어오면서 각종 호흡기 질환은 물론 알레르기성 질환을 유발하기도 하고 또 체내에 쌓이면 또 다른 염증이나 질환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생각됩니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미세먼지를 없애는 방법이지만, 흡입차단에 신경을 쓰는 한편 기관지와 호흡기를 보하는 약재들을 가지고 차로 끓여 수시로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컨대 도라지, 진피, 맥문동, 오미자, 생강 등을 차로 끓여 수시로 마시는 것도 좋으며, 도라지나 더덕류를 반찬으로 해 먹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미 과도한 외부활동 등으로 미세먼지를 과하게 흡입해 염증이 발생한 정도라면 앉아서 병을 키우지 말고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복고 열풍’이라는 말이 들린다. 한의원에는 복고 열풍이 없는 듯한데, 한의원을 찾는 환자의 발길이 점점 감소하는 이유가 있다면... 

한의학은 우리 민족이 가진 고유한 자산입니다. 단순히 인체의 질환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는 의학, 철학, 인문학, 과학, 역사 등 다양한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자연을 인체에 접목해 인간을 건강하게 만드는 의료기술이 바로 한의학이며, 따라서 얼마든지 과학화할 수 있는 우수한 의료요법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우리 한의학을 홀대하고 있는 동안 아시아권은 물론 유럽, 미국 등지에서 이미 한의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독일의 한 의료기 회사에서 만든 한의학을 바탕으로 한 진단기의 경우 한국에서 역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자긍심을 가지고 발전시켜야 할 우리의 한의학이 오히려 자국에서 홀대받고 있다는 점에 대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총 12권, 진료로 바쁜 와중에도 책을 많이 쓰셨다. 책을 좋아하시는 듯한데, <독서신문> 독자들에게 좋은 책 몇 권 추천 부탁한다.  

소개하고 싶은 책은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출간한 『알리바바 마윈의 12가지 인생강의』와 작가 아이작 유의 『질문지능』입니다. 
마윈이 세운 ‘알리바바’는 ‘광군제’(중국의 11월 11일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최고의 쇼핑시즌) 당시 1시간 47분만에 16조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알리바바 마윈의 12가지 인생강의』는 3수 끝에 대학에 입학해 영어강사로 지내던 마윈이 어떻게 기회를 활용하고 또 성공을 이뤘는지 보여줍니다. 책을 읽고 자신 앞에 어떤 성공요소와 장애요소가 있는지를 조망해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지능』은 오늘날 젊은 부모들에게 ‘어떻게 자녀를 교육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시원하게 대답해 주는 책입니다. 그동안 강요됐던 학습방법에서 탈피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책이라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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