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자신의 자녀를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부모들이 논란이다. ‘자식 팔아서 장사하느냐’는 반응과 ‘유튜버를 희망하는 자식이 원해서 하는 것’이라는 반응이 상반된다.
지난 10일 ‘다음 카페’ 어플 내 6시 인기글은 ‘유튜브 대란에 급기야 등장한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이라는 제목의 글이 상위권에 올랐다. 내용을 보면 초등학생 혹은 그보다 더 어려 보이는 어린이들이 여러 가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명, ‘어린이 먹방 영상’의 썸네일(페이지 전체의 레이아웃을 검토할 수 있게 페이지 전체를 작게 줄여 화면에 띄운 것)이 담겨 있었다. 해당 카페 회원들은 “별로 좋게는 안 보인다” “부모 자격 없는 사람들이 많다” “저렇게 먹이는 건 아동학대다” “아이가 돈으로 보이나 보다” 등 모두 부정적인 댓글을 달았다.
실제로 유튜브에는 어린이들이 주가 되는 방송이 많다. ‘어린이 먹방’이라고 검색하면 수천 개가 넘는 관련 동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인기 있는 어린이 유튜버는 수익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튜브 영상은 구독자수와 영상 시청 시간, 조회수에 비례해 광고수익을 측정하는데, 보통 5분짜리 영상의 조회수 1당 1원이 지급되는 식이다. 다음 인기글에서 언급된 인기 어린이 유튜브 채널 중 하나에는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두 명의 아이가 등장한다. 이 계정에는 지난달 15일부터 이번 달 15일까지 5분에서 10분 사이의 동영상 43개가 업로드됐으며, 조회수를 합산하면 200만이 넘는다. 한 달 동안 적어도 2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벌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다른 달에 비하면 적은 수익으로, 한 동영상에서만 4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영상만이 아니다. 조회수로만 따지면 한 달에 대기업 사원 월급 수준의 수익을 올리는 어린이 유튜브 채널이 많다.
일부 영상은 부모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엿보이고, 인기가 많은 영상들은 대부분 어른의 지원 아래 제작됐을 것으로 추청된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어린이들이 나오는 영상 중에는 해당 초등학생이 촬영하고 편집한 것으로 보이는 조잡한 영상이 많다.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유치원생쯤 돼 보이는 아이들이 나오는 영상은 깔끔한 스튜디오에서 어른이 촬영하고 편집한 전문적인 영상들이 많다.
“자식 팔아서 장사하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어린이들에게 어른의 상상력에서 나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극적인 행위를 하게 하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먹방! 이 시려워유 어린이 먹방, 초딩 먹방’이라는 제목이 붙은 한 영상에는 두 아이 앞에 십여 개의 아이스크림이 있고, 두 아이가 십여 분 동안 각각 아이스크림 4개씩을 먹는다. 영상이 끝날 때쯤에는 억지로 먹는 듯한 표정이 드러난다. 해당 영상에 대해 한 네티즌은 “근데... 너무 많이 먹으면 배 아플 텐데”라는 댓글을 달았고, 채널의 주인으로 보이는 유튜버는 답글로 “배 안 아프도록 조심할게요”라고 달았다. 이외에도 많은 채널들에서 아이들이 지나치게 맵거나 단 음식을 먹는 모습, 성인도 먹기 힘들 정도로 과도한 양의 음식을 먹는 모습이 연출되고는 한다.
성인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한 과도한 욕 댓글이 달리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이다 보니, 해당 영상을 비방하는 댓글들이 달리기 십상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초등학생도 안 된 아이의 외모에 관해, 목소리에 관해 욕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유 없이 아이의 부모 욕을 하거나, 비방 목적의 허위 댓글을 단다. 한 심리상담가는 “어린이가 해당 댓글을 보게 되면 마음에 심각한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어린이 유튜브 채널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역배우로서, 연예인의 자녀로서 TV에 등장하는 어린이들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그저 다양한 채널의 발달로 과거와 달리 어린이 스타가 되는 등용문이 넓어졌을 뿐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어린이가 나오는 동영상을 즐겨 보는 일부는 “어린이를 보며 힐링을 한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최근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상위권에 유튜버가 있을 정도로 인기인 상황에서, “어린이 유튜버 또한 본인들의 선택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또한 한 시민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진 대한민국에서 유튜버라는 새로운 계층이동 방식이 생겨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지 않아 주체적이고 지혜로운 판단을 하는 데 지장이 있을 수 있는 어린이들이 하는 선택이기 때문에 부모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사회학자 오찬호는 그의 책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에서 “자녀의 소유자는 일차적으로 부모라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그 외의 영역에서는 ‘옳은 가치’임을 전제로 타자의 끊임없는 개입이 인정돼야 마땅하다”며 “폭력, 차별, 혐오가 가정에서 발생한다면, 혹은 이런 가해가 가능한 씨앗이 만들어지고 있다면 누구의 자녀라 할지라도 누구에게나 간섭받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 두들겨 패는 부모를 말릴, 신고할 의무가 모두에게 있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녀소유는 ‘내 것’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올바른 사회적 가치에 자녀가 노출될 수 있도록 부모가 더 노력하겠다는 의미여야 한다”며 “그래야 내 아이 더 바르게 키우겠다는 다짐이 가능하고 내 아이 멋대로 키우겠다는 자기소유의 강박이 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