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서울의 싱크홀(땅 꺼짐) 현상이 또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싱크홀이 자연적이기보다는 대규모 토목공사나 하수관 노후화로 인한 인위적인 현상이며, 현재는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는 수준에 왔다고 우려한다.
31일 오전 4시 38분께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인근 공사장과 도로에 싱크홀이 생겼다.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로 대규모다. 이로 인해 공사장 축대가 무너지고, 아파트 단지 주차장이 내려앉으면서 차량 4대가 견인됐다. 소방당국의 추정에 따르면 아파트 18개 동 중 1개 동이 5도가량 기울었다. 추가적인 피해 우려에 아파트 2개 동 주민 200여명이 대피하고 2명이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싱크홀이 발생한 아파트 옆 공사장은 지하 3층, 지상 30층 규모의 고층 오피스텔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해당 공사장의 안전진단을 한 이수권 동양미래대학 교수는 “지하 터파기 공사를 위한 흙막이가 새벽에 무너지면서 도로와 아파트 쪽에 땅 꺼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이를 본 전문가들은 서울의 싱크홀은 대부분 자연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공우석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서울의 싱크홀은 자연적이라기보다는 인위적”이라며 “싱크홀이 발생하는 자연적인 원인이라면, 지하수가 석회암을 침식하거나 지진이 일어나 지반이 함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서울의 지반은 석회암도 아니고 서울에 지진이 집중해서 일어나지도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공사를 할 때 땅에서 물이 솟구쳐 오는 광경을 봤을 것”이라며 “지하철이나 고층건물 공사를 할 때 지하수층을 건드려 지하수가 빠져나간 지반에 공간이 생긴 것”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고층건물을 세울 때 지하로 깊게 파는 과정에서 지하수층을 건든다는 것이다. 땅속으로 깊게 들어가야 하는 지하철 공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서울의 지반은 겉으로는 딱딱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충적층과 퇴적층으로, 연약하다”며 “약한 지반에 공간이 생기고, 그 위에다가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니 당연히 지반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비슷한 위치에서 행해진 롯데월드타워 공사와 지하철 9호선 공사 현장에서 공교롭게도 싱크홀이 발생한 것을 예로 들었다.
공 교수가 지적한 두 번째 원인은 “불법적이고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이다. 그는 “아직 서울시에서 신경을 안 쓰고 있지만, 공사장이나 일부 기업, 혹은 건물들이 수도세를 아끼기 위해 지하수를 끌어다 쓰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공사를 할 때 지하수층을 건드리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라고 말했다.
조경남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도 서울의 싱크홀이 인위적이라는 데 동의했다. 조 교수는 싱크홀의 첫 번째 원인으로 “서울의 지질”을 지적했다. 그는 “서울의 중심가는 강이 범람할 때 생겨난, 퇴적된 지질로 돼 있다”며 “즉, 자갈과 모래가 성기게 쌓여있는 형태인데 이 지질이 대규모 토목공사로 인해 다져지는 과정에서 틈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 틈으로 인해 지반이 약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애초에 지하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없이 무작정 대규모 구조물들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꼽은 두 번째 이유는 “하수관 등 지하 시설물의 노후화”다. 공 교수는 “하수관이 노후화되면 물이 새나가게 되고 그 물이 관과 퇴적물 사이에 틈을 만든다”라며 “이 틈이 지반을 약화시키니 싱크홀 발생에 대비해 지하 시설물 관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두 교수 모두 서울시와 정부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조 교수는 “너무 많은 대규모 토목공사로 현재는 어디서 어떤 싱크홀이 생길지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관심이 없기 때문에 지금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공 교수 또한 “그동안 싱크홀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 덮여버렸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