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의 문턱에 선 현재까지, 2018년 극장가에서는 다양한 영화가 주목을 받았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스러졌던 청년의 삶을 조명하면서 보는 이가 ‘불끈’ 주먹을 쥐게도 했고, 때로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판타지적인 설정으로 ‘인간답게 사는 법’에 관한 철학적 고민에 빠지게도 만들었다. 영화와 배우는 사회의 일면을 압축해 메시지를 담았고 사회는 다양한 반응으로 응답했다. 이에 <독서신문>은 2018년 스크린을 수놓았던 영화의 관객 수와 평점, 작품성, 사회에 미친 파급력 등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다.
순위 | 영화명 | 감독 | 개봉일 | 전국관객수(명) |
1 | 1987 | 장준환 | 2017-12-27 | 5,289,693 |
2 | 신과함께-죄와 벌 | 김용화 | 2017-12-20 | 5,871,436 |
3 | 독전 | 이해영 | 2018-05-22 | 5,063,489 |
4 | 그것만이 내 세상 | 최성현 | 2018-01-17 | 3,417,677 |
5 | 마녀 | 박훈정 | 2018-06-27 | 3,186,471 |
1위는 영화 ‘1987’(2017년 12월 개봉)이다. 2017년과 2018에 걸쳐 개봉한 해당 영화는 2018년에만 관객 수 520만명(총 관객 수 720만명)을 기록하면서 흥행도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영화의 흥행은 암울한 과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영화는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경찰 수뇌부의 비상식적인 답변으로 국민이 우롱 당했던 1987년 박종철군 고문 치사 사건을 조명하면서 권력 남용에 대한 공분을 자아냈다.
순위 | 영화명 | 전국관객수(명) | 작품성 | 흥행도 | 파급력 | 평점 | 총점 |
1 | 1987 | 5,289,693 | 80 | 23 | 90 | 67 | 260 |
영화가 사회에 미친 파급력 또한 컸다. 권력의 추악함을 고발한 해당 영화로 인해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해당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박종철군 시신을 화장하라는 압박을 받으면서도 소신을 지켰던 최환 서울지검 공안부 부장검사(하정우 분)와 은폐될 뻔한 사건의 진실을 최초로 보도한 윤상삼 동아일보 기자(이희준 분)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권력의 횡포에 굴복하지 않고 의연하게 맞섰던 그들의 모습은 오늘날 사회 정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가 화제를 낳으면서 박종철군이 사망한 옛 남영동 대공분실(2005년부터 경찰 인권센터로 사용)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도 등장했고 실제로 지난 6월 행정안전부는 남영동대공분실 관리권한을 시민단체에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또 ‘6·10 민주항쟁 31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박종철 열사가 희생된 이곳에 민주인권기념관을 개설할 것”이라고 전하는 등 영화가 만들어낸 파장이 사회에 크게 번졌다.
2위는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2017년 12월 개봉)이 차지했다. ‘신과 함께-죄와 벌’은 한국 영화계에 동양적 판타지 세계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는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 ‘신과함께’를 영화화한 것으로 동양적 정취가 담긴 저승세계와 원귀 등을 그리면서 관객의 공감을 얻어내면서 2018년에만 580만명의 관중(총 1400만명)을 끌어 모았다.
순위 | 영화명 | 전국관객수(명) | 작품성 | 흥행도 | 파급력 | 평점 | 총점 |
2 | 신과함께-죄와 벌 | 5,871,436 | 80 | 17 | 70 | 57 | 224 |
영화는 판타지 물로서 호평과 혹평이 공존한다. 일부 관객과 평론가는 영화 속 과도한 CG(컴퓨터 그래픽)가 어색하다고 지적했지만 한국에서도 볼만한 판타지 영화가 나왔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시선을 잡아끄는 화려한 그래픽과 저승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설정으로 시선을 압도하면서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한 한국 판타지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호평을 얻어냈다. 앞서 ‘원더풀데이즈’(2003), ‘성냥팔이 소년의 재림’(2002) 등 기존 판타지 영화의 흥행 참패 이후 조폭, 정치, 사극 일색이었던 한국 영화계에 판타지 영화의 재기를 시도했다는 데서 의미를 지닌다.
한국영화 특유의 신파적 요소가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받았지만,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위는 영화 ‘독전’(2018년 5월 개봉)이 차지했다. 어느 순간 한국영화의 한축을 형성한 범죄 집단과 관련한 이야기가 진부하게 느껴져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지만, 500만 관중을 기록하면서 올해 들어 관객 수가 세 번째로 많은 흥행작에 올랐다. 특히 조진웅·김주혁·류준열 등 연기파 배우의 수준급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순위 | 영화명 | 전국관객수(명) | 작품성 | 흥행도 | 파급력 | 평점 | 총점 |
3 | 독전 | 5,063,489 | 65 | 21 | 50 | 54 | 190 |
해당 영화는 폭력성과 음란성의 등급 기준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영화에는 마약 복용, 절단된 팔 등 폭력적인 장면과 함께 여배우의 가슴 노출이 다수 포함됐지만 미성년자관람가(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성과 폭력이 제한적으로 묘사됐다”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해명에 ‘영등위의 심사 기준이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크게 일었다. 폭력과 여성 가슴 노출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이 엿보였다. 공교롭게도 영화 개봉 한달 후인 6월에는 가슴 노출 사진을 삭제(음란물로 간주)한 페이스북에 항의하는 여성단체의 가슴 노출 시위가 열리면서 여성 가슴을 음란물로만 보는 시선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일었다.
4위에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2018년 1월 개봉)이 올랐다. 영화는 식상한 신파극이란 비판에도 관객 수 340만명을 기록했는데, 전적으로 이병헌·박정민 등 주연 배우들의 열연 때문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만큼 내용은 진부하고 식상했다는 혹평이 많다. 박평식 <씨네21> 평론가는 “‘쌍팔년도’ 기획이 먹히는 세상”이라고 혹평을 내놓았다. 박은영 <무비스트> 평론가는 “신파의 빈자리를 연기로 채웠지만, 잽 잽 잽의 연속이었다. 카운터펀치가 아쉽다”라고 평가했다.
순위 | 영화명 | 전국관객수(명) | 작품성 | 흥행도 | 파급력 | 평점 | 총점 |
4 | 그것만이 내 세상 | 3,186,471 | 70 | 22 | 40 | 48 | 180 |
5위에 오른 영화 ‘마녀’(2018년 6월 개봉)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지만 긴장감에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흡입력으로 관객 몰이에 성공했다. 특히 눈에 뛰는 CG효과로 ‘신과 함께’ 이후 발전한 한국영화의 CG기술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인공 구자윤(김다미 분)과 자윤의 친구 명희(고민시 분)의 연기가 인상적이며 특히 입에 착착 감기는 욕 대사를 잘 소화한 고민시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순위 | 영화명 | 전국관객수(명) | 작품성 | 흥행도 | 파급력 | 평점 | 총점 |
5 | 마녀 | 3,417,677 | 65 | 16 | 40 | 47 | 168 |
다만 영화 시작 후 1시간이 지나서야 액션장면이 등장하는 점에는 지루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고, 영화 속 부연 설명의 상당 부분을 배우의 대사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혹평이 나온다. 눈으로 보고 이해하는 영화 본연의 장점을 무시하고 과거 회상과 배경 설명의 상당 부분을 대사로 대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박훈정 감독은 “예산을 맞추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제작비 부족 등의 부정적 요인에도 영화는 관람객 수 310만명을 모으면서 흥행 영화 대열에 합류했고 총 3편을 목표로 2편 제작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순위 | 영화명 | 전국관객수(명) | 작품성 | 흥행도 | 파급력 | 평점 | 총점 |
1 | 1987 | 5,289,693 | 80 | 23 | 90 | 67 | 260 |
2 | 신과함께-죄와 벌 | 5,871,436 | 80 | 17 | 70 | 57 | 224 |
3 | 독전 | 5,063,489 | 65 | 21 | 50 | 54 | 190 |
4 | 그것만이 내 세상 | 3,186,471 | 70 | 22 | 40 | 48 | 180 |
5 | 마녀 | 3,417,677 | 65 | 16 | 40 | 47 | 168 |
2018년 상반기 영화는 역사, 판타지, 범죄,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됐다. 이후 하반기에는 어떤 영화가 우리 사회에 얼마만큼의 파장을 일으킬지 기대감이 더해진다.
※<심사 기준>
- 작품성: 영화가 지닌 메시지, 예술성, 의미 전달력
- 흥행도: 전체관객 수/스크린 수의 결과가 5개 영화 총합에서 차지하는 비율
- 파급력: 해당 영화가 사회에 미친 영향
- 평점: 영화 편점 사이트 IMDB, LETTERBOXD, 왓챠, 네이버, 다음에서 제공한 점수(평론가·관객·기자·네티즌)의 평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