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고령화에 ‘위기감’... 분단문학, 통일문학 될 수 있을까?
이산가족 고령화에 ‘위기감’... 분단문학, 통일문학 될 수 있을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8.2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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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북측 아들 리상철 씨와 만나 오열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한국은 1953년 6.25 전쟁 휴전에 따라 휴전선으로 허리가 잘려, 65년이란 세월을 이어왔다. 한민족의 통일에 대한 염원은 뜨거웠지만 나라를 지킬 힘이 없었기에 남과 북으로 나뉘어 철저히 단절된 시기를 걸어왔다. 언어·문화·정치·사회적 단절은 물론 피붙이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애한의 세월은 지금도 여전히 한반도의 어두운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한반도에 드리운 그늘은 ‘분단문학’이라는 독특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일반적으로 분단문학은 우리나라의 독립(1945년 8월 15일) 이후부터 장차 통일될 시점까지 남북 분단 상황을 다룬 모든 문학 작품을 포함한다. 분단으로 인한 한민족의 갈등과 모순을 파헤치면서 한반도를 비롯해 분단을 경험한 몇몇 국가만이 지닌 특수한 문화현상으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분단문학 작가로는 지난달 23일 타계한 최인훈 작가를 들 수 있다. 그는 남과 북의 이념논쟁에 진저리치며 중립국으로 가던 배 위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내용의 소설 『광장』을 1960년 출간하면서 암울한 분단의 상황을 일깨웠다. 이후 작품은 영어·일본어·프랑스어·독일어·러시아어·중국어 등으로 번역되면서 해외에도 크게 알려졌고, 국내에서는 첫 출간이후 현재까지 여러 출판사를 통해 총 100만부 이상 팔려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 서정인의 『후송』, 김승옥의 『차나 한잔』이 60년대를 대표하는 분단문학으로 기억된다. 70년대 들어서는 황석영 『한씨연대기』,김원일의 『노을』, 전상국의 『아베의 가족』, 윤흥길의 『장마』 등이 분단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80·90년대 들어서는 분단 2세대의 삶을 서술하는 작품이 많이 등장한다. 이문열 작가는 월북한 아버지를 둔 국립대학교 교수가 아버지를 찾아 떠난 중국에서 아버지가 별세한 사실을 알게 되고, 같은 아버지를 둔 이복형제를 만나 혈육의 정을 나눈다는 내용의 소설 『아우와의 만남』을 1994년 출간했다. 또 황석영 작가는 북한 청진에서 영적인 능력을 갖고 태어난 소녀가 중국과 런던, 파키스탄 등 해외를 전전하며 갖은 고초를 당한다는 내용의 『바리데기』를 2007년 선보였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전쟁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세대가 많아지면서 문학의 초점도 자연스럽게 옮겨지는 양상을 보였다. 

혈육을 찾아 20일 북한 금강산으로 떠나는 남측 이산가족 89명의 면면에서도 세월의 야속함이 묻어난다. 이산가족이 고령화되면서 부부, 형제자매 상봉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단에서 자녀를 만나는 이산가족은 7명, 형제·자매와 재회하는 20여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 번도 본적 없는 3촌 이상의 가족을 만나는 경우이다. 며느리와 손녀를 만나러 금강산으로 떠나는 백성규 할아버지(101세·방문단 중 최고령)는 고향과 가족에 대한 기억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다 돌아가시고 없는데 뭘... (이번 상봉이) 마지막이다”라고 그리움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시인 ‘제페토(필명)’는 시 「소회」에서 “소감이요? 심정이요? 그걸 말할 수 있갔소? 이보시오, 처자식 남겨두고 내려온 세월이 육십이년이요. 육십이년. 새파랄 때 내려와 팔십일곱 되었소. 소감이요? 심정이요? 말로 못 하지. 표현 못하지. 이별한 그 세월은 가슴에 여기 가슴에”라고 한 서린 이산가족의 애달픈 심정을 대변하기도 했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1988년부터 지난 7월 말까지 등록된 이산가족 수는 13만2,603명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이 중 7만5,741명이 사망해 5만6,862명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남은 이산가족 중에서도 70세 이상 비율이 85.6%에 달해 매달 수백명이 세상을 뜨고 있는 상황에 남북 간 유대감을 형성해줄 인적 연결고리가 급격히 와해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리운 가족을 가슴 절절하게 그리워하는 존재가 이산가족이다. 그 누구보다 통일에 대한 염원이 가득한 사람도 이산가족이다. 그런 이산가족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덩달아 통일을 향한 간절한 바람도 사그라지는 것 같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시간이 더 흘러 걱정하는 사람들마저 사라지기 전에 통일문학(통일 후 출간되는 문학작품)의 도래를 앞당길 묘수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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