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칼럼] 고통은 깨달음이다
[박흥식 칼럼] 고통은 깨달음이다
  • 박흥식 논설위원
  • 승인 2018.07.0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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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논설위원
前 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독서신문] 고통은 우리 인간이 피하고 싶은 불행이지만 한편으로 깨달음을 주는 기회입니다.

우리 삶 속에는 희로애락이 함께 합니다. 즐거움은 행복을 가져다주지만, 고통은 우리에게 깨달음을 줍니다. 저 자신, 최근 개인과 가족사로 고통과 불행을 경험하고서야 고통이 자신을 성숙시키는 것임을 새삼 깨우쳤습니다.

사람의 인생에는 행복도 있고 불행도 있습니다. 행복은 잠시이나 불행은 거듭되고 지속 됩니다. 왜일까요? 만일 고통이 없다면 인간은 한없이 교만하고 후회나 부끄러움도 없겠지요. 고통이 있는 것은 인간에게 반성하고 뉘우치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울러 자신이 왜 살아가는지 소명이 무엇인지도 일깨워줍니다. 세익스피어의 비극 작품 속 주인공들이 우리 인간에게 질문하고 답합니다. 고통 없는 삶도 없고 고통 없이는 성숙한 삶도 살 수 없습니다.

그의 비극 가운데 처음 작품 '햄릿'은 인간의 진실과 허위, 양심과 결단의 틈바구니에서 삶의 고통을 초극해보려는 인간의 나약하지만 한편 강한 일면을 표현하고 사색과 행동, 신념과 회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비극 작품 '맥베스'에서도 권력과 야망에 이끌린 한 인간 영혼의 반역과 그것이 초래하는 양심과 비극적 결말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 역시 우리에게 공포와 고통 공감을 자아내줍니다.

그리스의 비극 작품을 통해서도 우리는 삶의 교훈을 얻습니다. 그리스인들은 매년 신년이 되면 야외극장에 모여 연극을 함께 관람합니다. 그들은 연극 속 주인공이 겪는 고통과 비극적 인간의 운명을 바라보며 카타르시스하고, 그 연극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합니다.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를 쓴 김상봉 작가는 말합니다. "비극의 힘은 모든 인간에게 닥칠 수 있는 보편적 고통을 그려 보여줌으로써 한편으로는 나 자신의 허약함과 그런 나에게 언제든지 닥쳐올 수 있는 고통의 크기 앞에서 공포와 전율을 느끼게 하지만, 이런 감정을 자기 자신만을 염려하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정념으로 치닫게 하지 않고, 도리어 나와 똑같은 타인이 당하는 고통에 동참하고 연민을 느낄 수 있는 디딤돌이 되게 합니다."

우리 인간은 고통을 통해서 인간존재의 근원, 우주 속에서 티끌보다 작은 나의 존재를 인식할 뿐만 아니라 일상의 사소함과 소박함이 주는 행복도 배웁니다. 그리고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우칩니다.

고통과 고난은 우리 인간의 원죄 속에 이미 예고돼 있습니다. 교만한 인간이 죄를 짓고 양심을 느끼는 것도, 벌을 받고 고통을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깨우칩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성인이 된 성자들도 고통을 겪고 나서야 후에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종교 역시 인간의 고통과 죽음 불안에서 비롯됐습니다.

인도 카필라 왕국의 왕자 석가모니는 인간의 고통을 목격하고 회의에 빠져, 이를 극복하고자 왕궁을 떠나 오랜 고행과 정진을 한 끝에 불타(Buddha, 覺者), 즉 부처가 됐습니다. 그리고 불교의 근본 사상도 사성제설(四聖諸設)과 연기설(緣起說)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사성제란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 즉 인생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인간 자체가 고통의 원천이라는 고(苦), 고통의 원인을 말하며 번뇌라고도 하는 집(集), 고통의 원인을 없애는 것을 말하는 멸(滅), 고통을 없애는 방법인 도(道)를 말합니다. 불교는 인생을 고통으로 가득 차 있는 무상(無常)한 것으로 보고 따라서 고통의 원인인 번뇌에서 해탈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중국의 윤리관을 종합 발전시킨 공자 역시 많은 고통과 경험을 얻은 후에 수기치인(修己治人)을 목적으로 중요사상인 인(仁)과 예(禮)를 완성한 것입니다.

또한 그리스도교에서는 우주의 신비와 인생에 관한 문제를 창조주이신 '한 분'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를 통해 인간을 가르치고 영원한 행복의 길을 안내합니다. 그리스도교의 근본 사상인 사랑과 평등과 자유 사상을 가르친 예수도 내세에서 역시 고행과 박해 희생을 통한 삶을 살았습니다.

우리 인간은 살아가며 불안과 공포, 슬픔과 좌절, 많은 고통을 겪고 결국 죽음으로 가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는 신의 위대한 계시와 참뜻이 함께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진정 어떻게 살아나갈지 가르칩니다.

불교에서는 팔정도(八正道) 즉 올바로 보고(正見), 올바로 생각하고(正思), 올바로 말하고(正言), 올바로 행동하고(正業), 올바로 생활하고(正命), 올바로 노력하고(正精進), 올바로 마음 갖고(正念) 올바로 마음정하라(正定)고 가르칩니다.

유교 역시 인생 문제 해결책으로 수양을 통해 인간 도리에 맞게 살아가며 인과 예로서 남을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즉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살기 바라며, 믿음성이 있어야 하며, 사람답기 위해서는 언행에 거짓이 없고, 타인을 이해하고 용서하라고 말합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예수의 모범을 따라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음을 내려놓고, 고통이 있는 좁은 길로 가라고 말합니다.

고통 끝에 즐거움. 고통이 끝나면 달콤함이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삶과 도전 과정 속에는 한없는 고통이 있지만 이루는 결과는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고통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슬픔과 고통은 아무런 뜻 없이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나 자신의 주체성을 만들고 불행을 극복하며, 타인과 공감하고 이해하며 서로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인생은 고진감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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