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슈 : 박열, 한 사람을 보는 세 개의 시선-3] 『나는 박열이다』
[북&이슈 : 박열, 한 사람을 보는 세 개의 시선-3] 『나는 박열이다』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7.10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박열은 8091일, 무려 22년 2개월하고도 하루라는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러는 사이 부인 가네코는 먼저 세상을 떴다. ‘운명의 승리자’가 아니면 견딜 수 없는 길고 긴 옥고였다.

『나는 박열이다』를 쓴 김삼웅은 평전 전문 작가라 할 수 있다. 독립운동사 및 친일반민족사 연구가다. 그가 평전으로 옮긴 인물은 김구, 신채호, 한용운, 안중근, 장준하, 노무현, 함석헌, 김대중, 안창호, 이승만, 여운형, 김남주, 정인보, 김영삼, 손병희, 조소앙 등으로 근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석방 뒤 찍은 기념 사진. 지팡이 짚은 이가 박열.

석방 뒤 조국으로, 한국전 발발 납북
잊혀진 영웅으로

북에서도 통일운동, 납북 24년 만에 사망
남→일→남→북, 부음은 일본서 들어
한국인의 비극이자 민족 현대사의 아픔

그가 1996년 냈던 『박열 평전』을 다듬어 올해 6월에 새로 낸 게 이 책 『나는 박열이다』이다. 저자는 박열을 아나키스트로 규정하며 실천적인 독립운동가라고 정의하고 있다. 항일의 불꽃이었고 23년간의 옥고를 치르고도 살아남은 ‘의지의 인간’ ‘운명의 승리자’라고 했다. 여기서는 박열의 석방 이후를 주로 다루겠다. 다음은 책 173~181쪽 요약이며 일부는 기자 생각을 덧붙였다.

박열의 수감 생활 20년을 감시하며 지켜 본 일본 한 간수장은 나중 수기 ‘혁명가 박열선생 편영’에서 이렇게 썼다. “(…) 나는 선생의 인격에 반하고 굴복하여 희세의 위인으로 숭모의 신념을 금할 수가 없어 나의 자식까지 바치려 했다. 선생은 법정이나 옥중생활에서 무저항으로 자기 자신에게 명령한 함구령으로, 아무리 협박을 하고 질문을 하여도 요지부동이었고, 관헌과 이론을 전개하면 청산유수적 달변에 당해낼 방법이 없어 관헌은 마침내 전적으로 굴복하고  ‘조선의 애국자는 강하구나’라는 결론으로 그를 외경의 대상으로 삼았다.”

박열은 1945년 10월 27일 석방됐다. 나이 47세였다. 23년의 옥중생활에서도 건강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새벽마다 거르지 않은 냉수마찰과 올곧은 신념이었다.

도쿄에 등장한 박열은 교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신분은 ‘재일동포’자격이었다. 그는 재일조선거류민단(민단)의 단장에 선출됐다. 민단은 명백히 우파 대열에 앞장섰다. 백범 김구는 그에게 일본 땅에 묻혀 있던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의사 유해의 본국 송환을 요청, 그는 세 의사의 유골을 국내로 송환해 효창공원에 안장할 수 있게 도왔다.

『나는 박열이다』
김삼웅 지음 │ 책뜨락 펴냄 │ 296쪽 │18000원

이승만과도 도쿄서 두 차례 만났다. 박열이 조국에 다시 돌아온 것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 축전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언론은 ‘자그마한 키에 뚱뚱한 몸집, 혈색 좋은 불그스레한 얼굴은 과연 전형적인 투사의 모습이었다’고 썼다.

1950년 5월 영구귀국 목적으로 서울에 와 이승만을 만나고 국내정세를 관망하던 중 한국전쟁이 터져 장충동에서 인민군에게 납북돼 북으로 끌려갔다. 당시 서울에는 재혼한 부인과 두 어린 남매가 있었다. 그리고 박열은 국민의 뇌리에서 잊혀졌다. 아니 기피됐고 외면당했다.

박열, 평양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그의 이름 석 자가 다시 남한 언론에 보도된 것은 1974년 1월 18일이다. 국내 신문 한 귀퉁이에 짤막한 1단짜리 기사로 박열이 73살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일본에서 수신된 평양 발표는 그를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 회장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남쪽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가 일왕부자를 죽이려다 청춘을 감옥에서 보내고 해방 조국으로 돌아왔다가 북쪽으로 끌려가 그곳에서 통일운동을 하다가 생애를 마감한 혁명가 박열의 사망소식을 다시 일본을 통해 들어야 하는 아이러니는 박열 자신을 포함해 동시대 한국(조선)인들의 비극이고 민족사의 아픔이었다.
/ 엄정권 기자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