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슈] 고양이, 어엿한 반려동물이 되다 ① - 샘 칼다 『그 남자의 고양이』
[북&이슈] 고양이, 어엿한 반려동물이 되다 ① - 샘 칼다 『그 남자의 고양이』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7.0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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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수세기 동안 미술가, 작가, 과학자, 철학자 등 수많은 진보적인 남성들은 자신의 서재와 스튜디오를 고양이들과 공유해왔다. 보통 남성은 개와 함께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하지만, 수많은 세대의 앞서가는 남성들은 고양이라는 종에 이끌려왔다. 요즘 남성들 중에는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자랑스럽게 ‘커밍아웃’하는 사람도 많다. 

브루클린의 일러스트레이터 샘 칼다는 이 ‘캣맨’들에 집중했다. 그들이 공유하는 감성을 파고들고,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차마 밝히지 못한 채 스스로의 이미지를 가꾸려 애쓰는 남성들을 위해 이 책을 펴냈다. ‘이게 정상일까?’, ‘내가 괴상할까?’ 하며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생각보다 ‘캣맨’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집트의 고양이 여신 바스테트는 질병과 악령을 막아주는 존재였다. 고양이가 죽으면 이집트 사람들은 애도의 뜻으로 눈썹을 밀곤 했다. 고고학자들은 19세기 말 바스테트 신전을 출토하던 중 30만구가 넘는 고양이 미라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에 반해 현재의 고양이 애호가들은 인터넷이라는 놀이동산에서 각자의 고양이 사진을 공유한다. 테크놀로지가 캣맨을 이어준 것이다. 이처럼 고양이의 지위는 계속 진화하고 번성하며 사방에 퍼지고 있다. 

진보적인 남성들은 고양이와 함께였다 
마크 트웨인·무라카미 하루키 등 
‘캣맨’의 곁을 지킨 고양이들

T. S. 엘리엇

* T. S. 엘리엇은 큰 사랑을 받는 모더니스트 시인 중 하나다. 엘리엇은 고양이에 대한 시를 모아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라는 시집을 내기도 했다. 원래는 대자녀들을 위해 쓴 이 시들은 미스터 미스토플리스, 스킴플섕크스, 버스토퍼 존스, 럼 텀 터거 등 특이한 이름의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긴 시에서 엘리엇은 고양이의 이름을 짓는 적절한 방법을 설명한다. 그의 아내 발레리 엘리엇에 의하면 그는 친구와 동료에게 고양이 이름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았다고 한다. 

* 캣맨 목록을 고등학교 졸업 앨범처럼 정리했다면,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가장 많이 인용된 사람’으로 꼽혔을 것이다. 트웨인은 위트가 넘치던 시대인 19세기 최고의 재담가 중 하나다. 흔히 인용되는 트웨인의 발언에는 고양이에 대한 재담이 많다. 고양이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그는 코네티컷의 농장에서 한때 무려 19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기도 했다. 그가 기르던 고양이들의 이름은 사워 매시(위스키 증류에 쓰는 산성 맥아즙), 아폴리나리스(아폴로 신에게 바쳐졌다는 뜻), 조로아스터, 블래더스카이트(수다쟁이), 벨제붑(악마) 등이었다. 

마크 트웨인

* 무라카미 하루키는 동시대 소설가 중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축에 들지만, 그 자신에 대해선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만 30세에 첫 장편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냈다. 그 전에는 도쿄와 재즈 클럽 겸 커피 하우스를 운영했는데, 가게 이름은 적절하게도 ‘피터 캣’이었다. 은둔 생활로 악명 높은 그는 여러 소설을 쓸 때 고양이들을 대동했다. 이름은 기린, 부치, 선댄스, 전갱이, 스코티 등이었다. 그의 장편소설 『1Q84』에는 고양이들이 사는 마을에서 밤을 보내게 되는 남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남성은 종탑에 숨어 대형 고양이들의 밤 생활을 목격한다. 고양이들은 사무실에 일하러 가고, 약국에서 쇼핑을 하고, 바에서 술을 마신다. / 정리=이정윤 기자

『그 남자의 고양이』 
샘 칼다 지음 |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펴냄 | 116쪽 | 15,0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7호 (2017년 7월 10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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