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한통의 전화를 받은 저자. 올해 한 살이 된 딸의 첫번째 생일을 위한 케이크를 만들어달라는 엄마의 요청이었다. 독신주의자였던 그녀는 뒤늦게 짝을 만나 결혼했다. 나이가 마흔이 넘어 꿈도 못 꿨던 아이를 갖게 되었고, 태어난 지 벌써 일년이 됐다고 한다. 저자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던 만큼 더 소중하고 특별한 딸을 위해 케이크를 준비하는 그 마음을 헤아리며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를 떠올리며 아기 모양의 장식을 만들었고, 뽀얀 피부처럼 순백색 카스텔라에 블루베리와 라즈베리 과육을 졸여 켜켜이 넣어 층을 만들었다. 그 위엔 아이와 어울릴만한 알록달록한 반죽들로 꾸며 단 하나뿐인 케이크를 완성했다. 케이크 하나를 만들며 재료와 과정 하나하나에 엄마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만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빵집 ‘모모’는 10년째 같은 자리에서 여러 손님을 반기며 가지각색 세상살이에 귀를 기울인다. 그렇게 케이크를 주문하러 온 손님들의 특별한 20가지 사연을 엮은 책 『Sugar Day』.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한 케이크,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위해 소녀가 직접 만드는 케이크 등 특별한 날을 더 특별하게 추억하고픈 사람들의 마음과 사연이 담긴 케이크가 완성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상상만으로도 군침 도는 말들로 풀어낸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지쳤을 때, 저절로 미소 짓게 되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마음에 달콤한 시럽을 끼얹어 보는 건 어떨까. / 황은애 기자
『Sugar Day(슈가 데이)』
김은영 지음 | 라온북 펴냄 | 172쪽 | 12,0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7호 (2017년 6월 26일자)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