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가장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나홀로 여행’이라는 철학이 작가의 등을 떠밀어줬다. 홀로 떠나는 여행길. 많은 것이 걱정되고 두려웠지만, 그만큼 기대가 컸다. 그리고 이제는 차곡차곡 쌓인 경험만큼 여행이 한결 편해졌다. 겁이 많았던 한 소녀는 새로움과 낯섦이 두렵지 않은 씩씩한 여행자가 됐다.
어느 순간 여행은 ‘일상을 벗어난 무엇’이 아니었다. 살아가는 여행(일상)과 떠나는 여행, 두 여행은 중복되고 교차했으며 결국 그녀의 삶을 이루는 한 흐름이 됐다. 그리고 그 안에는 그녀의 ‘취향’이 함께 했다. 여행과 일상, 나아가 이를 모두 포괄한 삶이란 결국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경로였다.
때로는 사진 한장이 여행 욕구를 끓게 했다. 한번은 물 위의 집과 다리,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 일렁이는 붉은 등이 담긴 사진을 보고 상하이 근교 수향마을, 주자자오로 향했다. 동양의 베네치아라고 불리는 주자자오의 나무배는 베네치아의 곤돌라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진우석 작가는 20년쯤 여행하고 나서야 혼자 떠날 때 가장 즐겁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고나희 작가는 벌써 이를 눈치 채고 ‘일상 같은 여행, 여행 같은 일상’을 즐기고 있다. 채지형 작가의 말처럼 그녀의 여행기에서는 상쾌한 민트향이 난다. 그녀의 ‘취향’이 듬뿍 담긴 다음 여행지는 어디일지 기다려진다. / 이정윤 기자
『여행의 취향』
고나희 지음 | 더블엔 펴냄 | 332쪽 | 15,0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5호 (2017년 6월 12일자)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