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폼장-『박이문의 서재』] 『안티고네』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어리석음, 삶의 복잡성과 모호함
[지대폼장-『박이문의 서재』] 『안티고네』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어리석음, 삶의 복잡성과 모호함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6.09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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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문의 서재-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박이문 지음 │ 미다스북스 펴냄 │ 348쪽 │ 13,000원

도스토옙스키는
프로이트보다 앞선 정신분석학 개발자

청아한 시인 박희진
시적 자조 지켜온 유일한 현대 시인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다음은 저자 박이문의 독후감이다. 『박이문의 서재-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발췌했다.

* 도스토옙스키 『지하생활자의 수기』= 이 소설에서 다루는 문제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의식 있는 모든 인간의 보편적 문제이며, 이 소설의 주인공은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인간 내면의 진실한 모습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중략)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문학적 의미는 말끔한 옷에 가려있는 인간의 몸, 즉 의학적으로 건전한 몸속에 존재하는 어둡고 깊은 내면 세계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도스토옙스키는 프로이트보다 몇십년 앞선 무의식의 발견자, 정신분석학의 개발자이다. <73~77쪽>

* 장 아누이 『안티고네』= (오이디푸스는 델포이 신탁을 통해 친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해 살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예언은 비극적으로 실현되어 오이디푸스는 눈을 찔러 소경이 되고 오이디푸스와 결혼한 친어머니는 목 매 자살한다.

비극은 대를 잇는다. 오이디푸스가 떠난 테베 왕국은 어지러워지고 두 아들은 왕위 다툼 끝에 서로 죽인다. 이때 왕국을 수습하기 위해 오이디푸스의 동생이자 안티고네의 삼촌인 크레온이 마음에도 없는 왕위에 오르고 그는 국가 질서를 위해 죽은 두 명의 조카 중 포악하기로 소문난 폴리네이케스를 매장하지 못하게 해 시신을 들판에 두는 엄한 벌을 내린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몰래 오빠 시신을 수습해 매장한다. 크레온은 고심 끝에 안티고네를 처형한다. 안티고네는 끝내 타협하지 않고 저항한다. 크레온 아들이자 안티고네 약혼자 하이몬은 이 소식을 듣고 자살하고 아들의 자살에 자신의 아내마저 자살한다.)

결국 인간은 크레온처럼 지혜롭고 안티고네처럼 순수하더라도 실제로는 한없이 어리석은 존재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크레온은 속물 같지만 차원 높은 고귀한 품격을 가졌고 안티고네는 똑똑하고 낭만적이지만 약한 소녀로 순수하고 숭고한 정신의 소유자라 할만하다. 삶이란 이렇게 한없이 복잡하고 애매모호하게 얽혀 있다는 ‘진리 중의 진리’를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56~63쪽>

* 박희진 『초기시집』= 모든 글쓰기가 언어의 산물인 이상 반드시 의미하는 내용이 있고 배열하는 방식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내용과 형식, 이 두가지 중 어느 차원에서 보더라도 오늘날 많은 시는 기사문이지 낙서인지 철학적 경구인지 알아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중략) 그(박희진)의 시 세계는 한국 시에서는 아주 드물게 높은 수준의 청아한 순수성을 갖추고 있으며, 동시대나 그 이후의 한국 시인들 가운데에서 그러한 시적 자조를 지켜온 유일한 시인이다. 그것은 좁은 아파트에서 평생을 독신으로, 오로지 시작에만 전념하면서 살고 있는 그의 삶의 방식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등잔불은/ 하나의 죄그만 나라지요/ 밤이면 켜지는/ 등잔불은 가난한 가슴의 나라지요/ 사랑하는 사람에의/ 사연을 쓰다 못해 한숨 짓는/ 등잔불은 오롯한 사랑의 나라지요”- 「등잔불은」 부분, 시집 『실내악』 수록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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