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고추의 매운맛에 관한 또 하나의 큰 수수께끼가 있는데, 바로 왜 사람들이 그 통증과 자극을 ‘즐기느냐’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요리에서 약간의 쓴맛을 선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조건 형성의 결과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쓴 커피를 끓이는 대회 같은 것은 없다. 고추의 매운맛이 주는 감각은 물리적 열과 비슷한데, 열은 약 100만년 전에 조리에 불을 사용한 이래 늘 향미를 만드는 주요 요소로 자리 잡아 왔다. 우리는 뜨거운 음식을 좋아하도록 진화했다.
고추의 매운맛이 주는 감각은 찬 것이 주는 감각하고도 비슷하다. 찬 것은 피부에 불쾌한 느낌을 주지만 마실 것이나 아이스크림에서는 즐거운 느낌을 주는데, 아마도 우리가 시원해지는 것에서 갈증 해소를 연상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예들 중 어느 것도 왜 인간이 캡사이신을 열렬히 받아들였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진 못한다.
폴 로진은 쥐에게 고추를 좋아하도록 조건화시키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만약 쥐가 양념을 섞지 않은 크래커보다 양념을 섞은 크래커를 선택하도록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요리에 매운맛이 들어간 것은 아마도 단순한 적응 문제임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로진이 동물을 훈련시켜서 고추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데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는 한 쌍의 침팬지에게서만 일어났다.
로진은 우리가 고추의 매운맛을 좋아하는 이유는 인간 특유의 어떤 속성, 즉 문화나 심리 속에 숨어 있는 동역학에 있다고 믿게 됐다. 고추 문화는 바로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버티는 것이다. 극도의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은 위험과 통증을 실질적인 큰 위험 없이 즐기는 것이며, 그것이 끝났을 때 안도감을 느낀다. 매운 고추를 먹는 것은 문자 그대로 위험을 자초하는 마조히즘의 한 형태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265~271쪽 요약>
■ 미각의 비밀
존 매퀘이드 지음 | 이충호 옮김 | 문학동네 펴냄 | 380쪽 | 16,000원
* 이 기사는 2017년 2월 27일자 독서신문 1618호 [요리Book 조리Book] 지면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