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탄핵, 그리고 야당의 ‘골든타임’
최순실, 탄핵, 그리고 야당의 ‘골든타임’
  • 독서신문
  • 승인 2016.11.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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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독서신문] 비아그라가 고산병 고치는 데 약효가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대리처방’이라는 단어도 낯설다. 하루 종일 쏟아지는 그녀 얘기는 클라이맥스를 짐작할 수 없다. 얼마나 더 많이 대한민국에 상처를 줘야 끝날까.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야 이 막장드라마는 끝날까.

분노는 주말마다 촛불로 타오르고 좌절감은 입에서 입으로 험하게 전달된다. 배신감은 이미 허탈함으로 바뀌었고 비통함은 여고생 뼛속까지 스미고 있다. 최순실, 박근혜, 이들을 어이할꼬.

좀 냉정해지자. 순서를 따져보자. 경우는 많이 다르지만 박정희 암살 이후 이른바 ‘서울의 봄’을 떠올리는 건 너무 불순한가. 당시 서로 자신이 나라의 주인이 된 양 설치다 결국 누구에게 좋은 일 시켰나. 국민은 짓밟히며 처절한 몇 년을 보내는 대가를 치렀다.

몹쓸 망각에서 역사의 퇴보는 일어나는 것일까. 그로부터 몇 년 뒤 또 한 번 민주화에 실패한다. 야당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대가는 군 출신에게 정권을 넘기는 혹독함을 치러야 했고 수많은 젊은이는 아스팔트에서 최루탄에 맞서야만 했다. 

지금도 어떤 점에선 그때와 닮았다. 야당에 기회가 왔다고 하는 점에서. 그리고 야당의 혼란스러움이 걱정된다는 점에서 닮았다.

최근 야당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와 총리를 추천해주면 받아주겠다고 했다. 야당 대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뿌리쳤다. 총리를 추천했다면 야당의 행보는 훨씬 유연하고 어떤 의미에서든 주도권은 확실히 잡았을 것이다. 그렇게 골든타임은 놓쳤다. 세월호 골든타임 놓치듯. 청와대의 기가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이제 방법은 탄핵 밖에 없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정족수가 모자라느니, 셈이 안 맞느니, 아전인수 해석이니 말도 많고 정파 따라 밀고당기기가 한창이다. 여기에 탈당이다 분당이다 하며 대권 군불도 때고 있다.

이미 한 대권주자는 대통령이라도 된 듯 박근혜 대통령의 사면 비슷한 말을 한다. 누가 최순실 게이트 사면권을 주었나. 자가당착도 분수가 없다.

어쨌든 야당이 탄핵에 대해 아직 계산상 확실한 승기를 못 잡고 있는 것 같다. 총리 문제, 정족수 확보 문제, 헌재 재판관 문제, 야당끼리 세력다툼 등 이른바 정치공학이 총동원된 방정식이 되고 말았다. 골든타임을 놓친 대가다.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은 특정 상대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의식적 포만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반은 무너뜨렸다는 판단에서다.

이제 절반은 정치권 몫이다. 정치권이 승리하지 못하면 촛불의 불똥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최악이 안 되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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