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건축 멜랑콜리아』 이세영 “무모한 열정에 사로잡혔을 때 세운상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작가의 말] 『건축 멜랑콜리아』 이세영 “무모한 열정에 사로잡혔을 때 세운상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10.2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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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건축 멜랑콜리아』 작가 이세영의 ‘책을 펴내며’= (전략) 서른이 넘어 신문사에 입사한 뒤에도 내 세계관은 별다른 동요나 균열 없이 지속됐는데, 편집부 순환근무와 함께 시작한 박사과정에서 첫 번째 콜로키엄 발표 주제를 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발터 베냐민이 말년의 미완성 수고 『아케이드 프로젝트』에서 시도한 현대자본주의의 미시사회학을 한국 모더니티 분석에 활용해보겠다는 무모한 열정에 사로잡혔다. 때마침 김수근의 세운상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건축과 도시사, 도시사회학 문헌들을 탐독하는 한편, 석사논문에서 시도한 ‘예술형식의 사회학’을 사회학적 건축 비평에 적용하려던 구상을 실행에 옮겨나갔다. 내 가설은 특정 국면의 자본주의 축적체제는 당대의 지배 엘리트와 인민(demos)이 공유하는 집단 무의식, 지식 체계(세계관), 그와 연계된 ‘미학적 발생 원리’를 매개로 도시경관과 건축물의 구조나 형태에 반영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도시 공간의 실제 비평에 적용한 결과물이 2005년 계간 《문화과학》 겨울호에 게제한 「세운상가, 한국적 근대성의 공간적 알레고리」다. 1960~1970년대 도시 공간과의 만남이 그렇게 시작됐다. 

이 책에 등장하는 건축물과 도시 공간들(남산 자유센터, 남영동 대공분실, 연세대 학생회관, 서산부인과, 아현동 성 니콜라스 성당 등)은 대부분 한국 모더니티의 성숙기인 1960~1970년대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변화의 압축성과 돌진성이 특징이던 이 시기에 한국 자본주의 역시 거대한 지각변동을 경험했는데, 도시의 건조환경을 생산하는 건축 산업의 상황 역시 다르지 않았다. 식민지 시대 건축물의 개·보수 단계에 머물러 있던 한국 건축은 이 시기를 거치며 국내 건축가들이 구상한 도면에 따라 국산 건축 재료와 국산 기술, 국내 인력에 의해 건물들이 축조되는 ‘내포적 생산’ 단계에 접어들었다. (중략)

나는 현대성의 보편적 제약과 세계체제의 반주변부 지역이 갖는 가파른 변화의 역동성 안에서 특정 공간이나 건축물의 생산·소비 과정에 투입된 다양한 행위자들(건축주, 건축가, 점유자)의 기획과 실천, 그 결과로서 구축된 공간의 현재적 의미를 읽어내는 데 주력했다. 그것은 건축물에 퇴적된 현대사의 지층을 탐사하는 과정이자, 권력의 이해 및 의지와 길항했던 인민들의 삶의 흔적을 되짚어 그 의미를 정치적으로 전유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하략)

이세영 작가 <사진제공 = 반비>

# 작가 이세영은 연세대 신학과와 같은 대학 사회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2년 서울신문에 입사해 사회부, 국제부, 정치부를 거쳤다. 2008년 한겨레로 옮긴 뒤에는 문화부 학술담당과 한겨레21부 사회팀장을 지내며 사상, 문학, 건축 등으로 관심 영역을 넓혀왔다. 현재 한겨레 정치부 기자로 야당을 출입하고 있다. 노동정치의 위기와 노동계급 2세들의 악마화 메커니즘을 고발한 『차브』를 함께 번역했다. 

■ 건축 멜랑콜리아
이세영 지음 | 반비 펴냄 | 332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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