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시집 『초혼』 낸 고은 시인 "내 손도 이제 허랑한 구름인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말] 시집 『초혼』 낸 고은 시인 "내 손도 이제 허랑한 구름인지도 모르겠다"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6.10.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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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주>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시집 『초혼』 낸 고은 시인의 '시인의 말'= 이것은 『무제 시편』 이후 내 마음의 소요 가운데서 생겨났다. 지난날로 충분하다는 감회는 어이없다. 이백여년 전의 사나이가 시시한 듯이 노래한 적이 있다. 발로 글을 쓴다고. 그래서인가 나도 가끔은 들판, 가끔은 종이 위를 돌아다니고는 했다. 내 손도 이제 허랑한 구름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시에서 떼어놓지 못하는 나와 시에서 떠난 지 오래여서 시가 무엇인지 모르는 내가 어쩌다가 만나는 날에 이 세상의 무사분주(無事奔走)를 놓을 것이다.
다음을 기약하지 않는다. 그토록 숨찰 것도 없지 않은가. (전문)

# 작품해설 조재룡 문학평론가= (전략) 시는 그에게 이 밤과 저 밤을 횡단하며 불빛을 드리우는 어떤 '시도'라고 말해도 좋겠다. (...) 또한 그의 시는 꺼질 줄 모르는 사유와 말의 횃불을 들어올려 시대의 구석과 구석을 밝히고 한걸음 나아가 인간 문명과 역사의 저 어두운 골짜기를 비추려는 '의지'라고 불러도 좋겠다. 이 '시도'와 '의지'로 그는 지워질 수 있었을 이름을 호명하고 개인의 가치를 역사의 장부에 묵묵히 기록하면서, 민과 민을 잇는 말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노래처럼, 매끄러운 입말과 특수한 리듬의 산물로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중략) 고은의 작품은 대부분 압축성과 포괄성, 암시성과 단순성을 생명으로 삼는다. 단문이 그만의 미덕이 되고, 문장과 문장의 절묘한 배치가 특수한 시적 공간을 형성해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이 시적 공간을 묵언(默言)과 무언(無言)의 공간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하략)

# 김사인 시인 추천사= 선생이 한국어의 결을 누비고 호고 잇고 덧대며, 몽둥발이 조막손으로 뒹굴어온 세월이 어언 60년이다.  '죽은 사람이 너무 많은 나라에서'(「두메에서」)그것은 혼비백산의 통곡이거나 제 몸에 불을 댕기는 환장의 칼춤이었다. 때로 유리걸식의 긴 울음 같은 것이었다. 그러고도 피의 기세는 숙지 않으니, '벼랑으로 솟구쳐 / 저놈의 비바람 속에 서야겠다'(「만년」)는 저 망구(望九)의 퍼런 기백을 보라. 운명이 떠밀지 않고 가능한 노릇이겠는가.
혹자는 '말의 과잉과 욕망의 과잉'을 걱정하지만 한가한 말씀이다. '다음 세상 따위는 없다(…) 꽉 찬 바다 단 하나'(「동백」)의 형형한 독수리눈이 배수진을 쳐 지키고 있는 것이다.

고은

# 고은은 누구인가= 설명이 필요없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시인'이라는 호칭 그대로 한국문학이라는 봉우리를 넘어 세계 시단의 중심에 서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1933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났고 18세에 출가해 수도생활을 하던 중 1958년 현대시 현대문학 등에 추천돼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연작시편 30권짜리 만인보 등 저서가 150권에 달한다.

■ 초혼
고은 지음 │ 창비 펴냄 │ 304면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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