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탕이 감기약?
쌍화탕이 감기약?
  • 독서신문
  • 승인 2007.11.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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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봉(율한의원 원장)
▲ 정윤봉     ©독서신문
「감기의 특효약을 개발하면 노벨상감이다」라는 말이 있다. 인터페론 등 감기치료의 유망주가 등장하긴 했어도 감기를 고치는 방법은 현대의학에는 아직 없다. 그런데 한방에서는 2000년 전부터도 감기에 대해 연구하고 그에 대한 치료법과 이론들을 확립해 왔다. 또한 감기의 원인과 증상에 맞게 처방과 치료를 한다면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감기의 한방치료는 널리 보편화되어 가고 있다. 많은 매체와 홍보를 통하여 한방적인 개념들이나 치료법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어디에는 무엇이 좋다’라는 단편적인 정보들은 도리어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바이러스라는 개념이 없다. 단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웬지 섬뜩한 기분이 나는 어떤 것들이, 호흡기를 통해서 몸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느낄 수는 있다. 감기에 걸리려고 할 때의 왠지 솜털이 곤두서는 느낌, 오싹한 느낌을 한의학에서는 한사(寒邪)가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감기라는 단어가 느낄 감(感)에 기운 기(氣)자를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기분 나쁘고도 질병의 시초가 되는 나쁜 기운들을 “사기(邪氣)"라고 하는데 가을, 겨울철에 흔한 사기(邪氣)는 찬 성질을 지닌 사기이므로 한사(寒邪)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한사가 우리몸에 침입했을 때 온 몸에서 열이 나고, 땀이 나며, 재채기를 하는 것은, 한사(寒邪)를 밖으로 몰아내기 위한 인체의 자체 방어작용이라고 본다.

그래서, 몸을 차게 하고 해열제를 위주로 약을 쓰는 서양의학과는 달리, 한의학에서는 오히려 몸을 따뜻하게 하고, 땀을 더욱 많이 흘리도록 한다. 처방도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발한시키며 기운을 피부로 발산시키는 약을 많이 쓴다. 인체의 방어기전을 도와서 한사(寒邪)를 밖으로 몰아내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감기는 뜨끈뜨끈한 온돌방에 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창문에 커튼을 치고서, 갈증을 풀어주고 탈수를 막아줄 수 있도록 오렌지 쥬스나 토마토 쥬스 등을 갔다두고 수시로 먹으면서, 땀을 줄줄 흘려야만 빨리 나을 수 있는 것이다. 즉, 열을 제거하는 방법이 아니라, 열을 더욱 일으키도록 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을 모든 감기에 쓰는 것은 아니다. 감기 초기에 몸살과 기침 오한등이 있을 때는 적당하나 오히려 오래된 감기나 몸이 허약해졌을때 이 방법은 몸에 무리를 가할 수 있다. 

감기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약을 꼽으라면 쌍화탕을 들 수가 있다. 하지만 감기에는 쌍화탕이라는 무조건적인 공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위에서 살펴보았듯 감기에 있어서 기본적인 치료법은 사기 즉 한사를 발산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감기후기 또는 몸이 허해졌을 경우에는 적당하지만 초기 감기에는 쌍화탕이 어울리지 않는다.

쌍화탕의 처방 내용을 보면 백작약, 숙지황, 황기, 당귀, 천궁, 계피, 감초, 생강, 대추등 몸을 보하는 약재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예로부터 기와 혈이 함께 손상되었거나 방사(房事, 성관계)나 과로, 혹은 큰 병을 앓은 후 또는 자한(땀이 저절로 흐름)이 있을때 다스리는 처방이다. 즉 옛날 임금님들이 방사(성관계)후마다 먹었을 정도로 쌍화탕 자체는 기혈을 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 보약인 것이다. 따라서 감기 처방으로 쌍화탕을 쓸 경우 지속된 과로로 낫지 않는 감기나 감기를 오래 앓아 체력이 떨어졌을때 또는 평소 면역력이 저하되어 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처방이 된다.

쌍화탕 계통은 본래 초기 감기약이 아닌 것이다. 쌍화탕에 들어있는 백작약이란 약은 그 성질이 조금 냉하고 수렴하는 기운이 있어 더욱이 우울하고 울체되는 일이 많은 우리 시대에 사람들의 원기를 더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조금 비만한 사람이나 소화가 자신없는 사람은 습기를 더 조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배가 찬사람은 쌍화탕을 장복하면 더욱 습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거니와 감기는 날씨에 따라 그 유형을 달리하니 일률적으로 감기에 쌍화탕을 대입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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