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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환상문학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고대 서사시 「베오울프」가 3d-cg 애니메이션 다시 태어났다. 보다 입체적인 시각감을 주기 위해 선택된 eog(electrooculogram)이란 최신 퍼포먼스 캡쳐 기술은 배우들의 모든 움직임과 표정을 디지털로 환생시켜 관객들을 3d 의 세계로 빨아들인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안젤리나 졸리, 안소니 홉킨스, 존 말코비치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지난 15일에 개봉되어 개봉 첫 주에 1위를 장식하며 영화에 사용된 효과들 만큼이나 화려하게 흥행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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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판타지의 어머니
고전 「베오울프」는 게르만 족의 민족 영웅인 베오울프의 일대기를 그린 서사시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영문학 작품이다. 6세기경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현재 10세기경에 완성된 것으로 보이는 필사본이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문학사적으로도 높이 평가받고 있는 이 작품은 그 상상력과 거대함으로 후일 여러 판타지 소설에 영향을 미쳤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판타지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다. 작품 전문을 외우고 다닐 정도로 「베오울프」의 광적인 팬이었던 톨킨은 베오울프와 그렌델의 관계를 그대로 본따 『반지의 제왕』의 인물 관계를 설정하는 등, 「베오울프」의 여러 요소를 자신의 작품에 차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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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괴물의 대결을 큰 축으로 삼고 있는 이 작품의 핵심 주제는 바로 인간의 존재론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괴물 그렌델과 황금 용은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산물이자, 영웅의 또 다른 쌍둥이 영혼이다. 오이디푸스를 연상시키는 신화적 플롯, 영웅을 인간으로 끌어내리는 해학, 아이같이 천진난만한 괴물의 설정 등을 통해 이 작품은 선과 악의 구분이 무의미함을 밝히고, 인간이 바로 괴물이요 악임을 말하고 있다.
또한 용감하게 싸우다 죽은 자는 오딘의 궁성에 거하고 늙고 병들어 죽은 자는 헬(hell)의 궁전에 머물게 된다는 북유럽 신화관을 차용함으로써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영화 vs 소설
영화는 3d 효과 덕분에 실감나는 영상을 제공하고 있지만 판타지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가진 심연의 추악함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는 원작의 스토리를 다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황금잔이 베오울프에게 돌아오는 과정이 생략된 것은 이 영화를 그저 가벼운 액션 판타지 정도로만 머물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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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기대어 북구 신화의 다신 체계와 기독교의 유일신 체계를 충돌시키면서 그 갈등이 또 다른 재미를 불러 일으키는데 반해, 영화에서는 약간의 암시적인 영상으로만 지나친다.
마지막으로 베오울프와 그의 아들 드래곤이 싸우는 장면과 황금인간 상태에서의 오고 가는 대화들이 생략 된 것은 소설을 읽은 사람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베오울프
닐 게이먼, 케이틀린 r. 키어넌 지음 / 김양희 옮김 / 아고라 펴냄 / 392쪽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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