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곡 속에 꽃피운 한 여인의 이야기
삶의 질곡 속에 꽃피운 한 여인의 이야기
  • 김경배
  • 승인 2007.11.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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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시집 『난 여자로 살고 싶다』 펴낸 이수월
당신의 고운 그 눈망울 속에
나의 꿈을 남겨 두고 떠나리라
당신의 고운 그 고운 옷자락에
나의 꿈을 묻어두고 떠나리라
그동안 괴로웠어요
그러나 결정했어요
그리고 행복했어요
당신을 사랑했기에
한동안 거친 숨결
가눌 길이 없어도 없어도
잠재우고 떠나가리라
「어떤 결정」전문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삶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처지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직업과 연관시켜 할 수 있다면 이는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아무리 자신이 원했던 일이라고 하나 그것이 직업적으로 다가온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개연성도 농후하지만 그러한 처지에 있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이는 배부른 자의 푸념에 해당할지도 모른다.
 
조용필의 ‘어떤 결정’의 작사가
 최근 『난 여자로 살고 싶다』란 에세이 시집을 펴낸 이수월도 그러한 삶을 살아온 사람 중 하나다. 지금은 어엿이 시단에 등단하면서 그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그의 지난 세월은 질곡의 계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등단이 늦은 늦깎이 시인이지만 그의 시적 상상력은 꽤나 유명한 편이다. 앞에 언급한 「어떤 결정」이란 시는 7080세대 중에서는 “어! 어디선가 본 듯한데?”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시는 지난 84년 당시 최정상을 달리던 가수 조용필이 국내 최초로 도너츠 음반 6집을 일본에서 취임할 때 발표된 ‘어떤 결정’의 노랫말이다. 바로 그 작사가가 이수월이다. 특히 이 앨범은 박건호 정욱 등 당시 국내 최고 작사가 8인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그의 뛰어난 시적 소양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다. 원희명씨가 곡을 붙이고 민지가 노래한 ‘사랑을 멈출 수 없는 여자’란 노래도 ‘나는 후회할지라도’라는 이수월의 작시를 그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박경희의 ‘숙명’ ‘황혼’ 혀영근의 ‘이별전야’ 등 많은 노랫말 등이 그의 시를 바탕으로 작시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의 시적 작품성을 보여준다.
 
질곡된 삶속에서 찾은 희망 
 작사가로서 나름대로의 이름을 날리던 그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작품을 시적으로 승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러한 생각 속에 그동안 써놓았던 시와 새롭게 작업한 시를 추려 『난 여자로 살고 싶다』란 시집을 펴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20여 년간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면서 우리의 고유한 명절인 설날과 추석, 이틀을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출근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억척 인생을 살아온 그에게 시창작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으로 소녀시대부터 꿈을 키워온 시인의 길을 나서기 위해 하루 2~3시간의 잠도 마다않고 시창작 활동에 전념을 기울였다. 그러한 결과 최근 모 문학지를 통해 그토록 열망하던 시인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     © 독서신문
가슴으로 울어나는 진솔한 이야기
 그의 시는 테크닉적 묘사와 풍부한 언어적, 작가적 상상력이 기성 문인과 비교해서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시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의 이러한 시적 표현력은 그가 살아온 삶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어느 순간 처녀가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꿈을 버리고 생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그다. 하지만 6.25이후 마땅한 직업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젊은 남자들도 일자리가 없어 놀고 있는 시절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사회분위기는 직업여성에 대한 편견이 알게 모르게 존재하던 때였다. 그러한 시절에 처녀가장으로 집안을 책임져야만 했던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는 짐작이 갈만도 하다.
 이렇게 어렵게 살아온 그의 과거 때문인지 그의 시에는 수려한 미사구어 없는 진솔함이 가득하다. 이와 관련 소설가 이영철은 “그의 시를 읽노라면 멍석같이 투박하지만 정감 있고 읽으면 읽을수록 익어 나오는, 마치 가슴속에서 피를 적시어 쓰는 시”라고 평한다.
 또 시인 김송배(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는 “이수월의 시는 현대시가 요구하는 표현의 묘가 다소 감소되어 있고 인간이 추구하려는 존재와 밀접한 이미지 투영이 떨어지지만 호소력 있는 표현이나 사물을 통한 의인법 등의 처리 및 대칭적 조화 등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심사평에서 밝혔다.
 
시뿐만 아니라 소설에도 관심
 그는 이번 시집 발표를 통해 앞으로 창작활동에 자신의 모든 열정을 바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수월의 이번 시집이 그의 첫 번째 작품집은 아니다. 그는 이미 『시련이 없으면 살맛이 없다』란 수필집을 내놨으며 그만큼 작품 활동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인지 이제는 새롭게 소설에 도전해 보고 싶다한다. 이와 관련 이수월은 “자신의 지나온 삶에 대한 이야기는 아마도 책 한권 분량으로도 부족할 것”이라면서 “비록 남들에게 내세울만한 삶은 아닐지 모르나 질곡된 삶속을 억척스레 살아오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밝힌다.
 인터뷰를 마치고 가는 걸음을 한참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시인 이수월. 연신 들어가시라는 말에도 출입문에 기대어 물끄러미 가는 길을 지켜보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세상 온갖 풍파를 연약한 여인의 몸으로 홀로 이겨온 외로움일까.
 쉽게 상대에게 속내를 내보이지 않으면서도 유난히 정에 약한 그녀의 세상살이는 『난 여자로 살고 싶다』에 진솔하게 묻어있다.
 
이수월
군산출생
작사곡
조용필 <어떤결정>, 민지 <사랑을 멈출 수 없는 여자>
박경희 <숙명>, <황혼>
허영근 <이별전야> 외 다수
시집
『난 여자로 살고 싶다』
수필집
『시련이 없으면 살맛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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