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성작가들이 서점가를 장악하다
한국의 여성작가들이 서점가를 장악하다
  • 관리자
  • 승인 2006.01.2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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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의 문학코너에 가면 읽고 싶은 책들, 구입하고 싶은 책들이 넘쳐난다.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작가들과, 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한 작가들이 줄줄이 새 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여성작가들의 이름이 자주 눈에 띄어 반갑다.

그 선봉에는 박완서 작가가 있다. 박완서 작가는 1970년 여성동아에서 주최한 장편소설 공모에『나목』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마흔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일흔이 넘은 현재까지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면서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기르다보니 자연스럽게 마흔이 되어서야 나만의 시간이 찾아왔고 글을 쓸 수 있었다.”고 말하는 그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잃어버린 여행가방』은 박완서 작가가 그 동안 써온 12편의 기행산문을 깔끔한 사진들과 함께 엮은 책으로, 작가의 여행기록이면서 동시에 인생이란 긴 여정에 대한 거장의 철학을 담고 있다.

신경숙, 전경린, 조경란, 하성란 등 수많은 후배 소설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오정희 작가가 10년 만에 침묵을 깨고 산문집을 발표했다. 대학 2학년 때인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완구점 여인』이 당선되어 등단한 오정희 작가는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하며 박완서 작가와 더불어 한국 최고의 여성 소설가로 군림했다. 그녀가 선택한 단어 하나하나와 그 단어들이 만들어낸 한 줄의 문장은 그녀가 보여주고자 하는 이미지나 분위기와  너무나도 정확하게 딱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을 읽을 때는 한 줄의 짧은 문장도 여러 번 되새기면서 천천히 읽게 된다.

오랜만에 발표한 산문집『내 마음의 무늬』는 소설가의 길을 걷고 있는 그가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사실적인 고민들과, 지극히 사소한 일상의 모습을 솔직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의 사생활과 내면의 고민들을 너무나도 솔직하게 드러내어 놀랍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그에게 가졌던 많은 궁금증과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경린 작가는『황진이』이후 1년 여 만에 6번째 장편소설『언젠가 내가 돌아오면』을 발표했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사막의 달』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10여년 가까이 창작활동을 하면서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고, 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전경린 작가는 자신의 소설에서 도덕, 규범, 제도, 관습 등 사회의 모든 억압과 틀 속에서 억눌림을 당하는 여성들의 모습과 삶을 그녀만의 섬세한 시각과 감각적인 문체로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발표한『언젠가 내가 돌아오면』은 소극적이고 여린 한 여성이 자아를 찾기 위해 거친 사막과도 같은 세상의 끝까지 다녀오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도덕과 규범, 제도를 거스르는 불륜이라는 사랑을 통해 한 여성이 어떻게 세상에 대응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이번 작품은 전경린 작가의 평소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있으면서도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갔다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항상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배수아 작가도 소설집『훌』을 발표했다. 1993년 소설과사상에『천구백팔십팔 년의 어두운 방』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독특한 신세대 작가라는 평을 받으며 매니아층을 형성했다. 등단한지 13년 만에 8권의 장편소설과 한편의 시집을 포함해 열일곱 권의 책을 펴내며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탈장르적 작품세계를 선보일 뿐만 아니라, 그만의 독특한 인물들을 만들어내어 독자들을 매혹시킨다.

이번에 발표한 소설집에는 대표작『훌』외에 6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훌』에는 친구 ‘훌’과 동료 ‘훌’ 두 명이 나오는데 ‘나’는 이 두 사람 사이에서 미묘한 친분을 유지하지만 결말에 가면 ‘나’가 ‘훌’일지 모른다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배수아 작가는 그 동안의 작품에서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사회적 인간이 되고자 하는 인물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모든 것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그러나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는 관심을 보이는 인물을 그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록 여전히 소외되긴 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타인과의 소통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는 인물을 그려냈다.

한국문단의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박완서 작가와 오정희 작가는 소설이 아닌 산문집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본인들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굳건하게 자리 잡은 자신들의 문학세계에 깊이를 더하고, 독자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또한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면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작품을 자주 선보이는 전경린 작가와 배수아 작가는 자신들의 문학세계를 더욱 깊고, 견고하게 만들면서 한 단계 발전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기쁘다.

이들 여성작가들이 앞으로도 꾸준한 창작활동을 통해서 그들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기쁨을 주고, 한국문학의 꽃을 활짝 피우길 바란다.

 

독서신문 1397호 [2006.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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