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쇼코의 미소』 소설가 최은영 “십대와 이십대의 나는 나에게 너무 모진 인간이었다”
[작가의 말] 『쇼코의 미소』 소설가 최은영 “십대와 이십대의 나는 나에게 너무 모진 인간이었다”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6.07.14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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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주>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쇼코의 미소』 소설가 최은영의 말= 서른살 여름, 종로 반이앤루니스 한국소설 코너에 서 있던 내 모습을 기억한다. 나는 안 되는 걸까, 한참을 서서 움직이지 못하던 내 모습을.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삶은 멀리 있었고, 점점 더 멀어지는 중이었다. 이 년간 여러 공모전에 소설을 투고했지만 당선은커녕 심사평에서도 거론되지 못했다. 그해 봄 애써서 썼던 「쇼코의 미소」도 한 공모전 예심에서 미끄러졌다.

나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튼튼한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매달 갚아야 할 엄연한 빚이 있었으며 언제나 경제적으로 쫓기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가망도 없는 이 일을 계속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글을 써서 책을 내고 작가로 살아가고 싶었지만 포기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했다.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며 펑펑 울었던 적도 있다. 오래 사랑한 사람을 놓아주기로 결심한 사람처럼 울었다. <중략>

십대와 이십대의 나는 나에게 너무 모진 인간이었다. 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미워하고 부당하게 대했던 것에 대해 그때의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 애에게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어깨도 주물러 주고 모든 것이 괜찮아지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따뜻하고 밝은 곳에 데려가서 그 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 그렇게 겁이 많은데도 용이글 내줘서, 여기까지 함께 와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얼마 전 은퇴하신 아빠게 드릴 선물이 이 책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책이 엄마에게도 기쁨이 되어 좋다. <중략> 남편에게 고맙다. 살며 힘든 일들도 많았지만 지금처럼 잘 헤쳐나갈 수 있기를. 나의 고양이 레오, 미오, 마리, 포터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하략>

 

▲ 최은영 <사진=교보문고>

# 소설가 최은영은 1984년 경기 광명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과에서 공부했다.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등단작 「쇼코의 미소」로 제5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 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296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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