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미리 마을 떠나면서 (이연지)
밀미리 마을 떠나면서 (이연지)
  • 이연지
  • 승인 2007.11.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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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적 삶의 진실 추구
밀미리 마을 떠나면서
 
                                  이연지
 
 
떨어진 감꽃 세면서 세월 보냈다
감나무 아래 한 마리 개는
자유를 쇠줄고 묶어 놓고
햇?이 눈부셔 눈물 나던 날
표백된 빨래와 내 먼 훗날을
빨랫줄에 널어 놓았다
속살이 파란 검푸른 잎 속에
표출된 젊음이 닫혀버리고
그 옛날 큰 장마가 두 번 들어서
물바다가 된 땅 포이리(浦二里)라 부르듯
큰 장마 만큼은 아니더라도
가슴에 쏟아지는 슬픔 서로 닮아 흐르고
나이 들수록 밀미리 마을 떠나고 싶다
 
* 포이동(강남구):조선 중기 인조 때 밀미리 마을이라 불렀음.
 

이해와 감상
새타이어가 강한 이런 알레고리(allegory, 풍유)의 작품은 자칫하면 관념에 빠지기 쉬운 것을 이연지 시인은 안정된 시상(詩想) 전개와 잘 다듬어진 시어 처리로 전연체(全聯?)의 에스프리(esprit, f)가 강한 정신미를 형상화시키는 뛰어난 기교를 발휘하고 있다. 풍자시의 성공은 다채로운 시어의 설득력 넘치는 집약적인 전개속에 독자의 주목을 받기마련이다.  우선 이 시는 “떨어진 감꽃 세면서/세월 보냈다”고 하는 오프닝 메시지가 시적 변용(變容)의 차원 높은 테크닉으로서 매우 주목된다. 표현상의 특징인 시각적(視覺的) 영상미를 통한 감각적인 메타포가 독자에게 공감도를 북돋아주고 있다. 세련된 시어 구사로 선명한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표현하는 레토릭(rhetoric)의 새로운 수사 법(修辭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잘 다듬어진 세련된 시어(詩語)와 감각적으로 절도있는 이미지로 충만하고 있는 차원 높은 메타포(은유)가 빼어나다. “감나무 아래 한 마리 개는/자유를 쇠줄고 묶어 놓고/햇?이 눈부셔 눈물 나던 날/표백된 빨래와 내 먼 훗날을/빨랫줄에 널어 놓았다”고 하는 새타이어가 강력하고도 변화무쌍한 이미지의 메타포는 날카로운 미적 감각(感覺/a keen sense of beauty) 표현 기법을 통한 예리한 주지적 표현미를 도출시키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그윽한 센티멘탈한 이미지의 메타포가 두드러진 솜씨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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