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 (Antoine Marie-Roger de Saint-Exupery)
생텍쥐페리 (Antoine Marie-Roger de Saint-Exupery)
  • 조순옥
  • 승인 2007.11.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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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본지 · 편집위원
▲ 조순옥     ©독서신문
생애 - 행동 속에서 가치를 추구한 비행인

 
생텍쥐페리(antoine marie-roger de saint-exupery)는 1900년 6월 29일, 프랑스의 리용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인 쟝 마리 드 생텍쥐페리는 보험회사에 근무하였고, 어머니 마리 보아이에 드 퐁스꼬롱브는 프로방스 지방 출신이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시절의 모습은 『어린 왕자』의 주인공과 너무나 흡사하다. 곱슬곱슬한 갈색 머리털을 가진 이 소년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소한 일들을 경이와 찬탄으로 바라보았고, 유난히 법석을 떨고 잔꾀가 많은 반면, 항상 생기가 넘치고 영리했다. 철이 들면서부터는 시(詩)를 쓰기도 했고 자기 나름대로의 세계관을 정립하고, 엉뚱하게도 돛달린 자전거를 고안해 내는 등 그의 창의적 노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는 대단한 집중력의 소유자였고 어떤 하찮은 것도 꼭 기억하는 버릇이 있었다. 무엇이나 새로 시작하는 일이면 정신없이 몰두해 버리고, 감정이 풍부하며 주위 사람들의 사랑을 느껴야만 직성이 풀리는 다정다감한 소년이기도 했다.
   1913년 스위스의 후리부르에 있는 마르시스트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신과 종교 문제에 관해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인생의 찬미자였던 그는 형이상학적인 고민과 존재의 허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감지하는데 그쳤을 뿐, 당시 젊은이들이 쉽게 빠졌던 회의주의자는 결코 되지 않았다. 청년 생텍쥐페리의 모습은 자신감에 넘치는 뛰어난 인물이기보다는 매사에 깊이 사고하고, 무슨 일에든 정열적이었으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많은 것들을 꿈꾸는, 그러면서도 무척이나 친절하고 너그러운 성품의 소유자였다.
  그의 작품 어린왕자 (-王子 le petit prince)는 미국 망명 중이던 1943년에 쓴 판타지적 요소와 시적인 요소가 결합된 동화이다. 사하라사막 오아시스와 아라비아에서 비행기 조난으로 겪은 경험에서 소재와 내용을 얻어 쓴 작품이다. 비행사였던 생텍쥐페리는 하늘을 날면서 개인과 세계와 관계, 자연과 인간과 관계 등을 끊임없이 탐구하였으며, 이 둘의 관계를 복원시켜야겠다는 소망을 지니고 있었다. 『어린 왕자』는 이러한 사상과 사유의 내면세계가 투영된  휴머니즘 성격을 띤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제 2 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군용기 조종사로 참가하였지만 정찰 비행도중 행방불명되었다.
 
 
어린 왕자 줄거리

▲     ©송정희
  나는 코끼리를 삼키고 있는 보아구렁이를 그려서 어른들에게 보여주었다. 무섭지 않냐고 하자 어른들은 모자가 뭐가 무섭냐고 하며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느니 지리나 역사에 관심을 가지라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내 어릴 적 꿈인 화가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비행기 조종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세계 여기저기 안 가본 곳이 없다. 여섯해 전 나는 비행기사고로 사람 사는 곳에서 수천마일 떨어진 사하라사막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해가 뜰 무렵 한 작은 사내아이가 나를 깨웠다.
"양을 한마리만 그려줘...."
  매우 신비한 모습에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나는 작은 상자를 하나 그려주었는데 그는 상자 속에 있는 양을 바라보며 기뻐했다.  이렇게 해서 어린왕자를 알게 되었다. 나는 오랜 시일이 걸려서 어린왕자가 아주 먼 작은 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소혹성 b612호. 사흘 째 되는 날, 어린왕자가 사는 곳에는 거대한 바오밥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흘 째 되는 날 아침, 어린왕자는 해질 무렵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을 알았다. 하루는 몹시 슬픈 날 해 지는 모습을 마흔 세 번이나 보았다고 한다. 다섯 째 되는 날, 어린왕자가 양이 꽃을 먹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했다. 가시는 아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 순간 어린왕자는 나에게 화를 내며 눈물을 흘렸다. 나는 어떻게든 그에게 감동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는 두 팔로 감싸주었다. 그 꽃은 씨앗으로 날아와서 어린왕자의 별에 싹이 튼 것이었다. 어린왕자는 그것을 정성을 다해서 보살폈고 그것은 이내 예쁜 장미꽃으로 자랐다. 하지만 그 꽃은 겸손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아름다움에 감동하였지만 어린왕자도 차츰차츰 꽃을 의심하게 되었고 그는 그것을 나중에는 후회하게 되었다.
  "나는 그때 아무 것도 이해할 줄 몰랐어. 그 꽃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만 했어.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풍겨주고 내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어. 결코 도망치지 말았어야하는 건데!"
어린왕자가 별을 떠나온 날 아침 그는 화산들을 깨끗이 청소하였다. 그리고는 장미에게 작별인사를 하였다.
장미는 자존심이 매우 강한 꽃이었다. 울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어린왕자에게 빨리 떠나가라고 하였다.
  어린왕자는 이웃별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첫 번째 별에는 왕이 살고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을 자기 신하로 삼고 있었다. 두 번째 별에는 허영심이 많은 사람이, 세 번째 별에는 술꾼이 있었다. 술꾼은 어린왕자를 매우 우울하게 만들어버렸다. 네 번째 별에는 실업가가 살고 있었다. 그는 숫자만 세고 있었다. 다섯 번째 별은 가로등을 켜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가장 작은 별이었다. 여섯 번째 별은 그보다 열배가 더 컸다. 지리학자가 살고 있었다. 일곱 번째 별은 지리학자가 가보라고 권한 지구였다. 처음 사막에 도착해서 그는 뱀을 만났다. 어린왕자는 뱀이 매우 연약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볼품없는 꽃을 만나고 산 위에도 올라가 보았지만 사람을 만날 수는 없었다. 오래 걸은 후에 어린왕자는 장미가 만발한 정원을 만났다. 어린왕자는 오직 하나뿐 일거라고 생각했던 장미가 이렇게 많은 것을 보고 흐느껴 울었다. 그때 어린왕자는 여우를 만났다. 어린왕자는 여우에게서 길들인다는 게 무엇인지를 들었다.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겐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꺼야."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지겠지."
  어린왕자는 여우를 통해 그의 장미꽃이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게 되는거지."
거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어린왕자와 나는 샘을 찾아 넓은 사막을 걸어갔다. 나는 어린왕자의 말에 사막의 신비로움을 깨달았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지....."
 나는 어린왕자에게 양에게 씌어줄 굴레를 그려준 후 다음날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다음날, 어린왕자가 있는 곳에 갔을 때 그는 돌담에 앉아서 뱀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린왕자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어린왕자는 오늘밤 그가 떠날 때 보러 오지 말라고 하였다. 환하게 웃으면서...
  그러나 나는 어린왕자를 보러갔고 그는 내 앞에서 서서히 쓰러졌다. 모래 때문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나는 아직도 그 슬픔이 가시지 않았다. 여러분들이 아프리카 사막에 가서 한 어린아이를 보거든, 그가 웃고 있고 머리칼이 금빛이라면, 그리고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으면 나에게 편지를 보내주기 바란다. 내가 이처럼 마냥 슬퍼하지 않도록...
 

▲     ©송정희
 그림에 나타난 모태에 대한 향수


  생텍쥐페리는 미국에서 『어린 왕자』를 집필하며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회의를 느끼며 순수했던 유아기를 동경하고 모태에 대한 향수 속에 빠져 있었다. 그림에 어린 왕자가 땅에 엎드려 우는 장면이 있다. 이 그림에 나오는 언덕의 선은 크며 둥글고 균일하다. 뒷면의 두 언덕은 대칭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언덕에는 한 포기의 풀이나 나무도 없다. 이렇게 산을 그리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칼 구스따브 융이나 샤를르 모롱은 사람이 자연을 그릴 때 자신도 모르게 모성적 특성을 자연 속에 삽입시키게 된다고 한다.
  앞면의 언덕에만 풀이 존재한다. 뒤의 두 둥근 곡선을 어머니의 젖가슴이라고 한다면 앞부분은 배에 해당하는데 그러한 의미에서 배 위의 꽃은 모태의 다산성, 풍요함을 상징하고 있다. 어린 왕자의 모습은 양팔과 다리를 들고 사부작거리는 모습은 신생아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그림에 등장하는 자연은 우주적 어머니인 것이다.
  『어린 왕자』의 표지 그림으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그림을 살펴보면, 불을 뿜고 있는 화산, 그것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어린 왕자, 광막한 우주, 조그마한 혹성이 그려진 그림이다. 광막한 우주 속의 조그만 혹성 위의 어린 왕자가 서있다. 우리도 사실은 둥근 지구 위의 망막한 공간에 서 있는 것이다.
  이 그림에는 두 개의 화산이 있다. 하나는 불을 뿜고 있고 하나는 그렇지 않다. 화산은 검붉은 연기를 토해낸다. 그런데 뿜어내는 것이 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희다. 우유빛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화산의 형태도 너무나 귀엽고 작다. 마치 젖꼭지같이 생겼다. 어린 왕자가 엎드려 화산에서 나오는 것을 빨아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비유는 그의 글(『인간의 대지』)에서도 화산을 젖꼭지에 비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 속의 어린 왕자는 너무나 외로워 보이고 누군가 돌봐줄 사람 특히 어머니가 필요한 아이이다. 그러나 그의 혹성에 어머니는 없다. 따라서 그가 살고 있는 혹성 자체가 모성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를 쓰던 인생 말기에 세상에 대한 극도의 회의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그의 사라짐에는 다분히 의도적인 자살 의지가 숨어 있는 것 같다. 그에게 죽음은 종말이 아니라 모태에서의 행복한 유동과 관련된 포근한 꿈이다. 따라서 『어린 왕자』의 그림에는 모태에 대한 향수가 내포된 그림이 많이 있다. 

출처 : 章成旭(동의대학교 교수), 그림 속의 무의식 -『어린 왕자』의 그림 분석-, 인문연구논집 제1집 ['96.3.pp.213~229]에서 발췌 요약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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