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김혜식의 인생무대] 신의로 수놓는 마음 자락
[수필-김혜식의 인생무대] 신의로 수놓는 마음 자락
  • 독서신문
  • 승인 2016.06.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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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영 수필집 『대숲은 바람을 잡지 않는다』를 읽고

▲ <수필가 / 전 청주드림작은도서관장>
[독서신문] 화장에도 성격이 드러나는가 보다. 특히 빨강색 립스틱을 즐겨 바르는 여성은 자신감 넘치고 열정적이란다. 복숭아 색은 관대하고, 타인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 소비를 즐긴다고 한다. 인내와 절제력을 상징하는 색은 연보라라고 했다.

평소 나는 빨강색과 복숭아 색 립스틱을 즐겨 바르는 것으로 보아 두 가지 색이 내포한 특정적 성격을 복합적으로 지녔나보다. 가슴이 따뜻하여 정이 많다. 매사 최선을 다하는 열정과 타인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는다. 이는 후천적으로 가정교육 탓도 있으렸다.

어머니는 떡을 하면 이웃에게 나눠주라고 떡 심부름을 시키곤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는 학교 준비물을 항상 넉넉히 챙겨주었다. 반 아이들 중 준비물을 못 챙겨 오는 친구가 있으면 나누어 쓰라는 어머니 배려였다.
어머니로부터 이런 교육을 받고 자라서인가. 나는 타인 일에 소매를 곧잘 걷어붙인다. 남편은 그런 나의 행동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현대인들은 남이 베푼 수고나 배려를 고맙게 생각하기커녕 ‘혹시 나에게 어떤 잇속을 챙기려고 저러나?’ 이렇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단다. 하지만 천성 고칠 약은 없다. 나는 나에 힘을 필요로 하는 주위 사람들을 위해 많은 신경을 쓴다.

올해로 제10회째 맞는 ‘청주시 1인1책 펴내기 사업’ 수업만 해도 그렇다. 시민들 이름 석 자를 대변하는 책 발간이기에 허투루 여길 수 없다. 수강생들이 써낸 글 편편마다 문학성을 갖출 수 있도록 지도를 하는 일이기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이렇듯 정성 쏟아 쓴 수백 편 글들을 한 자 한 자 퇴고해서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하기까진 참으로 세심한 손길을 필요로 한다.

책 제목 붙이는 일도 쉽지 않다. 글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야 하고, 독자의 호기심을 촉발시킬 수 있는 문향을 담아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책 표제와 자형, 제질 그리고 본문 컷은 물론 전체 장정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이렇듯 수강생 책 발간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나를 두고 어떤 이는 홀딱 반했단다. 한 때 다른 곳에서 수강한 경험이 있다는 어느 여인은 오는 9월에 있을 나의 ‘청주시 1인1책 펴내기 사업’ 강의를 미리 신청하기도 했다.

내가 강사로 활동하는 이곳 ‘청주시 1인1책 펴내기 사업’ 수업은 불과 개강 몇 개월 만에 수강생들 책을 간행할 만큼 큰 성과를 거두었다. 오는 7월 말쯤에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안질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작품을 퇴고 하느라 눈을 혹사시킨 것이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의사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머지않아 수강생들 이름자가 새겨진 책자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니 주인공 못지않게 내 마음도 들뜬다. 지인들은 이런 나를 두고 너무 애쓰지 말라고 타이르기도 한다. 몸 사리지 않고 도움을 주면 그것을 고맙게 생각하지 않는 세태란다. 그러나 나는 이 일에 최선을 다하기에 후회는 없을 거라 여긴다.

이런 지인들 만류에 문득 황태영 수필집『대숲은 바람을 잡지 않는다』에 수록된「배신」이라는 제목의 글이 떠오른다. 이 글 속에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내용이 나온다. 어려움을 같이 나누긴 쉬우나 즐거움을 공유하기는 쉽지 않다는 주제로 해석도 하고 있다. 인간은 남의 좋은 일에 기뻐하기보다는 질투와 시기심을 갖는 보편적 성정을 지녔다는 논리다.

황태영은 이 수필에서 ‘다리를 무사히 건너고 나서는 그 다리를 부순다’ 는 과하탁교(過河坼橋)를 인용하여 인간의 배은망덕을 경계하였다. 은혜를 저버리는 배은망덕, 남이 잘 되는 것을 시기 질투하는 심술, 부모에게 칼끝을 들이대는 인면수심, 참으로 무서운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타인 일에 최선을 다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글쓰기 초심자들에겐 성심을 다하는 배려가 필경 목마른 자에게 내리는 한모금의 물이오, 그야말로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가 아닐까 한다.

황태영 작가 수필집 『대숲은 바람을 잡지 않는다』를 익혀서 우리는 과하탁교(過河坼橋) 아닌 과하보교 (過河保橋)의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무더운 여름밤 이 한 편 수필이 더위를 물리치기에 참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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