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점에서 할아버지와 손녀가 함께 책을 고르는 모습

현대사회가 핵가족화 되면서 한 가정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들을 발견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오랫동안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전원일기>처럼 4대가 함께 사는 모습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시간이 흐르고 사회가 발전할수록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결국 단절이 초래되어 서로 간에 큰 벽이 생기면서 갈등도 발생하게 됐다.

쌍둥이도 세대 차이를 느낀다는 현대사회에서 남녀노소 모두가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세대간의 벽을 허물어 다리가 되어주고,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책이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10년이고 100년이고 시간을 마음껏 거슬러 올라갈 수 있고, 먼 미래에도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100년 전, 200년 전의 세상을 직접 몸으로 경험할 수는 없지만, 책을 통해서라면 가능하다. 100년 후의 세상이 어떨지 책을 통해서라면 미리 경험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책은 세대간의 장벽을 넘어 아이들이 부모님은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와도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게 한다.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가까운 서점에 가서 함께 책을 고르고, 고른 책을 함께 읽고,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두꺼웠던 벽이 서서히 무너져 내릴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자 손녀가 함께 읽기에 좋은 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누구에게나 친숙한 옛날이야기책을 권하고 싶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뜨끈뜨끈한 군고구마나 군밤을 먹으면서 듣는 옛날이야기는, 아이들에게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재밌을 것이다.

얼마 전에 출간된 『김원석 선생님이 들려주는 옛이야기』와『이희재 옛날이야기』에는 구수하면서도 재밌는 옛날이야기가 가득하다.

『김원석 선생님이 들려주는 옛이야기』는 우리나라 고전문학연구의 선구자이자 아동문학가인 저자가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들을 엮은 옛날이야기책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비롯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들이 골고루 담겨있다. 총 3권인데, 1편에는 까마귀 정신, 김 선달에게 속은 양반 등 28가지 이야기가 있고, 2편에는 용서받지 못한 원술, 머슴에게 속은 구 서방 등 26가지 이야기가 있으며, 3편에는 장사를 지내준 도깨비, 봉이 김선달 등 15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희재 옛날이야기』는 타고난 이야기꾼 이희재 화백이 우리나라의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만화로 되살린 책이다. 도깨비, 장승, 호랑이 등 옛날이야기의 단골소재로 한 이야기들을 만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재밌다. 소금이 나오는 맷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친숙한 이야기부터 중국 상인의 뒤통수를 치다, 애도령과 대장장이처럼 낯선 이야기까지 60여 개의 옛날이야기로 풍성하다.
 
1월에는 우리의 최대명절 설날이 있다. 자주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두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귀한 날이다. 설날만큼은 어른들과 아이들이 모두 한 자리에 둘러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포근하고 정겨운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한다. 

독서신문 1397호 [2006.1.29]